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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Jun 22. 2023

누가 일타강사를 만들었나?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에게 "공립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영역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수능을 앞둔 교육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연히 일타강사들은 해당 발언을 비난하였고, 언론은 돈 자랑을 남발했던 일타강사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자신의 기대 성적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것이다.


원칙 없는 권력자의 구두개입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손익을 따지고 싶진 않다.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만고불변의 교육현장이니까. 아이러니하게 과거시험 9번 장원 합격을 한 공부 천재 율곡 이이는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하긴 연봉 2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일타강사 끝판왕 현우진 역시 자신은 사교육을 따로 받진 않았다고 한다



"지금 선비 된 사람들은 많이들 부모의 희망과 문중의 계책을 위하여 과거 공부에 힘쓰는 일을 벗어날 수 없으나, 또한 마땅히 그 재능을 갈고닦아서 그때를 기다리고 성공과 실패를 천명에 맡길 일이지, 벼슬을 탐내어 조급하고 열중하여 이것으로써 그 뜻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격몽요결>, 이이



연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2022년 국내 시총 1위 삼정전자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77억 원 정도이나, 일타강사의 최저 기준은 연봉 30~40억 원이며 현우진, 이지영 같은 스타강사는 100~200억 원 수준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 연봉을 뛰어넘는다.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그의 소설에서 가난한 교사인 주인공 쿠샤미 선생의 자기 위안을 희화화했는데, 여전히 공교육 교사는 선호하는 신랑감이 아니다(반대로 여교사는?)

※출처:

https://m.blog.naver.com/for_my_blog/222677223060

https://www.salgo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242



원래 남의 험담이 하기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종합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이기에, 학원생이 늘면 비례적으로 받는 돈이 늘어나니 사실 연봉이라고 불리기도 뭣하다. 그런데 일타강사의 리처드 밀 시계를 플렉스 하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지금 십 대 부모를 둔 40~50대 부모일 것이다. 가장은 용돈 10만 원에 연명하면서 자식들 사교육비에는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커리어를 크게 좌우하는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 목적이다. 그리고 대학 입학은 내신과 수능 성적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본질은 시험이라는 것에서 조선시대의 과거시험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중국 수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시험의 역사는 그토록 유구한데,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즉,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줄 세우기 본능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독한 비교 질의 시작은 인생의 주기 중 학창 시절 강제로 경험하게 되는 수능을 포함한 일련의 시험들로 극단에 치닫게 된다.


2022년 국내 사교육 시장, 출처 : 통계청


철학자 미셸 푸코'범죄자에게 징역형이라는 동일한 형벌을 내리는 것은 의사가 모든 병에 있어 같은 약을 처방한 것 같다'라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유전을 가진 인간의 고유한 각자의 매력과 특징, 장단점을 뭉뚱그려 같은 붕어빵 틀로 찍어내려는데 시험만 한 것이 없다. 학교는 자본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노동자를 제공해야 하는 고유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가 도입된 고려 시대부터 봉건제의 입신양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한량이 생겨나고 패가망신이 일어났던가? 가문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해 의미 없는 노동력이 희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식 자본주의에서는 보다 훌륭한 노동자로 거듭나는 12년간의 기나긴 성인식에 무수히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교도소에서 재소자들도 동일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현우진의 어록 중 '얘들아, 붕어빵처럼 살면 안 돼. 누군가 와서 뒤집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면 다 타죽어*'가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무의식의 폭로로 인해 일타강사 자신이 강력한 붕어빵 틀임을 시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 2019 수능 만점자 김지명의 책 <스스로 뒤집는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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