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hemata mathemata Feb 08. 2023

커피와 자본주의



커피는 각성 효과를 주는 대표적인 향정신 자극제이다. 이슬람 문명에 의해 발전된 커피문화는 16세기에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자본주의 발전사와 묘하게 겹친다. 그전까지 늘 술에 찌들어있던 유럽 사람들(그 흔적으로 피자를 시키면 한국 사람들은 콜라를 시키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와인을 주문한다!)은 맨정신으로 살아가기 시작하는데 커피가 일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구한말 즈음에 커피가 매우 뒤늦게 들어왔지만, 급속한 자본주의 발달에 커피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커피는 마약류나 담배와 달리 금단현상이 없는 편이지만  막상 작정하고 커피를 끊기는 어렵다. 커피를 대체할 만한 고카페인 음료 역시 시중에 많이 나와있지만 섣불리 구매하고 싶지 않다. 커피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 삶의 일부인 것이다. 이제는 술을 마시러 가는 경우보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가볍게 앉아서 커피 마시는 삶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의 공이 크다. 프랜차이즈를 통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했으니 이미 서울은 뉴욕을 추월해 스타벅스 밀집 지역이 되었다.


커피는 주로 출근길에 마시기에 커피 매장은 회사 근처에 특히 집중되어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월급쟁이들을 위한 저가 커피전문점도 넘쳐난다. 커피를 자발적으로 마셔 각성 상태에서 일을 집중한다면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지 않을까? 마치 근로소득을 면제받는 가난한 사람들이 나라에서 발행하는 복권을 매주 사주는 격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에 직원 복지 차원으로 탕비실에 커피는 항상 있다. 형편이 안되는 중소기업이라도 최소한 믹스커피는 준비되어 있다.


국가가 펜타닐,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코카인 같은 마약을 유통하거나 복용하면 처벌하는 이유가 뭘까? 마약 중독은 극단적으로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역으로 2차 세계대전에  독일은 병사들에게 필로폰을 투여하여 그 유명한 전격전을 성공시켰다. 상황에 따라 마약은 정의되기 나름이다. 미국의  금주법(1920~1933년) 시대를 생각해 보라. 그런데 커피는 연령을 불문하고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다. (중독과 금단 현상이 있지만 예외적으로 유통이 가능한 담배와 술은 연령 제한이 있지 않는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자본주의는 커피를 먹고 자라난다. 산업화 시절 여공들에게 피로회복제라고 필로폰을 암암리에 주사한 시절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이제 여공이 사라진 자리에 4차 산업혁명 역군들은 저마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열심히 출근 중이다. 커피는 집중력을 높이고 우울증을 해소해 주는데, 역으로 커피에 내성이 생기면 우울증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불안감을 자극한다. 한국인의 OECD 1위 자살률과 커피는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커피를 아침에도 마시고도 점심에 순댓국 먹고 아메리카노 한 잔 때리는 습관은 이유가 있는데 3시간가량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몸은 이제 커피로 인한 각성을 원한다. 과연 커피 마시기를 많은 사람들이 결연히 멈추면 어떤 사회적 현상이 일어날까? 그런데 너무 늦은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커피 중독자이고, 커피 재활원(rehab) 따위는 없으니. 




이전 08화 자연보호라는 미망(迷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