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ㆍ인터넷을 통해 여성 경찰의 자질론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여성 경찰이 아니라 바닥난 공권력이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거친 치안 현실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양립한다. 좀 더 풀어보자.
우선 매 맞은 공권력이 아니라 여성 경찰에 초첨이 맞춰져 있기에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남자 경찰 두 명도 거칠게 저항하는 피의자 한 명 제압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경찰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문제보다는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천박한 시민의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지적도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원인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피의자 한 명 제압 못하는 경찰에게 국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냐는 논리겠다.
위 두 개의 지적은 일리 있으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들추어냈다. 즉 여성 혐오다. 범인 체포를 하지 못하는 여경, 홍보에만 동원되는 여경을 들먹이며 여성'경찰'을 비난하고 있지만 경찰은 껍데기일 뿐 '여성' 비난이 본질이다.
다른 대상과 달리 경찰을 비난하기는 쉽다. 공권력에 대한 주권자의 비판은 권리고 의무가 되기 때문이고 게다가 경찰은 얻어 맞는데 익숙하지만 반격엔 무기력하다. 따라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염려 없이 여성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경찰청의 대처는 안타깝다. 악의 편집과 유튜브의 속도가 결합하여 BTS의 조회수를 넘 나들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동영상 일부를 공개하느니 전체 공개하느니 하고 있다. 그마저도 덧입혀지고 있는 꼴이다.
이미지 출처=구글
'경찰인 여성'에 대한 비난은 과거부터 있어왔던 사회적 이슈. 특히 군 가산점 논란 이래로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훗날 평등ㆍ소수자 정의ㆍ역 성차별 등의 문제와 뒤섞여 사회적 합의는 일그러졌다. 다시 말해 속도 조절의 실패가 주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식과 정서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지배 문화를 전복해야 한다면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듣지 못한 듯하다. 따라서 더디더라도 대화와 이해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 즉 관용의 시선 아래 대화 나누는 과정이 없었다. 민주 정부로 바뀌었지만 해결 방식은 군부처럼 급했다. 기간 내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권 바뀔 때마다 리셋의 과정을 밟았고 차곡차곡 쌓아 온 나머지 보시다시피 파시즘적 혐오 양태를 띠게 되었다.
나는 경찰이 이 논란을 바로 잡는데 선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비 9 대 1의 마초의 세계, 인식의 차이든 희롱이든 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아 무엇이든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여건. 자! 어떤가. 아무리 급해도 탱크 보다 대화가 빠를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