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가 있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공부는 자칫 혼란스럽고 길을 잃기 쉬워 보이나 확실한 지도를 손에 넣으면 염려할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이를 바른 견해 즉, 정견(正見)이라고 한다. 정견은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정견인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없으므로 운이 좋지 않다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래서 각종 수행단체에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다. 나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격었다. 이런 과정에서 심각하게 매몰되지 않으면 그나마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돌아보니 단 하나의 단초만 제공되어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뢰할만한 마음공부의 단초는 2600년 전에 석가모니의 가르침 속에 모두 들어있다. 붓다의 깨어남을 밴치마킹하면 매우 중요한 단초를 얻을 수 있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많은 가르침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단 하나다. 깨어남에 관한 모든 수행법과 가르침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에서 나온 변주와 다름 아니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명상도, 현존을 위한 서구의 여러 방편들도 새로울 것이 없다. 수많은 방편과 수행법 그리고 경전과 어록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미 다 밝혀 놓았다.
불법은 연기법이다. 연기법은 실상은 무상이라고 말한다. 이것 하나만 가슴속에 새기고 기준으로 세울 수 있다면 결코 길을 벗어나지 않는다. 만일 신통력을 발휘하는 도사를 만난다거나 무당이 신내림을 해야 한다고 꼬신다고 해도 전혀 현혹될 것이 없다. 눈 앞에 부처님이 나타나고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도 속지 않는다. 어떤 절대자를 세우고 천국행을 약속하고 영생을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불법이 연기법이라는 것을 억지로 믿으라고 한다면 신을 맹신하는 것과 다름없지만 석가모니는 믿음을 키워드로 내세운 적이 없다. 스스로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이 마음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