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다가 아니라
가정폭력이나,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는 집안이 아닌. 적당히 짜증나고. 적당히 사랑을 주는.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사이좋은 집안을 기준으로 작성.
절약은 당연하다. 부모님과 사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본가에서 살라고 하는 이유다.
전세 이자와 괸리비를 합쳐 30 정도로 잡자. 이 집도 본가보다 좋진 않다. 만약 월세라면, 더 좋은 집이라면 거의 50 정도는 나갈 거다.
식비. 하루 8000원씩 2.5끼를 잡으면 2만 원이다. 게다가 부모님이랑 살면 가끔 맛있는 것도 사준다.
2만 원 * 30 = 60만 원.
누군가랑 함께 살면 비슷한 습관이 생긴다. 부모님과 살면서 가장 좋았던 건 기상이다. 나이 있는 부모님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내가 2시까지, 3시까지 무언갈 하고 자도 부모님은 7시에 기상해, 일어나라고 굳이 깨운다. 감사할 일이다.
또한 아침식사도 있다. 당신들 아침을 준비하면서 과일이랑 아몬드 빵 등을 같이 준비해 준다. 아침 준비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아침식사는 점심이나 저녁에 폭식하는 습관을 막아준다.
이렇게 생긴 습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이 소중하다.
청소나 빨래도 해주신다. 자신 방은 스스로 한다고 해도, 공용공간은 대체로 부모님이 해주시지 않는가. 사람 구하는 앱도 몇만 원은 받는데, 부모님은 그냥 하신다. 빨래도 많이 해주신다.
이 제목과 내용에는 어느 정도 가치가 개입되어 있어 다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집에서 하시는 많은 일들이 몇백만 원의 가치가 있는 건 분명하다.
요즘은 앱으로 줄 서기나, 심부름 등 시킬 수 있는 게 많지만 신뢰도나 즉시성에 있어서 아쉬운 점도 많다. 하지만 부모님은 무한한 애정으로 다 도와주신다.
엄마 택배 좀 받아줘.
아빠 나 학교까지 좀 데려다줘.
평소 요청했던 게 없어 바로 안 떠오르는데, 아무튼 꽤 있을 거다.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면서도 의심하고, 믿으면서도 못 마땅해하신다. 잔소리하고 잘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혼자 살아보면 그것도 꽤 좋았다는 걸 알게 된다. 집을 나와 혼자 방을 구하고, 혼자 살고,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자기계발을 하는 삶은 꽤 외롭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룹으로 무언가를 할 때도 있겠지만 부모님에게서 받은 만큼의 무한한 애정과 믿음은 아니다. 그저 이익이 돼서 만나고 신뢰하는 단계. 가끔 인간은 태어났을 때 받았던 그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그리워한다.
상대에게 도움이 안 되면 인간은 없는 존재나 다름없다. 투명인간인 거다. 누구에게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악플도 나쁘지만 무관심도 인간에게는 해롭다. 누구에게도 감정을 못 받는 상태. 외로움은 담배만큼이나 해롭기에 온 국가가 나서서 외로움해결청 같은 걸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한다.
가끔은 그 애정이 벅차고 원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라.
당신이 물에 빠졌을 때, 당신이 교통사고가 났을 때, 당신이 취업했을 때, 당신이 실패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고, 가장 크게 기뻐하고 슬퍼할 사람은 당신의 부모님이다. 러닝크루와 스터디 친구, 직장동료가 과연 나만큼 나에 대해 생각하고 기뻐하고 슬퍼할까?
인간은 타인에 대해 5분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싫은 선배, 후배라도 저 사람을 싫어하는 건 회사에서 마주했을 때의 몇 분이지, 집에 가서는 다들 그들의 삶을 산다. 하지만 부모님은 다르다. 그들은 우리가 잘 되기를, 건강하기를 늘 기도하고 바란다. 어쩌면 나보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부모님이다.
너무 걱정이 많아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시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들은 나름의 지혜와 경험을 갖고 있다. 평소 서먹서먹한 부모님이라도 한 번쯤 용기 내 다가가면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페이지는 없지만 우리 집의 도서관이다.
아빠는 지원자 볼 때 어떤 걸 봐?
엄마는 아빠랑 왜 결혼했어?
엄마는 육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엄마는 일하고 싶지 않아?
엄마는 다시 산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어?
아빠! 운전 잘하려면 어떻게 해?
아빠! 얘가 요즘 만나는 앤데 어때?
평소 서먹하던 아들딸이 다가와 장난스럽게 말을 걸으면, 그들은 깊게 고민하고 대답을 들려줄 거다. 그리고 그 고민하는 모습과 내뱉은 말들은 한 20년, 30년 뒤면 못 볼 장면이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못 볼지도 모르니 눈과 가슴에 새겨두는 게 좋다.
필자도 20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보낸 시간은 2년 정도밖에 안 된다. 해외에 있거나, 자취를 했고, 기숙사에 있었다. 평소에는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고 밤 10시까지 무언가를 하고 돌아와 운동을 하며 보낸다. 그렇지만 주말에는 부모님께 오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릇이 터질 듯 넘치는 밥과 반찬도 웃으며 먹으려고 한다. 그게 나의 행복이고, 부모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