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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도 치료가 되나요?

기러기 아빠의 우울증 이야기

6월 캐나다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온지도 벌써 3개월차가 됐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그래서 일까


귀국 후 나에게는 우울증이 생겼다.

애들 재우고 나서 아내와 맥주 한 잔 하면서 같이 영화를 보던 순간. 

나에게 안겨 때론 애교도 부리고, 때론 나에게 혼도 나던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의 순간.

와이프와 함께 콩닥콩닥 같이 요리를 하던 순간.


이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곤 한다.




작년 그랜드캐년을 여행갔을 때 우리는 이민온 한국인 가이드님과 함께 했다.

가이드님은 기러기 아빠를 다년간 했다고 하셨다.

그러다 더 이상 기러기 아빠를 하다간 죽을 것 같아 죽이되건 밥이되건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 오셨단다.


이 곳 미국에 와서 가이드를 하고, 청소를 하고, 한국에서는 안해 본 험한 일을 했지만 가족과 함께라 행복했다고 하셨다.


<한 때 기러기아빠를 하셨던 가이드님>


1박2일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큰 아들에게 여자친구 인종은 상관없지만 살색깔은 맞추자고 하셨던 이야기.

성인이 된 아들들이 본인의 생일에 전화한번 안해줘서 서운했다는 이야기.

노후에는 와이프와 함께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고싶다는 이야기.


이렇게 살 비비면서 가족들과 같이 살고 싶어 오신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나 역시 기러기 아빠가 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아프니까 더 생각나는 이름 가족

몇 주전 골프 연습을 하다가 옆구리를 다쳤다.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통증이 남아 있어 요즘은 회사 퇴근 후 내 방에 처박혀 글을 쓰거나 이것저것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통증이 잘 가시지도 않는 것 같다.


혹자는 가족이 없으니, 돌봐야 할 아이들이 없으니 편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연코 이야기할 수 있다.


"몸은 편할수 있으나, 항상 어딘가 낯선 곳에 와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닌데하는 그런 느낌"


아침과 오후에 하는 와이프와의 통화에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더더욱 그러한 그리움을 깊게 민든다.




그리움도 치료가 되나요?

아프면 약을 먹으면 된다.

또는 조용히 쉬면 된다.


그런데 그리움도 치료가 될까?

약을 먹거나 쉬면 치료가 될까?


언제나 그 외로움, 그리움이라는 것에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이러한 상황속에 외로움과 그리움이 쌓여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그럴때면 역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만이 최고의 치료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외롭고 힘들지라도 또 다시 가족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오늘도 난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나마 글을 쓰고 있을 때가 마음이 편안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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