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olisopher
Apr 15. 2020
나의 가치는 몇 점일까
중앙경찰학교 평가 시즌을 맞아
상품의 가치를 따질 때 숫자만큼 직관적인 것이 없으며 그래서일까 구매자는 안도한다. 같은 돼지고기지만 물 건너온 것인지 신토불이인지에 따라 또는 부위에 따라 숫자가 달리 매겨지며 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숫자의 권능을 믿으니까.
사람의 가치를 숫자로 매길 수 없다고 오래전부터 여럿이 말해왔지만 오늘 나는 어떤 숫자를 받았고, 그것은 나의 이름이 되었다. 동시에 나를 아로새겨 준 경찰 후보생들을 떠올렸다. 친애하는 나의 제자이자 동료들.
나는 웃는다. 프리미엄 한돈과 비교될 때는. 나는 짜증 난다. 각 대륙에서 날아온 살덩이로 다루어질 때는. 내가 아닌데도 이 '나'라는 굴레는 나의 이성과 감정을 꽁꽁 묶는다. 그것이 곧 나의 능력과 교육철학의 척도가 된다.
무기력하게도 이 사칭자를 응징할 힘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망치는 것뿐. 그러나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뛰고 또 뛰어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내 안다. 이탈을 작심할 때부터 내 어깨 위의 숫자는 웃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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