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욕설 비례의 원칙 1

by polisopher




"야 너 뭐야."

"경찰요. 신고받고 왔는데요."

"어 그래 짭새 양반. 어서 와."

"짭새라고 하지 마세요."

"어 알았어. 짭새."

"경고합니다. 경찰에게 반말하고 욕하면 욕설 비례의 원칙에 따라 경찰도 똑같이 욕할 수 있어요."

"얘가 뭐래니. 똑같이 욕을 한다고. 나한테?"

"그래요. 당신이 욕하면 경찰도 똑같이 욕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뭐 그런 개좆 같은 법이 다 있어."

"좆이라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분명 경고했어요."

"짭새 짭새~ 짭새 짭새~ 얼라리 꼴라리 어쩔 건데 개새야..."

"야 인마. 경고했잖아. 욕하지 말라고요."

"어쭈 이 새끼 봐라. 너 모가지 달아나고 싶어. 이게 어따 대고마래? 이게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아니 멀쩡. 개새야. 너부터 욕했잖. 그러니까. 너도 욕 들어봐야지 안 그래요."

"이거. 완전 또라이구만. 너 어디 한번 죽어봐라. 나 녹음 중이야. 유투브에 올려주겠어."

"야 술 깨면 넙죽 자빠져 살려달라고 싹싹 빌 놈이.. 술만 먹었다 하면 저 염병이네요. 술 처마신 게 무슨 벼슬? 이 망나니 같은 놈요."

"야 이 개새끼야. 그만 안 해!"

"뭘 그만해 이 개 자슥아. 시작은 니가 먼저 했잖아요. 경찰한테 욕 얻어먹기 싫으면 썩 꺼지든가. 아니면 계속 잡수시던가요."

"저.. 저거 미친 거 아냐."

"미친놈아 미친 건 너지요. 왜 경찰관한테 욕 하냐. 경찰이 해코지를 했냐. 때리기를 했냐. 먼저 시비 걸고 욕한 거 너 아냐? 그러니 니가 미친놈이지요."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경찰이 민원인한테 욕하는 건."

"역시 무식이 철철 흐르는 놈이네요. 민원인은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지 욕하는 놈이 아니에요. 그러니 너는 민원인이 아니란다. 개 자슥이지요."

"너 두고 봐. 이름 뭐야. 가만 안 두겠어."

"그래그래 제발 가만 두지 . 그리고 녹음 한 건 꼭 유튜브에 올리고. 알았지. 잘 가요. 가다가 똥 밟고 미끄러지지 말고요."




OECD 가입국 중, 경찰과 소방에 대한 욕설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래.* CNN과 BBC, NHK가 아주 흥미진진하게 다루었어. 이로써 한국은 음주 왕국, 고소 왕국에 이어, 욕설 왕국의 작위를 또 하나 받게 된거지.


4만 달러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도무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천박한 시민의식 때문에 늘 인상을 찌푸리던 정부와 국회, 일부 시민단체가 하나 되어 약 6개월간 공개 토론회, 대대적 캠페인을 벌인 끝에 규칙 하나를 만들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지.


이름 하여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자에 대한 비례의 원칙' 약칭 '경찰 욕설 비례의 원칙'말야.


경찰 욕설 비례의 원칙

이 원칙이 공포되고 이제 6개월가량이 흘렀지만 시민의 저항은 거센 편이야. 막상 합의에 이르렀지만 일부 경찰을 핫바지 취급하던 자들은 경찰의 반격에 적잖이 당황했을 거야. 하지만 파괴된 경찰의 인권, 공권력 실추에 따른 후유증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뜨겁게 참여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 불편함은 물리쳐야 하는 거지. 아무튼 경찰 욕설 비례의 원칙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 개요만 설명해줄게.


도입 취지


첫째무차별적인 욕설로부터 인간으로서 경찰의 존엄을 보호하자는 거고, 두 번째는 경찰에 대한 욕설로 땅바닥으로 떨어진 공권력과 그것 때문에 불안해진 치안, 나아가 심각하게 훼손된 국가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함이야.


욕설의 특징과 종류


욕설**은 아무거나 막 하면 안 돼. 매우 대중적이어야 하고, 왜냐면 나만 아는 욕이면 그게 욕이 아니니까. 또, 가능하다면 해학적이며, 계몽적인 욕설을 해주어야 해, 물론 불쾌감도 주어야 하지 욕의 기능 중의 하나니까. 또 하나 중요한 건 성 차별적이어서는 안 돼.


욕설의 방법ᆞ단계


경찰이 욕을 할 때는 총 4단계를 거쳐야 해.


0단계에서는 상대에게 2회의 경고를 하고 그리고 3회 이후부터 알리고 욕을 시작하면 되는 거야. 음주측정 때처럼.

1단계에서는 같은 욕설을 하고 경고를 해, 상대가 ‘개새끼’ 그러면 경찰도 ‘개새끼’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욕하지 말라고 경고하.


2단계에서는 상대의 욕설에 두 배를 돌려주고 경고를 하는 거지. 예를 들면 상대가 ‘개새끼’ 그러면 ‘개새끼, 개새끼’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잖아.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개잡놈의 새끼를 봤나’ 이런 식으로 무게감이 좀 다르지? 2단계에서 너무 경직되지는 말고, 상대의 욕에 무엇 하나 더 얹어서 준다는 느낌으로 하면 가능할 거야. 한국인은 욕설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니까.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지.


자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상대가 사과를 하거나 자리를 피할 때까지 사정없이 욕하는 거야. 경찰 욕설 비례의 원칙은 상대를 처벌하는 게 목적이 아냐. 무턱대고 터무니없이 경찰에게 욕하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한 번 당해 보라는 의미가 녹아 있어.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깨우침을 주어서 스스로 뉘우치고 사과를 하거나, 아니면아버리는 게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아차 그리고 이 원칙이 골 때리는 게 경찰이 욕하며 끝맺음을 할 때는 꼭 ‘’ 자를 붙이라는 거야. 그래서 실컷 욕해놓고도 마지막에는 존칭으로 끝나는 코미디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원칙이 적용됐을 거 같냐? 관계자에게 들은 얘긴데 비록 경찰이 상대에게 욕설을 하지만 그래도 시민을 존중한다는 취지란다.


녹화하기


이 원칙에 따라 욕을 되돌려주는 지만 그래도 절차를 지켜야 한대. 그래서 꼭 녹화를 하라는 군.


기록


이 원칙을 적용한 뒤에는 근무일지에 처리 내용을 기록하면 돼.


욕설비례원칙적용결과
○ 일시 장소
- 2022. 6. 1. 04:44. 강남역 4번 출구 앞
○ 대상자
- 이름 : 모름(남자)
- 나이: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
○ 욕설 비례원칙 적용 내용
- 들은 욕설 : 짭새, 또라이, 개새끼 등
- 적용 욕설 : 개자슥, 또라이, 망나니 등
○ 적용 결과
- 짜증내며 돌아가 버림


다음 편에는 욕설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이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럼.


ᆞᆞᆞkantrolᆞᆞᆞ


OECD가입국 중 욕설 1위 국가*

그런 조사를 했을리 없겠지만 했다면 우리가 1위 아닐까 싶어.


욕설**

욕의 언어적 기능의 다양성은 사용하는 현장 내지 맥락의 다양성과 대응하고 있다. 독백이 그 맥락인가 하면 대화가 맥락일 수도 있다. 허물없는 농판(농찌거리판)에서 흥을 돋우는가 하면, 준엄하게 벌내리는 꾸중판에서 서릿기운을 돋울 수도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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