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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Feb 24. 2019

[소설] 향수를 읽고

향수&소설&독후감

비닐하우스 뼈대 수리작업을 한 적이 있다. 들어가 보니 추석에 농촌 내려가면 나는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했다. 다들 여기서 어떻게 뼈대 수리하냐고 반발했지만 축농증이 심하신 할아버지는 무슨 냄새가 나냐고 오늘 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속으로 짜증내고 코를 막으며 파이프를 갈다 보니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집에 가니 엄마가 비료 냄새난다고 밖에서 냄새 빼고 오라고 했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냄새로 물건과 사람을 구분한다. 이건 땀냄새 저건 썩은 돼지고기 냄새 그 냄새를 머릿속에 백과사전처럼 기억한다. 그러다 새로운 냄새를 만들고 싶어서 무두질 장인의 제자로, 망해가는 향수집 백작을 거친다. 그는 세상에 없는 향을 만들기 위해 여자아이를 살해한다. 마지막 아이를 살해 후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그루누이는 체포된다. 그가 사형대에 올라가면서 최후로 만든 향수를 뿌리자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성관계를 가지고 그루누이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살해당한 딸의 아버지는 그루누이를 양자로 받아들이는 개판이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그가 만든 향수를 몸에 부어버린다. 그 냄새에 거지들은 그루누이를 뜯어먹는 걸로 소설은 끝난다.


소설을 덮고 기억에 남는 장면 1개와 두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그루누이가 향수를 만드는 과정과  망해가는 향수장인과 백작이다.


" 그는 모든 냄새를 먹어 치웠고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상상 속이 마련된 냄새의 부엌에서 새로운 냄새를 혼합해 만들어 냈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떤 미학적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


그루누이는 단지 호기심에 냄새를 수집하고 창조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냄새를 창조하고 싶어서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루누이를 보면서 글 쓰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글 쓰는 사람도 처음에는 그냥 온 가지 것에 대해 쓰고 싶어 한다. 자신이 읽었던 책 영화 문장에 대해 쓰고 쓰고 또 쓴다. 그러다가 나만의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그 속에서 남에 주목을 받고 싶어서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글을 쓴다. 이런 글을 쓰는데 그루누이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정신적 폭력과 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비난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왜 제목이 향수일까? 제목 뜻을 보여주는 인물이 몰락하던 향수 장인과 백작이다. 몰락하던 향수 장인은 드루누이를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파리 제1의 향수 제작자가 된다. 드루누이가 떠나자마자 그의 가게는 땅이 무너져서 사라지고 제작자는 죽는다. 백작 역시 드루누이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드루누이가 떠나자 백작은 눈산을 등산하다가 얼어 죽는다.


향수는 사라지는 냄새를 보존하고 싶어서 만든다. 아무리 좋은 향수를 만들어도 냄새는 사라진다. 향수 제작자는 조금만 더 공장한 개만 더 만들고 싶다는 냄새를 백작은 자신 이론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망을.


욕망이란 향수는 들이부어도 부족하다. 그 욕망을 들이 붙다가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는 경고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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