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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May 10. 2019

찍어라, 찍혀라 그리고 경외하라!




외국인 눈에는 한국인은 사진 찍는 걸 병적으로 좋아하는 민족으로 보이나 보다. 하긴 이제 한 줄의 기사거리도 되지 않지만 오죽하면 식당 앞에 한국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었겠는가.

이처럼 매너 없는 나라의 대표적 아이템이었던 조리돌림식 찍사 문화가 휴대폰 제조 강국 타이틀을 입에 물고 한류 열풍을 타 세계 구석구석에 씨앗을 퍼뜨리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할까.




폰카 화질이 더욱 촘촘해지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이제 DSLR의 기능에 버금가고 있다. 이는 사물이나 배경 따위를 있는 그대로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는 뜻이지만 현출 된 피사체가 꼭 아름답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령 폰카 기능의 향상은 피부의 주름이나 기미, 점과 같은 잡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더불어 한산도 달 밝은 밤에 한숨과 자괴감 또한 깊어지게 했다.

고성능 디카의 역설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촘촘하디 촘촘한 그 높은 화소로는 들에 핀 장미 말고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다. 오직 희뿌연 snow 속에 자신을 섞을 수 있는, 누구도 그 snow 속 인물이 폰의 주인이라고 믿지 않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잊게 만들어 주는 앱 만이 선호되고 있으니 말이다.




찍고 찍히는 것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한국 경찰의 픽처 사랑은 남다르다. 애초 경찰에게 촬영이란 채증이 主였겠으나 그것 외에는 주요 행사 그것도 인물 중심의 기념촬영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그랬던 촬영이 단속ㆍ검거 채증 그리고 주요 인사의 일거수일투족뿐만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벌어지는 경찰의 모든 활동을 담는 것에 이르렀다. 홍보라는 이름으로.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는 사진을 의식하지 않고는 단 한순간도 숨 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나 맘만 먹으면 찍을 수 있고 원치 않더라도 찍히게 된다. 사람을 피했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아반떼가 나를 응시하며 푸른 실눈을 깜빡거리고 있다. 흠칫 놀라 고개를 살짝 치켜뜨니 이번엔 처마 밑 외눈박이가 노려보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의 움직임에는 과장과 허위가 범벅되어 있다. 가장 은밀해야 할 곳에서도 렌즈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민적 심리라면 기대할 수 있을만한 행동 패턴은 정해져 있기 마련인 것이다. 이 마당에 누군가 당신에게 진실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쓴웃음만 짓지 않을까.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정언명령의 개념으로서 인간은 어떤 이유로든 절대 수단이 될 수 없고 오직 존중받아야 할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추억이든 채증 기록이든 다른 무엇으로 남기고 싶든 간에 단지 수단이었을 뿐인 사진이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찍으라, 찍혀라 그리고 경외하라. 이것은 명령이니.'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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