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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sito쏠레씨또 Aug 06. 2022

Fake it till you make it(2)

호기로움과는 달리 적응은 여전히 힘듭니다

이번 글은 새로운 회사에 이직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적응하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해 위로하는 글이다.  


다시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자면 에밀리가  파리의 생활에 한껏 부풀어있었던 기대와는 다르게, 문화 차이 그리고 파리 직원들의 텃세를 겪어내면서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이에 남자 친구와 결별을 하고, 파리지앵들에게 질려서 속앓이를 하지만 그 속에서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자리매김을 한다. 여전히 파리를 사랑하고 안 좋은 일은 훌훌 털어버리며 유쾌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있어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비록 왜곡된 파리를 담았다고 프랑스사람들은 이 시리즈를 싫어한다고 하긴 하지만......)

에밀리가 힘들때마다 적절한 조언으로 위로를 아끼지 않는 민디. 시즌 1 1화


에밀리처럼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다. 이직도 전과도 하고 싶고 그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준비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주는 설렘이 좋다. 새로운 곳에서 내가 마주할 배움이 있을 거라는 확신에 시작 전에는 에너지가 왕성해진다. 그리고 현재의 자리가 주는 권태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짜릿함이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적응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새로운 곳에 빠르게 흡수하는 유연한 편은 아닌데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안 좋은 일을 금방 잊고 시작하는 성격이 되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나면 괴로운 마음이 오래간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뚝딱거리고 뻣뻣해지는 몸과 두뇌를 조절하기가 어렵다.

-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것을 내 전부로 받아들여 스스로 고통에 빠뜨린다.

- 감각이 좋아서 한 번만에 딱 부러지게 배우기보다는 원리를 이해하고 연습의 연습을 거쳐서 체득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내 것이 된다.


 한마디로 성격으로만 보면 이직보다는 장기근속이 맞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밥값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면접관들이 과연 나의 어떤 부분을 보고 뽑은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압박에 잠을 줄여가면서 노력하지만 체중이 줄고, 말수가 줄며, 자존감이 지속적으로 깎여나간다. 고백하건대 지금 내 모습이 그렇다. 그래도 30대의 나는 조금 다를 줄 알았다만 오늘의 나는 25살의 쏠레씨또 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절에 했던 고민과 성장통을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갈지 그때의 나는 과연 알았을까?


중환자실로 전과를 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에서 적응하면서 고통스러웠다. 그토록 원해서 갔고, 오히려 동료들도 전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었는데도 많이 힘들었다. 하고 싶어서 갔기 때문에 하소연할 자격도 없었다. 끙끙 앓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하루는 아빠께서


"쏠레씨또야, 나무도 식물도 분갈이를 하면 한동안은 잎이 시들시들하고 적응하느라 힘든데, 사람은 오죽하겠니. 너 힘든 거 다 아니까 모질고 질긴 놈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참아보자, "


며 겨우 힘겹게 출근하는 딸에게 말씀하셨지만 큰 위로는 되지 못했다. 결국에 내가 온전히 이겨내야 하는 것이니까. 소름 끼치도록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은 나를 또 달래가면서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나도 답은 알고 있다. 버티다 보면은 되는 거라고.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입장은 다르다. 당시는 20대 사회 초년생이고, 지금은 경력직으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가 있고, 비탄에 쓰는 에너지까지 소진할 기력도 없다. 어차피 겪어낼 거라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소모적이지 않기를 바라던 와중에 뇌과학자의 영상을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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