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욕설 비례의 원칙 2 : '공권욕'의 효과
by polisopher Jun 4. 2018
공권욕
욕설 비례의 원칙이 2022년에시작했으니 1년 만이야.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 2018년도에 사는 니들은 전혀 감 잡을 수 없을 걸.
공권력이라는 말 알지? 강제적이든 강제적이지 않든 어차피 같은 의미지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말하잖아. 대표적으로 경찰과 검찰 정도를 들 수 있겠어.
욕설 비례의 원칙이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문화로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 즈음, 이 용어가 주는 추상성 때문에 국민들은 스스로 입에 착 감기고 뇌리에쏘옥박힐만한 말을 지어냈어. 우리나라 사람들, 말 지어내기 천재들이잖아.
이름 하여, 공권욕이야. 공권력인 경찰이 하는 욕이라 공권욕. 어때? 그럴싸 해? 2018년에서 불과5년 지났을 뿐인데 세상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어.
경찰, 알코올 안개로 뒤덮인 밤의 뒷골목을 접수하다
유흥가가 밀집되어 있는 골목을 지나다 보면, 묘한 적개감이랄까, 일종의 살기 같은 것도 느껴지는데 삼삼오오 모여 있는 술취한 남자들의 빈정거리는 눈빛, 삐딱한 자세, 마치 시비라도 걸어달라는 듯 경찰이 지나가는 발 앞에 침을 뱉기도 하면서 전의를 상승시켜, 아마도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를 끼고 골목을 걸을 때면 전투력이 대폭 상승하는 것을 느낄지도 몰라.
공권욕이 도입된 초창기에 이런 모습은 여전했어. 욕설 배틀에 도전장이라도 내려는 듯한 말과 행동들, 경찰들은 그들의 도전을 과감히 받았고 이후 그들 대부분은 자리를 설설 피하하거나, 무릎을 꿇고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기도 하고, 불과 몇 마디에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어.
그들 대부분이 상대의 도발을 이끌어 낼만큼 육덕지고 차진 혀를 가졌어. 역시 중원의 고수들은 달라도 달랐던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찰에게 손을 들고 야 말았는데 그들의 욕설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불법이 되지만, 경찰은 반대로 합법의 욕설이 되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동네북으로 불리던 경찰들에게 욕설을 듣는 다는 것은 여전히 적응하기 곤란했던 모양이고, ‘당신은 개새끼입니다.’와 같은 정통 욕설 텍스트와 거리가 먼 부조화가 듣기 거북했다고 해. 이건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말 사람을 우롱하는 듯한 기괴한 모욕이 정통 욕쟁이들의 손사래를 치게 했다지 아마.
이처럼 경찰 욕설 비례의 원칙이 알코올이 분무된 밤거리를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새로 도입한 맞춤형 욕설 교육에서 찾을 수 있을 거야.
국어학자, 역사학자, 빅데이터 전문가 그리고 심리학자로 구성된 경찰 욕설 비례의 원칙 T/F팀에서 개발한 경찰관 맞춤형 욕설 체계가 술 냄새 풍기는 욕설의 거리를 잠재운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달라진 술 문화, 달라지지 않은 술 소비량
“안녕하세요. 장사 잘 되시죠?”
냉동고에서 스크류바 2개를 꺼내며 말했어.
“어...그치뭐.”
관내 나들가게 사장님의 '그치 뭐'라는 표현은 기분 나쁘지 않다는 표정 안에 담겨 있었지.
사실 욕설 비례의 원칙, 즉 공권욕이 허용되면서 가장 반발이 심했던 부류는 유통과 주류업체였어. 공권욕의 대상이 술떡된 욕쟁이들이었기 때문에 공권욕의 확산은 곧 마트와 저녁에 술과 음식을 파는 요식업체의 매출 저하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훤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 우려는 절반만 맞았지. 밤이 되자. 몰라 볼 정도로 한산해졌어. 경찰과 욕설 배틀에서 털려버린 술떡들의 초췌한 표정들이 유튜브에 연일 업데이트 되자.잠재적 술떡들이 알아서 기었거든.
