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나비의 책공간 Feb 25. 2019

소설-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조진국)

연애소설&독후감

백설공주 신데렐라의 공통점이 있다. 결말에서 왕자와 공주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난다. 왜 소설은 왕자와 공주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았는지 뭘 하면서 지냈는지 말해주지 않을까? 어떻게 지낼까 상상하는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행복하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나랑 있는 동안은 절때 사용하지 말라는 만원이 굴러다녀서 여기저기 찢어지고 구겨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니 영원할 줄 알며 사랑을 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까먹는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소설이다.


여자 주인공은 학교 선배 사진 작업실에서 남자 주인공을 만난다. 여자는 이 남자에게 빠질 거라는 걸 직감한다. 자기가 더 많이 사랑을 할 것도.


그들은 선배를 통해 만났다는 공통점밖에 없다. 사람에 다가가는 게 서툰 여자 좋아하지만 표현하면 그 감정이 사라질까 봐 속으로만 삭힌다. 반면 남자는 파리로 떠나지 말라고 관심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여자는 남자와 만나고 나서 누가 먹고 버린 식어버린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와 해어지더라도 이 사람이 행복하고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항상 행복하던 순간만 있는 게 아니다. 여자는 자기 자신의 방식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확신하면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고 어쩔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파리로 간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자기 자신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소설 결말에는 두 남녀는 해어지고 여자는 그 과정을 견뎌내는 삶을 살아간다.


나는 소설에서 여자와 비슷하다. 헬스장 카운터에서 열심히 테니스장 코트를 원형 진공청소기로 밀어도 그다음 날 아르바이트생이 제대로 안 밀어서 단체로 욕을 먹는다 피자 먹으려고 셔츠 사 입어야 하니 보람도 없지만 그냥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헬스장에서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뭐를 좋아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듣고 싶었다. 다만 접점이 없는 너기에 어떻게 다다가야 할 줄 몰랐다. 공통점이란 나는 어쩌다가 너와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다.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친한 척을 하고 너를 자주 볼 수 있었다면 접점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비겁하고 소심하다. 행동하기보단 생각에 잠겨서 숨이 막혔다. 나는 사람 이름을 부를 때 말을 잘 못 놓겠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그래서 ~씨라고 부른다. 반존말도 많이 쓰고. 얼마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오빠나 언니라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누군가를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니까


힘들고 외로운 삶에서 너는 나를 특별하게 한다. 운동도 시작하고 피부도 관리하게 하고 나는 너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변했다. 너를 조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나는 비겁하고 더 기다리지 못했기에 너의 친구에게 관심 있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너의 친구는 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어 보인다로 끝났다.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아직 밖은 겨울이었다.


조금 더 친한척했으면 조급하게 두지 말고 조금만 더 참았다가 직접 말해줄걸. 네가 남자 친구 때문에 조금만 덜 심란했으면 좋겠다. 봄이온 줄 알았는데 아직 밖은 겨울이라 내가 뿌렸던 싹은 다 얼어버렸다. 이럼 수확을 하지 못하니까 싹을 뿌린 게 의미 없는 일일까

 그 싹을 뿌리면서 수확을 기대하는 아이 같은 마음과 조금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운동은 어깨가 넓어지고 지방이 2kg 빠지고 근육이 5kg늘었다.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차디찬 겨울이 지나가고 따싸로운 봄이 왔으면 좋겠다. 너는 모르겠지만 내 옆에 네가 있지 않더라도 행복하다면 은은한 미소 지어줄 테니 꼭 봄이 오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