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olisopher
Jul 26. 2019
감찰은 고뇌했을 것이다.
어느 지구대 팀장의 진술서를 읽고
감찰은 고뇌했을 것이다.
밤샘이라는 발암물질을 온몸에 뒤집어 쓴, 그 더럽고 어두운 공기에서 조금이나마 일찍 벗어나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찰은 고뇌했을 것이다.
팀장이라고 해봐야 조금 늦게 오고 조금 일찍 보내는 것에 윙크하기, 팀원들에게 베풀 수 있는 몇 안되는 배려ㆍ권한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감찰은 고뇌했을 것이다.
30년 넘게 징계ㆍ경고 없이 격동의 경찰을 거치고, 어깨 위 외로운 무궁화 하나 힘겹게 지고 있는 이에게 진술서를 작성케 할 수밖에 없었을테니 말이다.
감찰은 고뇌했을 것이다.
'직원들을 일찍 보낸 건 나의 책임이다.' 이렇게 진심을 다해 쓰면 '밤새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했을 그에게 경고장을 줄 수밖에 없었을테니 말이다.
감찰은 고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동료들의 상식ㆍ공감과는 거리가 먼 일을 생각해야하고 그런 일을 해야한다고 믿을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자신을 쭈욱 보아야할테니 말이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표지사진출처
[단독]“8분 일찍 퇴근시켰다고···경찰 34년 만에 경고장을 받았습니다”-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