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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May 13. 2020

뜨거움 이식 수술

경찰관이 되고 싶은 옆집 사는 갑순ㆍ갑돌에게




멘토이자 교수요원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은 뭐냐고 물었어. 현장 경험 플러스 이곳 경험을 더해보면 크게 경찰학교에서 기대하는 건 두 가지. 하나는 실무교육. 하나는 경찰관으로 의식 전환.


실무 교육은 그야말로 경찰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술적인 측면을 지도하는 거야. 생활안전ㆍ형사ㆍ교통ㆍ수사ㆍ사격ㆍ운전 등 사건 접수를 하고 출동해서 피해자를 돕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전 과정을 다루지.


하지만 경찰학교에서는 숙련된 기술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기초 교육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어. 나도 실무교육의 한 분야를 맡고 있어서 내 과목에서만큼은 하나라도 더 쉽게 익히도록 돕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크게 생각하는 부분은 '경찰관으로 의식전환'이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불황 탓이겠지만 젊은 세대에게 안정적으로 일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한 분야의 베테랑으로 활동했을 사람들이 제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경찰이 되려는 이들의 동기를 짐작할 수 있거든.


이렇게 생존의 문제가 걸렸으니 '경찰관'이 주는 고유의 무게감은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어. 그냥 대충 하면 되는 거 아냐하고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보이거든, 스스로 택한 직업, 어떻게 생각하든 그 사람 자유지만 그래도 경찰관 하겠다는 사람들 앞에 두고 나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거야.



실무능력? 스킬? 말했던 대로 여기서는 한계가 있어 어떤 일이든 그렇잖아. 아무리 학교 성적이 좋고, 스펙이 뛰어나더라도 방금 입사한 신임에게 중책을 맡기지 않듯이 경찰도 마찬가지야. 1등으로 졸업하고 나가더라도 가정폭력 사건에서 넉살 좋은 중재자 역할은 무리일 거야.


설령 그렇다고 쳐. 현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열혈 신임이 있어. 기술이 좋고 업무처리가 빛나는 경찰이 있다 이거야. 범인 빨리 잡고 신고 사건 얼른 쳐내고. 아주 효율적으로다가. 맞아 유능한 거야. 하지만 그 능력만 빛나면 글쎄다. 그건 무늬만 경찰로 머물 수 있어.


왜냐고? 효율적 업무 처리에 특화되어 있다면 그는 매사에 시간을 절약하려고 할 거거든. 그래서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의 눈을 보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겠다는 생각을 못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그러다 보니 말을 끊거나, 딱딱한 표현을 쓰거나 이야기 전체를 경찰이 이끌어 가려고 하는 거지.


그래도 결과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경찰에게 결과만 좋은 일 따위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야. 무슨 말 하다 여기까지 왔냐? 아아 그렇지 기술만 뛰어난 경찰은 경찰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효율도 효율이지만 '경찰의 의식'에 더 무게를 싣는 쪽이야. 경찰이 되려는 사람은, 진짜 경찰 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기술과 효율이 경찰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거든.


사람 냄새 깊이 나는 곳이 경찰 향과 맛의 원천이라고 보는데  맛을 보려면 조급해서는 안 돼.  빨리 더 많은 실적 쌓기가 경찰 능력이 된다거나 인센티브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단 말이야. 이 모든 짓이 사람을 도구로 삼는 거 아니겠어. 내 출세의 도구 말이야. 그런 경찰은 자신도 도구로 삼는 거야. 인격을 성공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건 자신의 인격을 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거든.


경찰의 의식 전환이라는 표현에 거부감 가질까 미리 말해두겠는데 세뇌ㆍ강요ㆍ강압 따위는 없어 한 마디로 사람들을 위해 불편ㆍ위험 감수하기로 작정한 이들이 경찰이라면 그들에게 우선 되어야 할 미덕이란 결국 '사람을 생각하는 경찰'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야.


합격! 필승! 만 생각하며 벼랑으로 자신을 몰아넣은 끝에 경찰학교 문턱을 넘어선 사람들. 어때?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  볼만 하지 않냐.


암튼 나는 어찌 보면 주제넘을 수도 있는 짓을 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단 맞겠다는 이들에게 주사 큰 걸로 다 한 방씩 놔줄 거야. 놓자마자 주사액은 혈관을 타고 순식간에 뇌혈관으로 들어가 약 1도 낮은 온도로. 머릿속은 시원하다고 난리겠지?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뇌가 따뜻해져. 괜찮아 괜찮아. 원래 체온으로 돌아온 거니까.


그러다가 맥박이 조금씩 빨라지는 걸 느낄 거야. 효과의 첫 번째 증세가 드러난 거지. 이제는 심장이 꿀렁꿀렁 요동칠 거야. 놀라지 마.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으니까. 그러다 어느 틈엔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 이 지경에 이르면 이제 준비가 된 거야. 어떤 준비? 경찰관의 심장을 가질 준비.


그러면 이제 본격적 집도에 들어갈 차례된 거야. 무슨 수술이냐고? 


뜨거움 이식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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