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2011)은 브래드 피트가 실존 인물인 메이저리그 단장 빌리 빈으로 분하여 예산이 쪼들리는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우승 후보로 만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빌리는 선수의 몸값이 아닌 출루율과 장타율(이 둘을 합친 값이 OPS)만 보고 가성비 선수를 채용했다. 이는 야구를 통계에 접목시킨 세이버메트릭스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선수의 몸값이 타율과 스타성 같은 요소에 있다고 판단하여 결정 내린 것이다.
타율은 실력으로 통제가 어려우며(투수와 타자의 상관관계를 따른다), 득점에 기여하는 바가 통계적으로 OPS만 못하다. 또한 선수는 인간의 신체는 노화하기 마련이므로 스타의 현재 몸값은 미래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나이가 젊지만 타율이 낮은(하지만 OPS가 높은) 가치가 저평가된 선수들을 선발해 팀을 최고의 구단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운-실력 스펙트럼에 표시된 활동, 마이클 모부신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저명한 기관투자자이자 교수이기도 한 마이클 모부신에 따르면 스포츠는 득점 기회가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실력이 좌우한다. 앞서 말한 야구는 득점 기회가 낮아 상대적으로 확률이 작용하는 부분이 높다. 통계를 들여다보고 분석을 열심히 하더라도 야구의 승패는 일정 부분 운을 피할 수는 없다. 영화 머니볼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실패했다.
야구보다 더욱 실력과 상관이 적은 투자 이야기로 돌아가자. 투자는 (실력이 아니라) 운이다. 그리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말했다. 운은 확률의 고상한 이름이라고. 따라서 삼단 논법에 따라 투자는 확률이다. 그리고 확률에 따라 매 경기마다 이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는 패배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다.
아래는 개인 주식투자자로서 전설로 불리는 마크 미너비니가 정리한 손익비 2:1을 가정했을 때 타율별로 10회에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최적 수익률은 타율이 50% 일 때 80.4%이다. 그런데 타율이 40%만 되어도 10.2%로 급격히 감소한다. 결론적으로 투자에 있어 동전 던지기 확률인 1:1(타율 50%)만 성공하더라도 투자는 성공적으로 끝난다.
타율별 10회 거래 시 총 누적수익률, 초수익 성장주 투자, 마크 미너비니
그런데 어떤가? 분명히 경험적으로 볼 때 타율이 절반을 넘을 것 같은데 수익률이 80%인 것은 고사하고 계좌는 마이너스인 것인가?
그 이유는 손실 때문이다. 복구할 때 필요한 수익률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9번의 이익이라도 단 한 번의 거래에서 손실을 방치한다면 재앙이 발생한다. 복구해야 하는 수익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처음의 누적수익률 표를 살펴보자. 당신이 예측이 맞아들은 경우 48%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손실은 24%로 제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수익률을 전부 반남하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손절을 하라는 것은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인간의 본능인 손실회피 성향을 거슬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반등을 생각하며 계속 손실 종목을 추가로 매수해서 물을 타며 장기투자자가 된다.
여기서 팁을 주자면 손절뿐만 아니라 익절도 실력이다. MTS(HTS) 같은 주식거래 프로그램의 트레일링스탑(Trailing Stop)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트레일링스탑은 설정한 가격 대비 주식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매도 가격을 조정하여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가격이 BEP(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판인 셈이다.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해리 마코비츠가 고안해 낸 포트폴리오 이론은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을 이야기한다. 체계적 위험은 시장위험, 비체계적 위험은 개별위험을 말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시장위험은 헷지 할 수 없지만 개별위험은 자산구성을 음의 상관관계(-1)로 구성하면 위험회피가 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이 음의 상관관계를 도출해 자산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별주식은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아무리 종목을 다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제거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상관관계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을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종목 가짓수를 늘려 인덱스지수를 추종하는 전략도 있다. 패시브펀드인 인덱스 펀드를 구매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코스피 종목 간 상관관계, 한국거래소
다만 잘 알려진 음의 상관관계로는 주식과 채권이 있다. 불황기에는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가 많아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채권 수익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이 역시 역사상 예외가 존재한다. 상관관계가 동조화를 띄기도 하는 것이다. 주식이 오를 때 금리도 오르고, 주식이 내릴 때 금리도 내리는 양의 상관관계를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투자자가 주식과 채권을 모두 보유한다고 해서 위험을 완전히 분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종목, 한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왜냐하면 해답은 앞서 이야기한 승률에서 찾을 수 있다. 만일 내가 종목을 1개 가지고 있으면 승패는 오로지 한 번(50%)만 발생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주사위는 연속으로 같은 값이 나올 수 있다. 연달아지면 투자세계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손절할 수 없는 심리적 장벽이 생긴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을 부정하는 본능적인 자기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종목을 2개를 가지고 있다면 한 번에 두 번 주사위를 던지는 셈이다. 물론 주식시장처럼 같은 시장 내 종목들은 상관계수가 높은 편이라 동조화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변수는 주식, 채권, 원자재 선물이건 종목 여하를 떠나 매입단가와 매도단가에 있다. 분할매수(매도)를 한다면 여기에 다시 주사위를 늘릴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분할매수는 어쩔 수 없는물타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2개의 종목을 3번에 나눠서 매수한다면 6번 주사위를 던져 승패를 겨루는 셈이다. 종목이 많아질수록 대수의 법칙에 따라 승패는 평균(50%)에 가까워진다. 또한 종목 수가 많아질수록 손절할 때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
제목처럼 야구에 빗대어 이 글을 정리하면 단장인 투자자는 여러 명의 젊고 유망한* 선수(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자산 구성)를 스카우트하여 가능한 많은 경기(분할매수/매도)에 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실력이 저하된 선수는 방출시키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포트폴리오 리밸런싱)한다. 그렇게 해야 확률이 지배하는 투자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투자가 계속될수록 종잣돈을 잃을 것이다. 이 확실한 패배는 (경험자인 내가) 귀납적으로 보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