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본 적 없는 남자(1/2)

by pathemata mathemata

성진은 통장에 1억 원 이상의 큰 금액이 찍힌 것을 본 적이 없다. 매달 받는 300만 원 남짓의 월급은 카드값을 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늘은 그의 월급날이다.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화면에 통장 잔액에 적힌 숫자는 카드값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남은 달랑 20만 원 가량이었다. 그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습관적으로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안줏거리 하나를 살 생각이었다.


편의점은 늘 있던 20대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을 보지 않고 인사를 한다. 성진은 자신이 마실 맥주를 고르고 안주로 버터구이 오징어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뒤를 돌아서는데 누군가가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한다.


"성진이 맞지?" 자신의 이름을 불러서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흠칫 놀란 성진은 잠시 멍하니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진욱이었다. 그는 한때 성진과 가장 친한 친구였고 수년 전까지 수시로 연락을 하고 지냈다. 하지만 진욱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그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축하한 것이 그들의 마지막 통화였다.


"아, 반갑다, 진욱아. 여긴 어쩐 일이야? 결혼하고 강남으로 이사 가지 않았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강남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살짝 주눅이 들었다.


"어, 잠깐 들를 일이 있어서 왔지. 그런데 너는 그대로다." 진욱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나야 너처럼 부양할 가족도 없는데 무슨 고생할 일이 있겠어?" 성진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시니컬한 느낌을 상대에게 비춘 것 같아 후회가 밀려들어 연달아 질문을 만들어 말을 이어나갔다.


"뭐 사려고 했던 거 아니야?"


"아, 별거 아니라 괜찮아. 내가 제일 친한 친구를 여기서 만났는데, 이렇게 있을 순 없지. 혹시 지금 시간 돼?"


"나야 당연히 한가한데 넌 괜찮아? 와이프가 눈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고 있지 않아?"


"아, 와이프랑 아기가 잠시 친정에 가서 오늘 내일 내가 자유시간을 누리게 되었어!"


"그러면 너도 자유의 계획이 있을 것 같은데 멀리 가지 말고 여기 편의점 앞 의자에서 맥주 한 캔 하는 게 어때? 차 가져왔어?" 성진이 말했다.


"어, 난 지하철로 와서 괜찮아. 내가 맥주 사 와서 앉지 뭐."


둘은 파라솔 아래 놓인 원형 테이블과 일체를 이루는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맥주를 기울였다. 초가을 저녁이지만 아직은 살짝 더워 차가운 맥주캔은 금세 공기와 만나 이슬을 맺혔다.


"그간 어떻게 지냈어? 정말, 반갑네. 이렇게 또 보고."


"어, 나야 회사, 집 이렇게 계속 다니고 있지." 성진은 다소 심드렁하니 말했다.


"사귀는 사람은 없고? 지난번에 누구 만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진욱이 말했던 그녀는 성진과 헤어진 지 벌써 3년 정도 지났다. 그 시간 간격을 체감하며 성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은 후 반문했다.


"진욱아, 그런데 넌 이 동네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여기 왔어? 나 보러 온 것은 아닐 테고."


"그거야 당연히 아니지! 농담이고, 여기 내가 누굴 만나려고 왔다가 우연히 널 본 거야."


성진은 진욱을 찬찬히 살폈다. 늘 단정한 차림에 옷차림에 신경을 쓰던 그였는데 색이 바랜 노란색 캡 모자에 검은색 칼하트 반팔에 카키색 반바지 차림이었다. 나름의 코디는 있었지만 집 근처에서 온 것 같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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