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어이 순경은 가라

by polisopher

“여기 제일 고참이 누군가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경찰관 아저씨는 계급이 뭐죠?”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놈이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갸웃하며 내 어깨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어.


“순경님 말고요. 팀장 없나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신데요.

“고참 하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여기서 내가 젤 고참인데...”


마침 사무실에는 나 외에 두 명의 순경이 있었는데 전입 일로 치면 내가 제일 고참이었거든.


“그럼 높은 사람들은 언제 들어오는데?”

“순찰 중이라 2시 정도에나 들어올 텐데... 그런데 무슨 일인지 말 안 하실 건가요?”

“왜요? 기분 나빠요?”

“이건 아니죠.

뭐가 아닌데요.”

“지금 무시하고 있잖아요.

“순경 아저씨. 제복 입었다고 똑같은 경찰은 아니잖아요. 그쵸.”

“그럼. 내가 뭐로 보이는데요?”

“......”


‘야 이 자식아 말하기 싫으면 꺼져. 퇴거불응으로 쳐 넣어버리기 전에.’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아래서 솟구치고 있는 걸 간신히 억눌렀어.

내가 못 할 일 같으면 당장 높으신 냥반 불러다 드릴 테니까.”

“음...”


놈은 여전히 니 따위가 뭘 알겠냐는 듯한 얼굴로 둥그런 탁자 앞에 앉고는 손가락에 깍지를 끼며 나를 쳐다보았어. 이면지와 볼펜을 들고 놈 앞에 앉으며 놈이 무슨 얘기를 할까 싶어 살짝 긴장했지.


“무슨 일인데요.”

“이거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아오.. 씨.. 그만 좀 뜸들여라.


“그러니까... 전철역 뒤쪽에 세를 내 준 집이 몇 채 있는데.. 그 중 한 놈이.. 계약이 끝났는데 안 나가. 어떻게. 순경님이 할 수 있겠어?”


말 문이 턱 막히더라. 어이없어서.


“그걸 왜 내가 합니까. 그쪽 문제를.”

“뭔 소리... 이런 사기꾼을 안 잡아가면 경찰이 뭐 하는데요.”

“사기죄? 이게?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및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박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게 사기죈데?

“......”

놈은 마치 외국인을 맞닥트린 듯,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어.


잘 들어봐요.


자기 집도 아니면서 싸게 판다고 계약금 받아 먹고 도망간 놈, 땅 팔면서 근저당 잡힌거 말 않고 판 놈, 편의점 알바생에게 사장 친구라고 뻥치고 돈 받아 도망간 놈, 미국소를 한우라고 뻥 친 놈, 홈쇼핑에서 인삼을 산양삼이라고 뻥 친 놈, 의사 행세하면서 보리차를 만병통치약이라고 뻥 친 놈..


이렇게 뻥 쳐서 재물 챙기는 놈들을 사기꾼이라고 하는거요. 그러니까. 우리 아저씨는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고요.”

“......”


쪽팔린 건지 화가 난 건지 놈은 입술을 오므린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는 모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지.


“어.. 그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택임대 언제부터 했어요.”

“상속받.. 3년 정도 된 거 같은데..”

크....”

경찰이 어떤...뭐 해줄 수 있...

“이런 상황은요. 에여... 그쪽에서 알아서 해야하는 거요. 임인을 구워 삶든 소송해서 쫓아내든... 명도소송 들어봤어요?”

“아.. 뇨..”

“1도 모르는 냥반 같으니. 그러면서 뭐? 순경은 가라?”

“미안.. 요.”

“됐고. 법무사를 찾아가든 변호사를 찾아가든.. 그쪽으로 가요.”

“그럼. 그쪽으로 가면 세든 사람 쫓아낼 수 있어요?”

“그건 거기 가서 들을 내용이고, 이거 하나만 듣고 가요. 세입자 없다고 강제로 문 따고 들어가거나, 물건 밖으로 들어내면 집주인이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거.”

“아. 그게 무슨..”

“세입자들 물건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이 냥반아.”

“아. 네네.”




어딜 가나.런 찌질이들이 있다. 딴에는 돈 좀 있고 뭐 좀 한다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아이들 말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내 어깨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게 된다.


이런 인간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세상과 인간의 가치를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평가하려고 한다. 하긴 나름 정직하고 성실하게 왔다고 자부하는 자들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래서 다른 가치들이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겠지.


니들이 그렇게 무시하는 순경만 해도 그렇다. 누군가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너희들이 입힌 제복인데...

한 명의 순경이 되기 위해 소쩍새가 얼마나 많이 울어야 하는지 모르지?


혹독한 체력과 법률 시험, 엄격한 면접과 인성 테스트를 거치고, 8개월 간 이론과 실무 기초를 갈고닦아야 겨우 현장에 첫발을 내딛게 돼.


결국엔 니들이 내냍는 배설물욕설ᆞ침이가 되는거지만...


순경들...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사는 사람이야. 말하자면 니들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라는 국가의 명령을 받은 로맨티스트들이지. 물론 보수도. 직업이니까.

이런 경찰들이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할까? 자신을 위한 돈과 명예? 아님 누군가를 위한 사랑과 정의? 니들이 국민이라면 예외 없이 후자를 택하겠지.


그러면 순경에게 뭘 기대해야겠어? 따뜻함이나 어떤 전문성 같은 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자꾸 경찰 어깨만 들여다보는데. 무궁화 꼭다리 모양이 뭐냐. 말똥이 몇 개냐. 그딴 게 그렇게 궁금해?

니들이 경찰들 계급만 들여다보면 어떻게 될까?

너 나할 것 없이 순경에서 탈출하려고 기를 쓰겠지. 어차피 니들 시선 따라갈 수밖에 없거든. 니들이 바라는 건 순경이 아니니까.


계급 높으면 잘 할 거라고? 천만에. 경찰은 무궁화 개수가 아니라 마음이다. 자나 깨나 사람들 생각하는 마음 말이다. 그게 경찰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경찰의 존재 이유인 거야.

바보들...


ᆞᆞᆞkantrolᆞᆞ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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