그런데 술떡들이 공권욕에게 더러운 꼴 안 당하려는 통에 밤거리가 한산해진 것은 맞지만 술 매출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어. 술을 사들고 집에서 먹게 되었거든. 그리고 술 먹는 시간을 일찍 잡기 시작했지. 집에서 마시는 술, 굳이 늦은 시간에 잡을 필요가 없게된 거야.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술집들이 '낮맥', '낮걸리'와 같은 새로운 낮술 메뉴를 개발했고, '적당히 즐기는 낮술, 부모 잘만 알아본다'는 슬로건을 내건 술집도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는 새벽 출근 점심 퇴근 문화가 확산되었고, 덕분에 저녁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게 되더라. 역시 술을 중심으로 직장과 가정생활 패턴을 바꾸어 버리는 애주민족다워.
특히 주목할 만 한 건 야간+술 때문에 주로 발생하던 폭행, 강도, 절도, 성폭력, 분실물, 미귀가자 관련사건 발생 건수가 수직 하강 해 버리더라는 거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바뀌어 버릴 줄은 몰랐던 거지.
경찰 머릿속에 퍼진 시원한 박하사탕
아울러 경찰들에게도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지. 어떻게 됐을 거 같냐? 그래. 마침내 욕 들어먹지 않은 세상이 왔어. 더 이상 노가리에 해물탕 안주가 섞인 알코올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니 표정들이 날로 환해질 수밖에.
물론, 낮술로 인한 문제가 왜 없겠어. 하지만 낮술에 취한 사람이 거리를 마구 활보할 수는 없게 되었지. 밤과 달리, 자신의 추한 몰골이 낯선 이들에게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게 싫었던 모양이야. 알아서들 조심하게 되었지.
이로써 경찰은 술로 인한 결론 없는 신고, 무도한 욕설에서 차츰 해방되었고, 자연스레 욕 얻어먹을 일도, 욕할 일도 줄어들게 되니 박하사탕 퍼지듯 머릿속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날아갔어.
머리가 시원하니 일도 즐거워지고, 콧노래를 부르게 된 경찰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살뜰하게 챙겼지, 이에 감동한 시민들은 우리 동네 순경 최고라고 엄지손을 척, 치켜들더라.
와우. 경찰들의 자부심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얼마나 더 오를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야.
욕설 비례의 원칙이 도입된 취지를 떠올려봐 첫째, 무차별적인 욕설로부터 인간으로서 경찰의 존엄을 보호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경찰에 대한 욕설로 땅바닥으로 떨어진 공권력과 그것 때문에 불안해진 치안, 나아가 심각하게 훼손된 국가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함이라고 했어.
공권욕 도입 1년이 지난 지금, 이정도면 성공했지 싶다. 일단 경찰의 표정을 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 그 표정들이 음주문화를 바꾸어 버렸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안전한 밤거리를 돌려 주었거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욕은 일방적으로 듣고 참는 것이 아니라 맞받아 쳐야한다는 거다. 그것이 오히려 거리의 욕을 줄이게 만드는 효과를 보였어. 경찰에게 욕을 하는 자들을 공권욕으로 맞받아쳐주었을 때, 경찰에 대한 욕설이 점차 줄게 되었고, 아울러 경찰도 욕할 일이 줄게 되니 결과적으로 거리가 조용해질 수밖에.
하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2023년 ‘공권욕’이 통용되고 있는 대한민국이야. 니들이 서 있는 곳과는 아주 달라, 그래서 많이 궁금할 거야, 부럽기도 할테고. 그렇다면 어서 시작해. 이제 몇 년 남지 않았거든.
ᆞᆞᆞkantrolᆞᆞᆞ
드래곤볼의 스카우터**
드래곤볼은 90년대 일본 만화 열광에 빠뜨린 문제작이야.
스카우터는 드래곤볼의 등장 인물들, 손오공, 베지터 등이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기 위해 눈에 착용했던 고글같은 장비를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