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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세웅 Nov 28. 2023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환자분으로부터 받은 축하

지난주 금요일에 병원 복도를 걷다가 우연히 입원 중인 환자분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빠른 걸음 때문인지 환자분은 내게 평소에도 바쁘시군요라며 말을 건넸다. 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어젯밤에 잠은 잘 주무셨는지, 컨디션은 괜찮은지와 같은 안부 인사를 했다.


주말엔 좀 쉬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마침 일요일이 생일이라 집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오라는 환자분의 말에 감사함을 전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생일이 지나 다음 주가 되었고, 나는 입원 중인 환자분들을 만나러 병동으로 향했다.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가자리에서 환자분은 책을 읽고 계셨다. 컨디션은 좀 괜찮으신지에 대한 나의 질문에 환자분은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커튼을 닫으려는 순간 환자분이 내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잠깐만 기다려봐요. 줄게 있어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병원 카페에서 파는 건데 맛있더라고요."


환자분은 서랍에서 꺼낸 쿠키를 내게 건네며 내 생일을 축하해 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나는 놀랐고, 크게 감동했다. 입원생활 하시는 것만 해도 참 힘이 드실 텐데, 지나가면서 잠깐 언급했던 내 생일을 기억하고 마음을 써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환자분을 잘 돌봐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또 환자분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이럴 땐 참 누가 누굴 돌보는 건지 헷갈린다. 마음이 무너지고 속상할 때마다 쿠키를 먹으며 오늘 받은 감동을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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