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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12. 2019

말과 글

일기&일상

학교 커뮤니티 실시간 인기 글을 읽고 있었다. 3월 10일에 쓴 인기 글이 눈길을 끌었다. 글쓴이는 여자고 총 mt를 갔다. 자기는 ×× 대 소속인데 mt 가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친하지도 않은 여성분이 야동처럼 포르노처럼 이라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글이었다.


댓글에는 투기장이 열렸다. 저런 말을 한 사람이 여자냐 남자냐 신입생이냐 재학생이냐 술은 취했냐 취하지 않았냐로 싸움이 일어났다. 결국 글쓴이가 모든 상황을 설명했고 그분 성과 끝 글자를 공개했다. 그 공개 댓글 답글로 저 야동처럼 포르노처럼을 말한 성과 이름이 드러났다.


그 성함이 드러난 분은 단 한 번의 말실수로 남은 대학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과 돌팔매질을 당할 것이다. 보이지 않기에 쉬쉬하기에 더 아플지도 모른다. 돌을 차라리 맞으면 아프고 상처를 치료하면 되는데 언제 돌이 날아올지 모르는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하니 심적 압박이 심할 거다.

 

글과 말. 나도 말실수를 자주 한다.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일때도 많고 내 생각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저번 주 체육관 아르바이트생 대형 진공청소기 사용법과 결제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데 이해를 잘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청소기 돌리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청소기 코드가 어디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추가 설명을 했다.


말과 글은 사람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그중 글은 옷에 붙어있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삭제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고 복사 금지를 했다면 캡처를 해서 다른 이에게 보내면 된다. 게다가 판사님 이 글은 저희 고양이가 썼습니다.처럼 내가 썼다는 게 확실하다. 그렇기에 말과 글은 신중하게 최대한 필터링을 거쳐서 써야 한다.


저번 주 수요일 독서모임 OT가 있었다. OT후 발제자에게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드렸다. 그래서 전에 진행했던 독서모임 후기를 보여드리고 어떻게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분이 사실 후기를 읽어봤다고 하며 쓰기 싫은 티가 많이 났다고 했다.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1권이었는데 읽다가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게다가 재미도 없어서 진짜 꾸역꾸역 읽고 후기도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쓴 글에 내 기분이 나타난다는 게 내 기분을 조정해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만 그런 생각은 든다. 실수로 말과 글을 잘 못썼다고 가정해보자. 그로 인해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고 피해가 됐다면 잘못한 거다. 사과가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다만 그 사람  이름표나 주홍글씨가 언제까지 붙어있어야 할까? 그리고 주홍글씨와 이름표가 붙어있는 사람을 보며 쉬쉬하고 돌을 던저야할까? 그전에 내가 쉬쉬하고 돌을 던질 권리가 있을까? 나도 맘에 안 드면 욕하고 비밀글로 글 쓰는 깨끗하지 않고 몸에 때 묻은 사람인데. 내가 저 사람보다 나은 건 단지 내가 한 욕이나 글이 들키지 않았다는 것일 뿐인데. 다음에는 내가 될 수도 있어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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