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목수 이야기
저자의 직업인 뉴욕 목수와 평범한 회사원인 나는 인생에 있어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는 수십 년간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시공을 도맡아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장인의 길을 가는 동안 나는 어느덧 인생의 반환점에 오른 나이임에도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 책의 제목(완벽에 관하여)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읽기를 시작했지만 독자를 울먹거리게 만드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의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어든 측면도 있겠지만) 이 책에는 뜨거운 열정과 인간과 자신의 소중한 '작품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인테리어 잡지를 아기 앨범이라고 표현한다. 아기란 보기엔 귀엽고 예쁘겠지만 막상 자신이 양육한다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에게 목수 일을 포함한 인테리어 작업은 아기처럼 소중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제일 좋았기에 계속 해나갔다. 모두 안된다고 할 때 방법을 찾아냈다. 특히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실제로는 개집 하나 만들어 본 적 없을 건축설계사와 대부분 속물인 월가의 부자들이 고용인 사이에서 건축현장을 진두지휘한다. 설계사는 말도 안 되는 도면에 따라 공정을 요구하고, 고용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애써 만든 작품을 부숴버린다.
이에 대항하여 저자는 설계도의 디테일을 더하고 끊임없이 소통한다. 나는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내 삶에서 수용하고 싶었다. 또한 운이나 (운의 일종인) 타고난 재능보다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 무척 예스럽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만 열정을 가진다면 언젠가는 장인은 될 수 있다. 나는 부자의 길이 아닌 장인의 길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완벽'이란 타고난 아름다움이 아니라 상처가 아물어 투박해진 장인의 손이 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내게는 화려한 사진이 가득한 인테리어 잡지가 마치 예쁜 아기 앨범과 같다. 그런 사진은 모두 자랑스럽지만, 그 상태를 만들어내기까지의 혼란을 떠올리면 터무니없게만 느껴진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현장 노동자, 푹푹 찌는 날씨, 거칠게 소리 치는 고객, 부상, 다시는 일을 맡지 못할 만큼의 끔찍한 실수 등은 도대체 그 사진 속 어디에 있는가?
내가 더 이상 믿지 않는 몇 가지 신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나는 정직하다.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인생은 계속된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누구나 이와 같은 자신만의 신념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오후, 부부의 친구가 아파트를 둘러보러 올 참이라 인 부들은 3시까지 철수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동료들은 2시 50분에 나갔다. 내가 코트를 입고 아파트 입구로 나온 그 순간 메인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나는 여주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것 을 보고 자리를 피하려 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마크 씨!" 하고 나를 부르는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인은 마야를 보고 꽤 놀란 표정이었다. 마야는 늘 그랬듯이 검은 재킷을 입은 세련된 모습으로, 부인을 본체만체하고 나에 게 곧장 달려와서 반갑게 껴안으며 인사를 건냈다. "잘 지냈어 요? 너무 오랜만이네요! 세상에, 이 집을 마크 씨가 공사한 건가요? 정말 대단해요. 너무 멋지네요." 그러고 나서 부인을 바라보며 "이분이 공사를 맡았다니, 사모님은 정말 운이 좋으세요!"라 고 말했다. 마야는 내게 팔짱을 끼고 집 안 곳곳을 자세히 보여 달라고 했다.
마야의 칭찬은 내게 과분했다. 나는 그동안 같이 일하면서 그녀를 항상 유쾌하고 예의 바르게 대했고 함께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거친 말이나 행동을 한 적도 많았다. 그날 마야는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완벽하게. 진심으로 도와주었다. 그날 마야에게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만큼 큰 신세를 졌다.
그 후로 공사를 맡긴 집주인 부부는 더는 심한 말을 퍼붓거 나 괴롭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재능이 없거나 충분히 재능을 계발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은 정말 쓸모가 없다. 어떤 일을 얼마나 능숙하게 하느냐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얻는가다.
나는 '천부적인 기질'이 있었을까? '재능'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모든 아이에게는 재능이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재능'이 있거나 없는지 꼬집어서 아이에게 알려주 는 것은 재능의 불씨를 꺼버리는 셈이다. 나는 그 단어가 싫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 중에서 기쁨과 진정한 만족감을 앗아가는 것이 '재능'이라는 단어다.
감쪽같이 낫지 않아도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된다.
비결이 있다면, 모든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면 연습만으로도 보람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매일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마음에 드는 일을 정한다.
2. 그 일을 잘하는 요령을 아는 사람을 한 명(그 이상이어도 좋다) 찾아라. 세계 챔피언 수준은 아니더라도 제대로 가르쳐줄 실 력만 있으면 된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다소 어려워하며, 그들이 하는 말을 부분적으로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상대방도 나를 좋아한다면 금상첨화다. 예의를 갖춰 라. 대가를 요구한다면 제때 수업료를 내야 한다.
