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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Jul 30. 2024

아파트 청약 광풍

신축 아파트는 부자가 사는 로또

7.29일 대한민국은 2024년 파리올림픽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이벤트에 집중했다. 그것은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때문이다. 당첨되면 시세차익이 10억 원 보장된다고 하니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접속해서 서버가 터졌다. 무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약홈페이지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첨 확률은 로또 1등 당첨 확률인 1/800만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다.


*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시 경쟁이 발생하여 당첨자 및 예비입주자를 선정하였으나 부적격, 계약 포기 등으로 잔여물량이 발생한 경우(청약홈)

청약홈 모바일APP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청약홈 홈페이지를 통해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시작됐다. 그러나 청약 시작과 동시에 수십만명에 달하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특히 오후 4시께에는 190만명이 넘는 접속자가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예상대기시간만 529시간이 넘는다는 안내가 나오기도 해 청약 대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의 경우 당첨만 되면 최소 10억원대의 시세 차익은 물론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도 적용되지 않은 데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에도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됐던 ‘무순위 줍줍’ 1가구 모집에 수요자가 대거 몰리면서 청약홈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었다. - 190만명 몰린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하루 연장키로, (2024.7.29, 경인일보)



어릴 적 부모님이 아마 처음으로 만들어주는 통장은 청약통장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청약 가점이 낮아서 한 번도 당첨되어 본 적은 없다. 이러한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이들에게 아파트 청약은 검증된 재테크 수단이었다. 이에 따라 청약은 언제나 국가가 개입하여 컴퓨터 시스템으로 단 한 군데 창구를 통해 추첨제로 운영한다. 이는 일견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자녀와 같은 부양가족이 많거나 통장 유지기간 때문에 나이가 많아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 때문에 신혼가구에 우대를 하기도 한다. 어쨌든 수십 년 간 이 청약은 (공정하진 않지만) 소수의 당첨된 이들에게는 횡재 수단이었다. 물론 이들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시행사/시공사)와 쩐주인 은행 등 금융기관, 청약에 당첨된 수분양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국가가 있다.


자기 지분은 5% 남짓 가지고 부동산 PF를 일으켜 남의 돈으로 짓는 시행사들은 95% 대출을 일으킨 뒤 토지를 대출로 산다. 물론 공사대금 역시 대출이다. 95% 사업비에 발생하는 고금리 이자는 고스란히 수분양자가 물어낸다. 아파트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청약제도는 최근 물가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공정하지 않았던 허들은 높아만 가고 있다. 이제 서울 평균 아파트 신축은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계약금(10%)조차 억대가 넘는 것을 의미하고 70%를 차지하는 (중도금 납부를 위한) 중도금대출도 예전에는 무이자라 분양자에게 부담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지난달 서울의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3,7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오늘(15일) 발표한 지난 2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1,145만 7천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3.3㎡로 환산하면 3,787만 4천 원입니다. 1월 말보다 1.99%, 지난해 2월 말보다는 24.18% 오른 금액입니다. 3.3㎡당 분양가를 면적별로 보면 60㎡ 이하 아파트는 3,762만 6천 원, 60㎡ 초과 85㎡ 이하는 3,489만 6천 원, 85㎡ 초과 102㎡ 이하는 4,123만 6천 원, 102㎡ 초과는 4,548만 8천 원이었습니다.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수도권의 평균 분양가는 ㎡당 775만 7천 원(3.3㎡당 2,564만 3천 원)으로 1월 말보다 2.33%, 1년 전보다는 20.02% 올랐습니다. 전국의 평균 분양가는 ㎡당 536만 6천 원(3.3㎡당 1,773만 9천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7%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3.50% 상승했습니다.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 평당 3,787만 원…1년 새 24%, (2024.3.15, KBS)


청약 제도는 이제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그저 이미 주택을 구매할 자산이 있는 실수요자들이 신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입찰 현장인 것이다. 가끔 나오는 청약통장과 무관한 무순위 추첨 같은 로또 아파트를 제외하고 일반 아파트 청약은 부자들이 사는 확률 높은 로또인 셈이다. 당첨금액(시세차익)은 당장 낮지만 몇 년만 지나면 딱 로또 당첨금액이 되는 조금 느린 로또 말이다.




이렇게 아파트 청약제도는 대한민국에 인구 1/5가 집결되어 있는 수도 서울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서울의 70년대의 주거공간은 80%가 넘게 단독주택이었다. 이후 주택 유형의 약 60%가 아파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 많던 단독주택은 재개발에 밀려 사라졌다. 멀리서 보면 상업용 빌딩을 제외하면 아파트 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서울, 구글
서울시 주택유형,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서울의 주택유형은 지난 50년간 현저하게 바뀌었다. 1975년 서울의 주택 가운데 83%는 단독주택이었으며, 아파트는 8%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강남 개발로 아파트 신축이 늘어나는 반면, 단독주택은 허물고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으로 다시 지어지면서 그 비중이 감소하였다. 2020년에는 아파트가 59%로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되었으며, 이어 다세대주택이 26.1%, 단독주택이 10.4%, 연립주택이 3.6%를 차지하였다. -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2021년 국토부에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세대별로 거주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청년들은 돈이 없어 아파트 외에 임차를 많이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부모 세대로부터 증여를 받아 아파트에 입주한다. 신혼가구의 70%는 아파트에 살게 되며 자가비율 40%대로 급격하게 높아진다. 세대 중 가장 부유한 고령 가구는 3/4가 자가에 거주하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앞서 적은 대로 신혼가구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이들의 영향을 받을 자녀 세대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아파트에 거주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❶ 청년 가구 * 청년 가구 : 가구주의 연령이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인 가구

