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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Aug 06. 2024

엔 캐리 트레이드×기술주 거품×중동 위기

주식시장 대폭락의 진짜 이유는?

사건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후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기름 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운전을 덜 할 것이다"라는 말은 얼핏 옳아 보인다. 하지만 그 후엔 어떻게 될까? -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코스피지수, 인베스팅닷컴

코스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은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주요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급락하였고 국내시장은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언론에서는 하락의 이유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지목했다. 지난 7.31일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레버리지 청산 때문인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전 세계 엔 캐리 자금 규모는 20조 달러(약 2경 7420조 원)로 추산되며,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한 일본계 자금은 16조 2천억 원가량이다. (중략) 과거 엔 캐리 자금 청산 때마다 코스피 낙폭은 매우 컸다. 모두 다섯 차례인데, 당시 코스피의 고점 대비 낙폭은 1차(1998년) 때 38.9% 하락한 것을 비롯해, 2차(2002년) 15.9%, 3차(2008년) 56.7%, 4차(2015~2016년) 10.9%, 5차(2020년) 35.7% 등이었다. 엔 캐리 자금 청산 기간 중 국내 주식 매도 주체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65.4%(2차)에서 많게는 94.7%(4차)에 달했다. 엔 캐리에 나섰던 외국인 이탈이 하락장을 주도했다는 얘기다. -엔 캐리 공포가 증시에 미칠 영향 살펴보니…"2000년대보단 제한적" 이유는, (2024.8.4, 연합인포맥스)

엔 캐리 자금은 정확하지 않으나 20조 달러라고 한다. 한화로 2.7 경원 수준의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숫자이다. 실제로 엔캐리 트레이드 지수는 금년 들어 하락 추세이다.

신한투자증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우연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결정에서 발생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월요일 금융시장의 대하락의 전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른바 후견지명(hindsight bias)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대부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 리스크라고 불리며, 블랙스완이라고도 한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8/06/KMFYGGAQEFEZVPYCITFCUE5UFU


엔화의 가치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급등하고 있다. 이는 달러 약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통화는 언제나 다른 통화의 반대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엔화 선물, 인베스팅닷컴

달러화는 얼마 전까지 킹달러라 불렸는데 미국의 실업률 상승 우려로 경기침체의 공포가 투자자들을 덮쳤다. 그렇다면 이번 엔화 강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아닌 약화된 미국 경제 전망 때문일까?


분명 얼마 전까지 미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피벗(pivot)을 결정짓는 것은 목표 인플레이션율(2%) 달성과 실업률이었다. 상승장에서 실업률 상승은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기에 투자에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다. 언론은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온다고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1148480.html


달러 지수(DXY), 인베스팅닷컴




한 편으로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엔비디아가 애플을 꺾고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이후 수직낙하 하면서 AI와 기술주 거품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AI 산업의 최고 수혜주로 꼽힌 반도체 산업 전망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텔이 상장 50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 화룡정점이다.


그런데 역사상 어닝시즌을 맞아 개별 주식들의 주가 폭락(혹은 폭등)은 비일비재하다. 기대와 실제의 차이 때문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 실적은 엔론과 같은 분식회계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실적발표에 따른 주가 변동을 의식한 기업 내부자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적을 마사지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자.

S&P에 따르면 시스코 시스템은 2001년 회계연도에 주당 순이익 14센트를 발표했다. 만일 회사가 스톡옵션 비용을 포함할 경우 주당 35센트 손실이 발생한다. - Practical Speculation, Victor Niederhoffer

인텔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는지 실적 부진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DCVG7LGP5

인텔, 인베스팅닷컴

어닝에 대한 결과는 개별 회사의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있지만, 엔비디아에서 시작된 기술주 차익실현 욕구는 인텔의 발표로 인해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는 마치 도미노와 같다. 시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한 차례 겪었다. 시대별로 사이클 별로 상승과 하락의 원인은 같다. 닷컴은 인터넷 기술주라서, 반도체는 AI 수혜주라서 주가가 상승하고 하락하고 있다. 제목만 다를 뿐 주도주였던 성장주는 그간의 수익률을 언제나 반납한다. 이를 평균회귀 혹은 에르고딕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어느 확률 프로세스의 확률변수가 장기적인 평균이 결국 무조건부(Unconditional) 평균과 같아지는 것


나스닥종합지수, 인베스팅닷컴




검은 월요일 제3의 원인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52268.html

확전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일으켰던 중동의 이스라엘 전쟁이 떠오른다. 실제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밀과 같은 소비재부터 건축자재와 같은 생산재에 이르기까지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당시 볼커 미연준 의장은 살해 위협 속에서도 무려 20% 기준금리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웠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승리이다.

미국 기준금리, TRADING ECONOMICS


수십 년 뒤인 오늘날 1970년대의 대인플레이션은 대개 자산버블이라고 묘사되지 않는다. 오늘날 1970년대를 되돌아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재앙의 절반만 이야기한다. 고깃값이나 휘발윳값 같은 소비재 물가가 충격적으로 올랐던 시기라고 말이다. 하지만 대인플레이션이 파괴적이었던 진짜 이유는 두 종류의 인플레이션이 상호연결되어 서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절반이 자산 인플레이션이며, 자산 인플레이션은 이후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된다. 2000년의 닷컴 붕괴도 자산버블이 터진 것이었고 2008년 주택시장 붕괴도 자산버블이 터진 것이었으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장이 전례 없이 붕괴했을 때도 큰 요인 중 하나가 자산버블이었다. -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크리스토퍼 레너드

물가 인플레이션의 쌍둥이인 자산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을 수 없다. 그것은 2008년 금융위기처럼 충격적인 자산버블의 폭발로 일어난다. 거의 아무도 예상하기 힘든 블랙스완의 모습으로 말이다.



금융위기는 언제나 반복된다. 기준금리가 내리는 한 말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하지 않고 대공황 때처럼 개입을 늦추면 극단적으로 자본주의가 몰락할 수도 있는 위협마저 있다. 최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초토화시킨 티메프 사태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금융위기, 혹은 주식시장 등 유무형자산의 연쇄적 가치 하락은 예측이 매우 어렵다. 이번주 월요일이 검은 월요일이 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 때문일 수도 있고, 기술주 거품에 대한 우려일 수도, 중동 위기가 원인일 수도 있다. 모든 원인의 합일수도 있다. 어쨌든 월요일에 투자자들은 팔고 싶었고 오늘은 다시 사고 싶었다. 어제와 오늘 갑자기 펀더멘털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다. 그저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기 기억에 더 중요성을 두기 때문에 어제의 폭락은 잊어버리고 주식이 저평가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급락 후 반등이라는 시장의 학습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는 역시 불분명하다.


우리를 비롯한 생명이 탄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앙심이 깊지 않다면, 남녀 간의 성욕을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가 변동에 한 가지 원인은 없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지수와 S&P 500 지수의 상관관계 혹은 AI에 대한 구글 트렌드 관심도와 나스닥 지수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 둘이 서로 인과관계인지 알 수는 없다. 우연한 쌍에도 상관관계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이유를 찾는다. 인간의 개연성(스토리)을 찾는 본능 때문이다. 여전히 기준금리, 실업률, 인플레이션율 등 각종 매크로 지표는 내일 주가의 등락을 결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매직 넘버들은 오늘날 투자자의 사주팔자이자 MBTI이고, 신앙의 징표이다.


제이 파월은 2020년 12월에 오즈의 마법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파월은 커다란 화면에 등장하는 탈육신화된 존재였다. 화면에 등장해 저 높은 곳에서 정해진 바를 선언하는 사람 말이다. -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크리스토퍼 레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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