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olisopher Jun 15. 2018
“봉 순경님. 같은 사안을 놓고 손바닥 뒤집히듯 달라지면 곤란하죠.”
“뭐가.”
“지난주에는 경고만 하시더니, 오늘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딱지를 끊던데요.”
경찰학교에서 실습을 나온 강 순경이다. 어제부로 임용이 되었으니 현장 맛을 본지 이제 한 달이 된 셈이었다. 오전 순찰 근무 중에 단속한 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때 하고 같다고?”
“운전자와 단속 장소가 다르지만 상황은 같잖아요.”
“달라, 니가 말했잖아. 운전자도 다르고, 단속 장소도 다르다고. 상황? 물론 같다고 할 수 있지. 신호위반 자체만 보면.”
“그러니까요. 똑같이 신호위반을 했는데 누구는 경고를 하고 누구는 범칙금을 내느냐죠.”
“여기 신호위반을 한 A와 B가 있어. 왜 그랬냐고 했더니. A는 똥 마려워서 했대. B는 신호대기하기 귀찮아서 했어. 어때? 똑같은 거야?”
“결과는 같지만 동기는 달라 보이네요.”
“그렇지. 단속할 때 그런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거지.”
“그래도 부당하고 옳지 않아 보이는데요.”
“뭐가 또”
“한쪽은 똥 쌀 것 같다니까 경고만 하고, 기다리기 싫어서 위반했다는 운전자는 벌금을 내니까요. 둘 다 위반한 사정을 말했을 뿐인데 B입장에서는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고의로 위반한 거랑, 불가피하게 위반한 거랑 다르다고 보는데.”
“고의로 위반한 사람이 거짓말로 나도 똥 마려워서 그랬다면. 그래서. 모면할 수 있었다면 정직보다는 거짓이 통용되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일리는 있네. 그런데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니냐.”
“단속이라는 게 사회질서나 정의를 세우는 일인데 납득할만한 기준이 없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순순히 받아들이기 곤란할 것 같은데요.”
“경찰에 대한 불신만 쌓일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요? 저도 경찰 되기 전에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어 봐서요.”
“그럼 강 순경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예를 들면 단속 업무를 하다가, A 같은 불가피한 위반자가 나오면 이후부터는 단속 업무를 중단하거나, 경고조치만 하는 거죠.”
“음... 또.”
“딱지를 끊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설득하여 경각심을 심어주자는 거죠. 교통위반 때문에 당신도 누군가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너무 안타깝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절절하게.”
“이미 그런 정도는 알고 있다고 전제해야 하지 않을까.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홍보와 학습이 되었다고 보는데..”
“봉 순경님은 그렇게 단속해 본 적이 있나요?”
“글쎄.”
“그럼... 가정만 하고 계신 거네요.”
나.
싸가지 없다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심기가 뒤틀리면 단속 표지판을 치우고 현장에서 철수한 적도 있었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단속하는 꼴이 지랄 맞아 보여서...
다른 사람들은 다 그래도. 경찰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선배에게 따져 물은 적도 많았으니...
물론 강 순경 말대로 해 본 적 있었어.
화만 낼 줄 알았던 운전자가 미안하다며 쑥스러워 웃기도 하고, 다시는 안 하겠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짐하는 운전자도 있었고, 박카스를 들고 와서 조용히 내려놓고 가버린 운전자도 있더라.
놀라웠어. 운전자들의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지.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단속 시간은 짧아졌고 단속의 양은 늘어났다.
왜 그랬냐고?
언제 올지 모를 신고 때문에 운전자와 이야기 나눌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해 봐야 소용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
진짜?
아니.
미안...
방금 이런 문구가 LED 표지판처럼 머릿속을 가로질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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