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릴 것 없이 경찰 고위직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 총선이었다고 본다. 그들이 경찰에서 어떤 활동을 했고 언론과 경쟁자들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든 그들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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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초선으로 당선된 두 명과 낙선한 한 명의 인물을 기억한다. 그들과 각별한 관계는 아니었다. 같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 빼고 그들 모두 나와는 다른 경로로 경찰이 되었고 우연이라도 서로 지나치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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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된 A는 조직 안팎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다. 먼발치에서 아주 가끔은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던 A는 북한산 바위처럼 거칠고 단단해 보였다. 권력분산, 민주주의 이념을 찬양했던 그의 특기는 검경 수사권 앞에 몸 투척하기였다. 고약한 놈 한 녀석만 팼던 그가 입법가가 되었다는 건 국민 입장에서는 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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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된 B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서툴지만 기타를 들고 동료들 앞에서 노래도 불러주던 낭만파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시집도 냈고 재미는 없지만 한 장짜리 소식지를 끊임없이 쓰고 나누는데 퇴직 전까지 미루지 않았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악명 높은 감찰개혁을 두고 현장과 머리를 맞댔던 그, 일선과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데서 A와 박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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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한 C 또한 원칙주의자로 이름을 떨쳤다. 일단 그의 인상도 B만큼 온화하다. 먼발치의 나 역시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이들이 이벤트 주의자라고 수군거릴 때도 아니라 우겼다. 하지만 몇 걸음 다가가려 했을 때 그가 내린 셔터에 막혔다. 나아가 너희는 나의 아바타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서 영혼은 털리고 만다. 그의 핏발 서린 눈동자를 본 것도 그때였다. 그에 대한 환상은 그렇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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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는 당선될만한 인물이다. 그들은 먼데부터 가까운 데까지 한결같은 생각으로 현장 경관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C는 낙선할만한 인물이다. 먼 곳과 가까운 곳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인지부조화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