□ (주거 특성) 청년 가구는 대부분 임차(81.6%)로 거주*하고 있으며,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청년 가구 점유형태 : 자가 13.8%, 임차 81.6%, 무상 4.7%

 ** 청년 가구 주택유형 : 단독 37.5%, 아파트 33.8%, 다세대 11.7%


❷ 신혼부부 가구 * 신혼부부 가구 : 혼인한지 7년 이하인 가구

□ (주거 특성) 신혼부부 가구의 43.9%는 자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아파트(72.5%)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신혼 가구 점유형태 : (신혼) 자가 43.9%, 임차 53%, 무상 3.1%

 ** 신혼 가구 주택유형 : (신혼) 아파트 72.5%, 단독주택 12.7%, 다세대 9.7%


❸ 고령 가구 * 고령 가구 : 가구주의 연령이 만65세 이상인 가구

□ (주거 특성) 고령 가구는 대부분 자가(75.7%)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파트에거주**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고령 가구 점유형태 : 자가 75.7%, 임차 19.6%, 무상 4.7%

 ** 고령 가구 주택유형 : 아파트 44%, 단독 43.4%, 다세대 7.1%


※ 출처 :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국토교통부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의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자산비중 78.6%, 통계청)은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중국(가계 자산비중 77%)의 자산비중과 유사하다. 동일 문화권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나 인과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중국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파트, 혹은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기는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위험이 분산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계에 자산 포트폴리오 효과를 극도록 반감시킬 것이다. 특히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지 못한 이들은 더욱 위험할 것이다. 실제로 2021~2023년까지 60대의 순자산은 13% 늘었지만, 30대의 순자산은 5% 감소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은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부동산 비중이 30~40%인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런 기형 구조를 만들었다. 5060세대 부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투자로 성공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한국 가계의 평균 자산은 5억2727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자산은 4억1424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78.6%에 달했다. 부동산 자산은 부동산(3억7677만원)과 전·월세 보증금(3747만원) 합계액이다.

적은 여윳돈에도 부동산 투자를 늘리다 보니 3040세대의 재산 증식 속도는 5060세대에 크게 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60대 가구주의 순자산은 12.5%, 50대는 6.5% 불어났다. 같은 기간 40대는 0.9% 증가하는 데 그쳤고, 30대의 순자산은 오히려 5.2% 줄었다. - 韓, 여전한 '아파트 불패신화'…"가계 자산 80% 부동산 몰빵", (2024.4.17, 한경)


한경


과연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중국만의 문제일까? 정치인들은 결코 부동산 가격 하락을 좌시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의 자산감소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부동산 문제 때문에 미국과 같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했고 연속 동결했다. 작년에는 오히려 부동산 가격 방어를 위해 소득 제한 없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올해는 출산율 상승에는 기여하지 못한 신생아대출을 공급한 바 있다.


2018년 기준 부동산은 중국 가계에서 자산의 77.7%를 차지한다. 따라서 집값이 하락하면 중국 가계의 부가 크게 줄어든다. 반대로 미국 가계는 부동산 비율이 35% 미만을 차지하기에 집값이 급락해도 치명적인 가계 하락을 겪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인 탓에 소비하는 데 자금 여력이 없고, 금융상품 투자로 재테크를 해볼 자금 여유도 크지 않다. 이는 사회경제적 이익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볼 때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이 기술과 생산성을 갖춘 기업에 흘러들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더 플로, 안유화


아파트 청약 당첨이라는 신기루에서 벗어나 우리는 집이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집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라고 불러보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다면 왜 좋은 일일까? 미국 나스닥이나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우상향 할 한강변 아파트를 갖게 돼서 행복한 것인가? 아니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집을 사는 것일까?


2021년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는 17개국 중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돈(물질적 풍요)'을 꼽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뭘까? 내가 생각하는 것과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한국을 비롯해 17개 선진국 성인 1만9천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들이 첫째로 꼽은 가치는 가족(38%)이었다. 이어 직업(25%), 물질적 풍요(19%)가 2, 3위를 차지했다.그러나 한국인은 조사 대상국 중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삶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다. 가족은 물질적 풍요, 건강에 이어 3위에 그쳤다.가족을 의미있는 삶의 가장 큰 원천으로 꼽은 나라는 17개국 가운데 14개국이었다. - 삶의 의미 어디서 찾냐 묻자…한국인만 이걸 1위로 꼽았다, (2024.6.29, 한겨레)
한겨례


다시 한번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는 무엇인가?
 (What makes life meaningful?)
혹시 초역세권 신축아파트 청약 당첨은 아니었을까?


글을 마치고 보니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2015)>에서는 서울 강북에 있는 단독주택에 터잡아 평생을 거주했던 노인이 자녀의 아파트 재개발 사업에 동의하기 위해 요양원에 입소해야만 했다. 정말 감동적인 영화지만 배경과 서사는 한 편의 프릭쇼(freak show)이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쯤 노인들이 조금만 고생하면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는 동네 재개발에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https://youtu.be/KSZOM0PBBHY?si=9bAFdEImGvErU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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