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용자를 인터뷰하며
기획자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쉽게 생각하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효용을 높이는, 어떠한 새로운 것을 구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보다 세밀하게 구체화시켜, 내가 기획한 것이 개발이 되고, 실배포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여기까지 완료되는 것도 물론 험난한 과정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내가 기획한 무언가가 실제 좋은 성과로 이루어졌느냐' 일 것이다. 그것은 내가 다니는 회사, 즉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이 될 것이고, 그 기능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나 효율성 등 각각의 목적에 따라 그들에게 이로운 무언가가 될 것이다. 광고 플랫폼을 기획하는 나에게는 이러한 정의가 조금 더 특수하긴 하다. 우리 회사 지면에 광고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즉 광고주를 위한 플랫폼을 기획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광고 성과. 즉 ROAS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 광고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편의성 역시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일반 사용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사용자가 본인이 정말 원하는 상품을 광고로써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보 전달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 플랫폼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기능을 구상했다.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사용자란 광고대행업체가 될 것이고, 그렇게 네 곳의 대행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곳의 일정을 조율하는 데에도 꽤나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람 마음이 전부 내 맘 같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상대측의 입장도 꽤나 이해가 되었다. 그들 입장에서 나는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만 더 침착한 마음 가짐을 가졌었다면 이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부터 진이 빠지진 않았을 텐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한눈에 보아도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많은 걸 얻어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초면에 알아보았지만, 어떻게 인터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앞서 준비한 질문지에 있는 내용을 물어보는 대신, 그들이 우리 플랫폼에 원하는 것 위주로 들었다. 나름의 인사이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부분의 인터뷰 상대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팀장급의 사람들이었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살짝 긴장한 감도 없지 않았다. '나를 너무 어리게 보면 어떡하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분야에 있어서는 그래도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경력이 풍부한 마케터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기획자인 나조차도 잘 모르던 플랫폼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분야에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자신감의 원천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기획자인 듯하다. 또 어떤 분은 마케팅이라는 것에 굉장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질문을 한 5초 정도 하면, 그분은 대답을 5분 정도 하는 듯했다. '나중에 내가 광고주라면 저런 마케터에게 광고를 맡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하는 일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다.
매일같이 회사라는 틀에 갇혀있다가 근 이틀간 외부에서 대략 15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바람도 쐬고, 인사이트도 많이 얻었다.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와 데이터만 본다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 능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플랫폼을 사용하는지 듣는 것이 보다 나은 플랫폼을 기획하는데 도움이 될 것만 같다. 나 역시도 데이터랑만 소통하다가 오랜만에 사용자와 소통하니 꽤나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