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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는 어디에

ADHD 아이의 사립초등학교 보내기

대안학교의 환상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래도 일반 공립을 보내기에는 맞벌이인 우리 부부에게 여건도 맞지 않을 뿐더러

아이가 여전히 걱정되었다.


그래서 생각한게 사립초등학교를 보내는 것이었다.


"사립학교는 방과후도 잘되어 있어서 학원 보낼 필요 없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대"


후에 일이지만, 코로나 때 공립학교는 집에서 EBS보며 알아서 공부를 하라고 한 반면,

사립은 최대한 학교에 나오게 했고, 시험도 봤다.


그래서 당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학생의 수준 차이가 심각해졌고,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 전학을 하는 열풍이 불었다.

당시는 그런 것까지 생각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립학교를 보낸 건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 아이가 사립 초등학교 2학년으로 전학을 간 어느 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잠깐 학교에 오셔야겠습니다"


내 아내는 그 전화를 받고 걱정을 했다.


"왜 선생님이 갑자기 부르지"

"별일 아닐거니까. 걱정하지마"


그러나 내심 나도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 면담 당일날 회사에서 퇴근 후 아내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가 통제가 안된대"

"뭐가?"

"쉬는 시간에 하던 걸 수업시간이 되서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으라고 해도 자리에 앉지를 않는대"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때 아내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런 점때문에 상담을 받았고, 사실 ADHD도 의심되긴 한다고 말씀드렸어"

"뭐라고 하셔?"

"선생님도 치료를 한번 받아보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하시네"


그렇게 우리는 결국 병원에서 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요즘 왜이리 마음이 아픈 애들이 많아

아내가 인터넷을 뒤져 괜찮은 병원 몇 군데를 알아봤는데, 예약이 너무 많아 예약이 어려웠다.

몇 달 뒤에나 예약이 가능한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말 요즘 심각하네"

"공부 공부해서 학군지는 학원 밑에 병원이 같이 있대"

"정말?"

"요즘 아이들이 많이 아프구나"


한편 너무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예약해서 몇달 뒤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아이의 진단을 위해 병원은 부모들도 같이 검사를 한다.

마치 내가 상담을 받는 건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이는 몇 시간 동안의 검사 및 선생님과의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부모님들과만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ADHD 맞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네. 제가 아이와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제 방에 있는 장난감에 꽂히면 그것만 물어봐요. 그리고 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않으려 하고요"


걱정스러워하는 우리의 표정을 읽었는지 선생님은 곧바로 말씀을 이어가셨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정말 똑똑해요"

"정말이요?"  

"네. 제가 국어나 수학 문제를 내면 한번에 딱딱 맞춰요. 다른 아이들은 잘 못맞추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처음에는 일주일, 이후에는 이주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하기로 하고 약을 처방 받아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정말 순수하잖아. 정말 착하고, 난 그게 좋더라. 마치 피터팬 같잖아. 더욱이 선생님 말씀이 똑똑하기까지 하다고 하시잖아"


나의 말에 아내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팬이 네버랜드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듯 우리도 우리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병원 밖으로 나온 그 날 유난히 날씨가 흐리고 추웠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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