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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말록 Jun 28. 2023

'색즉시공'의 이해

색즉시공 (色卽是空), 너무 익숙한 말이죠. 어쩌다 보니 영화 제목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는데, 이 문구는 불교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반야심경의 핵심 구절입니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이 농축된 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말 자체는 어렵지 않고 단순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해도 많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색즉시공은 말 그대로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색이란 단지 물리적인 대상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인식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인식되는 모든 것이 색이라는 의미죠. 여기에는 우리의 육체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우리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것 역시 색입니다. 만질 수 없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식될 수 있으니 색입니다.


'공'은 비었다는 의미입니다. 없다는 말은 아니고 말 그대로 비었다고 하죠. 왜 비었다고 하냐면 인식되긴 하는데 그 실체가 비었다는 말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어떠 어떠한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보통 우리는 인식되는 것 = 존재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원적) 인식 자체와 '존재'는 관계가 없습니다. 달리 말해서 인식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인식되는 데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어색할 수 있지만, 꿈에 비유해보면 이해가 좀 쉽습니다.  꿈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저 환영처럼 우리의 의식에 나타나는 것이란 걸 우리는 압니다. 꿈속에서 아무리 딱딱한 물건일지라도 실제로는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단지 그렇게 느껴질 뿐이죠. 이런 것이 바로 '공'의 의미예요. 인식된다고 해서 있다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또 없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없을 '무'자 대신에 '공'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공'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이해가 대표적으로 '분해'로 이해하는 것과 '변화'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분해로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것들을 쪼개다 보면 결국은 원자만 남는 데 이 원자를 살펴보면 중앙에 아주 작은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 전자가 있지만 사실상 원자의 대부분은 비어있다는 식의 이해입니다. 뭔가 '공'이란 말과 비슷해 보이지만 바른 이해는 아닙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여전히 원자핵이라는 실체적 존재가 있고 전자라는 존재가 있으니까요.


변화로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것들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이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하다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바른 이해가 아닙니다. 설령 지금 이 순간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이에요.


실체가 없는 공이기 때문에 분해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지, 반대로 분해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서 '공'은 아닙니다. 세상이 왜 변해갈까...라는 의문을 품는 단초가 될 수는 있지만 설령 변하지 않거나 혹은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공'이라는 겁니다. 꿈속에 나타난 사과가 변하거나 분해되지 않아도 사과는 공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꿈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인식되는 모든 것들이 '공'이라는 말은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꿈이야 깨고 나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생시는 깨는 법이 없으니 공'을 어떻게 알까요?


꿈속의 대상을 실체화하는 과정과 현실에서 대상을 실체화하는 구조는 똑같습니다. 꿈이든 현실이든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이미지의 연속입니다. 다른 감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면 단지 이미지의 연속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존재한다고 착각을 하죠. 그 중심에 바로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이어 읽는 글'을 참고)


그렇게 보면 결국 색과 공의 관계는 다른 둘이 아닌 겁니다. 이원적 실체감으로 존재성을 부여해서 보면 '색'이지만 비이원적 전체성으로 보면 '공'이니까요. 소위 말해서 눈을 뜨면 분리가 없는 공이고 그렇지 못하면 분리된 색인 겁니다. 실제로는 색이 따로 있고 공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거죠. 이것이 '색즉시공'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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