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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10. 2019

649,740

일기&일상

649,740원 3월 10일 오후 8시 내 통장잔고다. 다음 달 4월 14일이나 15일에 아르바이트비가 68만 원이 들어온다. 원래 아르바이트비는 매달 15일에 들어오는데 2월은 회계처리 때문에 2월 28일에 들어왔다. 100만 원 내가 누구에게 받지도 않고 모았던 돈이다.


돈이 빨리 들어오면 씀씀이가 커지고 뭔가 여유가 생긴다. 이번 달에 책사고 볶음밥 사고 사고 인크레더블버거도 먹고 사치를 부렸다. 그러다가 돈이 조금씩 새 나갔다. 10일인데 64만 원이 남았다. 다음 달 교통비 후불 값 핸드폰비 밥값을 생각하면 얼마를 남겨놔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아직 교재 2권을 더 사야 해서 6만 원을 더 써야 한다. 돈이 얼마나 더나갈지 나도 확신할 수 없다.


오늘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요일인데도 빨래를 4통이나 갰다. 진짜 요즘따라 일이 더 힘들어져서 관두고 싶을 때가 많다. 뭐라고 해야 하지 약간 일하면서 내 안에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나는 버티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오전 11시 15분 대타 카톡방에 오늘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할 사람을 찾았다. 아르바이트비는 바로 준다고 한다. 5시간이면 42,650원 전공 교재를 한 권 사고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 시험이 오후 2시 30분에 있었지만 그냥 돈의 두려움 때문에 대타를 하기로 했다.


오후 1시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2시 30분까지 서울역 근처에 있는 상공회의소까지 가야 했다. 카카오 맵을 켜서 찾아보니 현재 위치에서 50분이 걸린다고 했다. 미리 맘스터치에 전화해서 포장해놓은 햄버거를 1호선에 앉아 먹었다. 그날따라 햄버거가 너무 맛있었고   밖에서 햄버거를 먹고 싶었다.


그나마 오늘 본 컴활 실기 2급에서 다 풀었는데도 10분이 남았다. 2점짜리 2문제를 아무리 생각해도 못 푼 건 차트에서 한번 더 공부할껄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면서 허리가 당겼다. 집에 와서 잠시 누워있었더니 6시가 됐다.


3월 10일 일요일 오후 마감에 사물함 철수를 했다. 자물쇠로 잠겨 있는 사물함은 절단기로 자르고 안에 있는 건 비닐봉지에 담아서 묶고 사물함 번호를 종이에 적어서 창고로 옮겨야 한다. 1시간 동안 80개 정도 사물함을 정리했다. 옮기고 번호 적고 일하느냐 허리가 아프다.


그래도 내일은 12시 수업이라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는 게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일상에서 행복 찾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는 게 어렵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잘 안돼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안 좋아지진 않았다. 그거는 단지 사건에 불과했다. 다만 그 사건이 낙타 등위에 올라간 지푸라기라 낙타가 무너진 거지.


25살인데 내가 이렇게까지 오래 살 줄 몰랐다. 나는 참 오래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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