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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고마워

(나) 매일매일 고마운.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

by 굿이너프

직장을 그만둔 지 벌써 6년이라니!


6년 전, 8년간 가지고 버텼던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으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늘 복잡하고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씩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감사함을 느낀다.
직장에 다닐 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월급의 반 이상을 입주이모님께 드리고도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엄마로 다시 출근이었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에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일찍 직장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한 달에 한번 받는 금융치료와 조금이라도 더 이어보고 싶었던 나의 경력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하루를 시작하는 것조차 버거웠고, 심지어 출근길에 사고라도 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스쳤던 적도 있다. 아마도 약간의 우울증이 있었던 것 같다.

이건 아니다 싶어 힘겹게 직장을 내려놓고 나니, 이제는 아침에 늦잠을 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지각이라고 사과할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 보고할 일도 없는 이 상황.


물론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야 해서 마냥 늦잠을 잘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초조하게 깨어나지 않아도 되는 나의 지금의 상태가 참 감사하다.


지금 나는 1인 면세 자영업자이다.

감사하게도(남편에게 감사) 돈보다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회사보다 여유롭고 일의 강도도 낮은 편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아침부터 소아과에 다녀왔다. 다행히도 심한 감기는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프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느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는데, 운전을 하다 보니 문득 풍무동의 소금빵 가게가 떠올랐다. 그곳에서 따뜻한 바닐라빈 라테와 에그마요가 들어간 소금빵(그냥 소금빵도 하나 추가) 을 샀다.

계산을 하니 12,000원이 넘는 금액에 헛 하고 조금 마음이 울렁이긴 했지만,

맛있었던 에그마요소금빵과 바닐라빈라테

‘일주일에 한 번쯤은 나 자신에게 이런 아침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도 참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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