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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May 15. 2019

경찰에게 스승이라는 건

중앙경찰학교에서 스승을 생각하다




멘토ㆍ교사ㆍ선배ㆍ인스트럭터ㆍ코치 그리고 교수...


우리는 어찌 되었든 인생을 살아가며 나열한 하나의 타이틀은 쥐어 본 셈이다. 저 흩어진 말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스승'이라고 하겠다.

단어별 어감의 차이는 있으나 그들의 역할은 오직 하나. 기술이든 정신이든 자신들의 것으로 누군가를 이끈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 각자의 가치를 차등하여 매기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이며 구태여 구분하려는 이는 스승의 참뜻을 알지 못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앙경찰학교엔 교수요원이 있다. 현장을 말할 땐 선배, 기술을 전수할 땐 인스트럭터, 위로를 건널 때 멘토가 된다. 올인원, 곧 스승이다.

그들에게는 현장의 짠내가 물씬 난다. 이마 주름은 깊이 패어있다. 입술엔 농염한 현장의 것이 덕지덕지 묻어있으며 그 투박함 안에 고독한 낭만도 드리워져있다.

그들은 현장의 증인이다. 그들의 스토리는 한 편의 활극이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구구절절함이 있다. 간혹 화려한 포장지를 쓰지만 담긴 내용은 진짜다.

그들은 현장 경험을 전수할 때 골수를 쏟아낸다. 수업이 끝나고서야 그 대가를 치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종횡무진 수업 현장을 누빈다.

이들은 시민의 숨소리를 듣고 그들의 입냄새를 맡아왔다. 이렇듯 경찰의 본질을 맛 본 이들이 중앙의 스승이며 젊은 경관의 마중물이다.

그런 그들에게 없는 것이 있다. 존중ㆍ존경받을 의무랄까 혹은 권리라고 해야 할까. 스승으로서 자존감이 부족해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애초에 박탈된 듯 보인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며, 여기서 욕먹고 저기서 욕먹는 것이 익숙해서 인가. 스승이면서도 그 타이틀이 어색하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하고.*

누가 그들을 어색하게 만들었는가. 일부 몰지각한 시민에게 돌려야 할까. 이들의 가치를 애써 폄훼한 이들인가. 아니면 자존감을 내줘버린 자신들인가.

유령 학교. 눈빛이 살아있는 똘망똘망한 교육생이 있고 아름다운 교정이 있지만 밟고 싶어도 그리할 수 없는 '그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 듀스 2집 '우리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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