3. 귀를 기울여라, 내 판단은 잠시 접어두고 상대방이 말하는 대로 해보길 바란다.
4. 자주 연습하고, 정해진 연습 기간을 지킨다.
5. 열심히 노력해도 잘 안되면 도움을 청한다.
6. 단점을 인정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배로 노력한다. 그러면 실력이 빠르게 좋아질 것이다.
7. 나를 매료시킨 일에 관해 가능한 한 많이 알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끊임없이 매료될 것이다.
8. 성과가 있으면 간단하게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다.
9. 일 자체를 즐겨라. 몸과 마음, 정신을 쏟아서 즐겨라. 할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놀이처럼 하라. 열정적으로 하는 데 부 담을 갖지 마라.
10. 제대로 자격을 갖추면, 다시 말해 몇 년에 걸쳐 성실하게 연습했다면,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르쳐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요청하라.
아무도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몇 가지 규칙을 깨달았다.
1. 몇 번을 수정하더라도 세세하고 효과적인 계획을 세운다. 계획 없이 일할 수도 있지만, 좋은 계획이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된다.
2. 계획이 완성되면 더는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지 말고, 일 자체에 집중한다.
3. 가장 힘든 일, 하기 싫은 일부터 시작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생각해보면 어느 것부터 처리해야 할지 금방 알 수 있다.
4. 비슷한 종류의 일은 한꺼번에 처리한다. 빗자루를 들었다 면 쓸어야 할 곳을 모두 찾아다니며 비질한다. 그러고 나서 도구를 바꾼 다음, 새로운 도구에 맞는 일을 한다.
5. 처리 속도를 최대한 높인다. 단,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유명세를 누릴 때 가 있다. 인생에는 무시무시한 저주에 비할 만한 끔찍한 순간이 많은데, 유명세를 얻는 것은 최악의 저주 3위 안에 들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1~3위에 포함될까? 완벽한 외모를 타고나는 것.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것 그리고 명성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세 가지가 큰 행운이라고 여기지만, 착각이다. 천사의 탈을 쓴 괴물이야말로 가장 악랄한 법이다.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품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정말 아름다운 결과물이 완성되면 큰 자부심을 얻는다. 하지만 결과물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만든 것이 내 소유물로 남아 있던 적은 없다.
나는 상대의 말을 들을 때, 뭐라고 말해줄지 딴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집중력을 발휘하여 상대의 말을 듣다 보면 내면의 자아가 들은 내용을 곰곰이 생각하며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 현한다.
그 맛이 어떤지 알아요.
나도 시도해 봤는데 실패했죠.
나도 좀 아팠어요.
이젠 다 나았어요.
그게 얼마나 속상하고 절망스러운지 잘 알아요.
사랑했고, 이젠 극복했어요.
요즘은 이 도시가 더 좋아졌어요.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길에서 '자유' 때문에 고민한 기억은 많지 않다. 내가 겪은 어려움은 대부분 '의지'에 관한 것이었다.
의지는 사람의 행동에 달려 있다. 모든 영역에서 능력과 성취 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의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데, 나는 이 점이 늘 의아했다. 사람들은 의지에 대 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서 의지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다. 과 정은 대부분 무시된다. 어떤 음악가나 운동선수가 비범한 재능을 보이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이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의지의 결실이 무대에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상품화될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하며, 의심이나 실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년간 굳은 결의를 품고 열심히 연습해야 거둘 수 있는 결과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열 심히 노력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의지는 행동에 중심을 두지만, 그 마법은 우리의 능력과 정체성까지도 바꿀 수 있다. 의지의 결과를 인식할 때 영감을 줄 수도 있을 만큼 의지는 강력한 힘이 있다.
지금까지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최고의 건축물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안전하다. 적어도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와 장소에 한해서는 안전성이 보장된다. 자연 요소가 결과물을 휩쓸어 버리거나 난간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많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2. 사람들에게 멸시받지 않는다. 공동체의 영향력은 매우 크 다. 공동체 성원 상당수가 어떤 구조물을 불쾌하게 여긴다면, 그 구조물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3. 건축물 전체에 건축업자의 기술이 분명히 드러난다.
4.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안다. 절벽 끝에 지어진 수도원이든, 숲속 깊이 자리 잡은 초가지붕 오두막이든, 최고의 건물은 원래 지어진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기이하게 생긴 낚시 오두막에서 강한 의지와 고집스러운 겸손함이 느껴지듯이, 가장 영광스러운 대성당은 권력과 외경심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요즘 세상에는 한 가지 특성을 추가해야 한다.
5. 좋은 건축물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