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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14. 2019

요즘 일기 쓸거리가 없다.

요즘 일기 쓸거리가 없다. 예전이라면 전공이나 밥 학교 일상 글쓰기 거리가 많았다. 하루 종일 멘탈이 터지거나 빨래를 7시간 동안 6 바구니 개거나 전공 공부가 어려워서 팀프를 많이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요즘 친구가 생겼다. 학교 커뮤니티 한 글에서 자신이 팔랑귀인데 자신의 철학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나도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 많이 해서 도와주고 싶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들었던 휴리스틱, 행동경제학, 아주 경제적인 하루 읽었던 내용을 총동원해서 10줄 정도 댓글을 써줬다.


댓글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더 쪽지 달라고 했는데 쪽지가 왔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추가 설명해달라고 해서 또 10줄로 쪽지를 보냈다. 그렇게 쪽지를 보내다가 확인하기 서로 귀찮다고 오픈 카톡으로 대화 나누기로 했다


거울 뒤에 누군가가 있는지 모르든 오픈 카톡. 그 거울 뒤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다.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는 카톡. 자기 자신을 숨기면서 상대방의 껍질은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이와 학과와 학년을 서로서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톡을 치는 거울 뒤에 있는 누군가가 조금씩 말투를 바꿔가면서 동생처럼 누나처럼 친구처럼 바꿔가는 게 신기했다. 밤 12시 전에 자는 내가 카톡 하느냐 새벽 1시에 잘 줄 몰랐다.


보이지 않기에 누구인지 모르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을 말할 수 있었다. 그분은 내 아픔을 공감해주고 웃겨주고 놀려주는 게 고마웠다. 못된 생각이지만 사실 거울 뒤에 있는 누군가가 그분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몇 번 했다. 오늘은 몇 겹을 숨기고 몇 겹을 드러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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