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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10. 2019

[종교] 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를 읽고

종교&독후감&교황

나는 무교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교회를 다녔지만 그 이후로는 나가지 않았다. 초등학교부터 계셨던 교회 목사님이 다른 것으로 가시면서 안 나간 것도 있고 정말로 신이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교회 여름수련회를 가면 가서 밥 먹고 찬양하고 설교 듣고 다시 밥 먹고 찬양하고 설교 듣는 게 일과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용어가 기억이 안 나지만 막 미친 듯이 서로에게 기도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교회 사모님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해주시고 있었다. 실눈을 살짝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양팔을 높게 들고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랩 하듯이 막 웅성거리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광신도가 되기 직전 단계를 본 것 같다.


여름캠프를 마치고 집에 가도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엄마 말 안 듣고 욕하고 평소와 비슷했다. 교회 나가면 조금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종교계의 범죄문제를 보며 종교에서 손을 떼었다.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 예전부터 이름은 많이 들었다. 방탄차를 타기보다는 저렴한 퍼레이드 차를 타며 신도들과 인사하는 교황, 그러다가 암살 위험에 처하면 어쩌냐는 대답에 아직 신이 부를 때가 아니라는 교황, 결혼하지 않은 미혼모 자녀들에게 세례를 해주는 교황. 내가 기존애 알고 있던 종교계 인사와 달랐다.


책은 교황이 직접 쓴 자서전이기보다 교황을 관찰하고 과거 이야기를 들어서 쓴 약간 이야기책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읽다 보면 미담 모음을 읽는듯하다. 조금 성격이 비뚤어졌는지 처음에 미담 모음집을 읽을 때는 뭐야 이거 그냥 좋은 이야기만 모아둔 거 아니야 생각했다.


미담 모음집을 덮으려고 할 때 이 내용이 나왔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면 스스로 양심에 따라 살면 됩니다. 자신의 양심을 믿는다면 신은 자비를 베풀 것입니다."  무신론자가 질문한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요에 대한 답변이다.


 기차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메가폰으로 삑 소리를 내면서 말한다. 그 옆에서 지지직 소리 나는 앰프로 찬양 틀어주고 교회 나오라는 전단지까지 나눠주면 완벽하다. 그 옆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고 시주하고 있으면 서로 다투는데 지나가면서  피식하고 지나갈 수 있다. 내가 알던 종교집단은 한 명이라도 신도를 더 모으고 더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평신도와 높은 계급을 두어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그런데 교황은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살아가라고 한다.


종교시설은 사람의 양심 죄책감을  덜어주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대 종교는 더 화려한 시설 더 많은 신도를 모으려고 한다. 원래 종교의 목적에 충실한 교황 발언은 내게 새로웠다.


교황은 자비로움과 존버를 강조한다. 자기 자신이 죄인이라고   느끼는 건 가장 아름다운 일 중 하나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죄인이라고 느끼면 돌을 집어던다. 너는 그 죄를 왜 저질렀냐며 너는 원래 그런 사람 아니냐고. 교황은 죄를 저질렀다는 걸 느끼는 순간부터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다음부터 안 하면 된단다. 나는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돌을 집어던졌다. 실수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돌을 던지다 보니 나 자신도 보이지 않는 돌을 두려워했다. 타인을 용서해주지 않으면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없다. 타인에게 돌을 조금 덜 집어던져야겠다.


교황은 악마의 선물인 비관주의 좌절감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한계나 아픔으로부터 배우는 거다. 나는 비관주의자다. 어떤 일을 생각할 때 가능성보다 실패율을 먼저 판단한다. 이 일이 안 됐을 때 내게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먼저 보다 보니 혼자 머뭇거리거나 주저앉을 때가 많다. 상처를 받았을 때도 상처에서 배울 수 있기보다는 상처에 난 딱지를 떼는 성격이기도 하고. 교황도 아프고 상처가 많고 두려울 때가 있지만 악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 참된 종교인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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