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인간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벗어나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어떤 것 일까?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일과 삶 모 든 것이 다 소중하다고 말하면 너무 이상적이고, 아무 의미 없다고 단정 짓는 것 역시 동일하게 무책임하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고, 소 경의식이라고 말하기에는 의 시대에 종교적 색 제가 강하다. 별 수 없이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 피에 대해 정의해보고자 한다. 내게 의미란 현재 있 어 나에게 다소 소중한 것"을 말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가식을 집어던지고 이야기하 퀸 먼저 스마트폰으로 여러 가지 놀이와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일단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리고 나서 알람을 해제하고 출근길에 올라서면 클릭 몇 번이면 푼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강제로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각종 앱테크(APP으로 하는 재테크를 이르는 말)도 열심히 한다. 그 와중에 귀를 놀려둘 수 없어 영어 라디오를 청취한다. 1세대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단지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전화 기한 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두고 출근길 이 오를 일도 없겠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의 눈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 고 움직이는 만물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세상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의미 있는 것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 작은 화면이 세상 전부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의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지나가기에 억울하지 도, 그렇다고 동료의식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저 스 마트폰을 하는 것이 요즘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게 소중한 것은 나의 일이다. 일은 생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세상을 탐구하는데도 보탬이 된다. 나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각 양각색의 사람들이 가진 신용으로 자금을 융통해주고 있다. 회사 규정에 따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재단하여 필요한 돈을 융통해 주는데, 여기에 희로애 락이 있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고 돈이 필요 없 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돈을 주는 사람은 결국 돈을 돌려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이 없기에 돈을 돌려받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 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군상의 인간 유형이 나타나게 된다. 어쨌든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빌렸을 테 지만 돈은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불행은 행운과 마찬가지로 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 기들을 들려주게 된다. 나는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 는 불행과 마주한 인간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지만 세 월이 흘러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화낼 일은 아니라 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일을 통해 누군가가 즐거우 면 좋은 것이고 슬퍼지면 같이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으로서 내 갈 길을 가야겠지만 손님 역 시 손님 나름의 역사를 따라야 하기에 이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놀라운 인과율에 감탄해야 한다. 가끔은 업 무를 하다가 전화를 정말 받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럴 때 전화가 한 동안 안 오면 그러한 불편한 감정도 사 그라들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무의식중에 손님의 전 화를 받고 딱히 좋을 일 없는 불편한 이야기들을 교환 하고 나면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계절이 지나면 어쩌면 내가 열심히 지냈다고 스스로에게 위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없어도 누군가는 행복과 불행을 전달하는 뻔한 직업이겠지만 내 경험 안에서 일어난 일들이므로 내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즉, 대체 불가 능 여부가 의미를 규정하진 않는다고 본다. 내가 의미를 부여한다면 위대한 발명으로 세계를 구하는 일보 다 의미 있을 수 있다. (질소비료를 만들어 세계를 기 아에서 구원한 프리츠 하버를 기억하는 사람이 전 세 계 인구 중 몇 명이나 있을까?
또 내게 의미 있는 일은 운동하는 일이다. 나는 웨이 트 트레이닝을 잘 하진 못하지만 꾸준히 수행했다. 시 작한 햇수로 따지면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 다. 구력만 보면 전문 보디빌더 수준이 되어야 하지 만 현실은 그저 운동 한 티가 좀 나는 배나온 아저씨 의 외형이다. 요즘 인터넷의 발달, 개인PT 등의 영향 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나를 앞지르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러한 상황에 좌절감이나 상실감을 느끼진 않 는다. 나는 스포츠과학에 따라 효율적이진 않지만 꾸 준히 내 페이스로 운동을 수행했다. 그 결과물은 남루 할지언정 그렇다고 비웃음을 살만큼 부족하진 않다고 본다. 적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단 한 개의 스쿼트도 하지 않는 많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보다는 우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적인 승리를 하다보면 나의 운 동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지금도 새로운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도전하는 나를 보면 운동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힘들 때마다 운동이 있었기 에 버릴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지나친 미화일 수 있지 만 힘든 일을 하면 잠은 잘 오기 마련이다. (노예들에 제 노동의 기회를 상실한 귀족들의 불면의 밤은 그리 스 철학을 탄생시켰다.)
한편으로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상이다. 나는 다양한 생각을 좋아한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 다보면 현재 실현 불가능한 것들에 대해 진지한 전개 를 해나간다. 그저 생각으로 끝날 수도 있고, 어떤 것 은 현실로 이룬 적도 있다. 그 중간의 것들도 있다. 이 쨌든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흥미가 많다. 인간은 뇌라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 덕분에 다른 동물보다 는 편히 먹고 마실 수 있다. 예측과 상상은 한끝 차이 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이미 경험한 사실을 기반으로 구성한 안정적인 미래가 예측이다.
이를 테면 담장에 있는 닭은 종종 계란을 낳는 사실을 알았기에 마침으 로 계란 후라이를 먹을 수 있다. 다만, 계란이 먼저인 지. 닭이 먼저인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므로 상 상할 수밖에 없다. 불완전한 정보가 결국 상상이라고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상상을 통해 많은 것 들을 현실로 이루어냈다. 내 머릿속엔 다른 사람들보 다 상대적으로 많은 상상의 공간이 존재한 것으로 보 인다. 나는 예측에 안주하지 않는다. 나는 상상에 상 당히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어쩌면 인간이 살아남 을 수 있었던 내비게이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의미를 두는 것은 시간이다 인간 포함한 모든 사물은 데드라인을 가지고 태어났다. 성 해진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굉장한 드라 이브를 가져다준다. 만일 기일이 없이 일을 해야 한다 면 그것은 지옥일 것이다. 좋든 나쁘든 영원한 것은 없기에 세상만사가 보잘 것 없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소중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데 나는 시간이 주는 축복을 찬양하고자 한다. 내가 앞서 말했 딘 스마트폰, 일, 운동, 상상 모두 인생의 정해진 시간 안에만 가능한 것들이다. 내가 지금 데드라인 안에 있 다는 것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