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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이네 Jul 10. 2024

김치원정대

뚱이의 매운맛 도전기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맛으로 분류되는 감각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더 강렬한 매운맛을 찾아 나서는 고통을 자처한다. 윌버 스코빌이 만든 스코빌 척도는 고추과식물의 매운맛, 즉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하여 표시한 것으로, 매운 요리들을 비교하는 지표가 된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직접 맛을 봐가며 측정했다고 하니 그 실험 정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와 남편 역시 김치찌개, 감자탕, 제육볶음 등 칼칼한 음식을 좋아한다. 맞다. 모두 소주와 영혼의 짝꿍인 메뉴들이다.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에는 고춧가루와 청양고추가 떨어질 날이 없다. 그렇다고 유행하는 매운 요리들을 찾아다니며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 위장에 구멍이 날 것 같은 얼얼한 요리들보단 얼큰하고 매콤한 정도가 딱 우리 취향이다.

  엄마가 되고 보니 매운맛의 홍수에서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매운맛을 찾기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초보 엄마 아빠는 때 되면 먹겠거니, 엄마 아빠가 좋아하니까 곧 함께 먹겠거니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오늘도 뚱이가 무언가를 먹고 맵다고 표현할 때마다 ‘아니 이게 매운맛이라고?’라며 배워나간다. 뚱이의 매운맛 도전기를 소개하며, 세상에는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매운맛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첫 번째 매운맛. 치킨!

  치킨이 매울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속까지 뻘겋게 염지된 ‘핫’프라이드 치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킨계의 근본이라 불리는 오리지널 프라이드 치킨을 말하는 것이다. 치킨을 싫어하는 어린이는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처음으로 뚱이와 치킨을 먹던 날 느꼈던 당황스러움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후추 향을 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새콤달콤한 양념치킨에 케첩과 마요네즈로 버무린 양배추샐러드를 먹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몇 살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도 치킨을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는데, 치킨에 들어간 후추는 정말 생각지 못한 장벽이었다.

  그런 이유로 뚱이는 치킨집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엄마 아빠가 먹는 치킨이 새우버거보다 더 맛있어 보였나 보다. 한 입 달라고 하고는 먹더니 갑자기 맛있다며 먹기 시작했다. 치킨이 매워서 먹기 싫다고 했던 것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말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아이의 성장은 이렇게 어느날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뚱이는 그렇게 얼렁뚱땅 후추를 극복했다.


  두 번째 매운맛. 튀김이 들어간 우동 컵라면! 

  면을 사랑하는 아이답게 뚱이도 곰탕 국물을 컨셉으로 한 하얀 라면을 시작으로 라면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찾아보니 아이들이 라면을 먹게 되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라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라는 푸라면(한자의 모양 때문에 이렇게 재밌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만 먹는 우리는 몰랐던 리그이다.

  어린이 라면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라면 중 하나가 바로 튀김이 들어간 우동 컵라면이다. 뚱이는 처음 보는 음식을 거부하지 않고 일단 맛은 보는 편이다. 뚱이의 장점이다. 더군다나 면이기에 첫입은 씩씩하게 먹어주었건만, 결국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맵다며 물에 씻어서 먹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뚱이의 매운맛 도전기는, 이 도전의 시작이자 끝인 ‘김치’로 향한다. 김치의 민족답게 마트에는 많은 종류의 어린이 김치가 출시되어 있다. 뚱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치를 찾고자 우리 가족은 김치원정대가 되어 모든 어린이 김치를 섭렵하였다. 어떤 것은 너무 맹탕이고, 어떤 것은 뚱이에게 매운 편이다. 또 어떤 것은 같은 브랜드인데 깍두기는 맛있고 배추김치는 맵다고 한다. 이게 왜 맵냐고 물어보면 매운맛이 나서 그렇다는데, 내가 장금이를 낳은 것일까.

  공주님 입맛에 흡족하게 맞을만한 김치를 직접 담가드리면 좋으련만, 나는 요리에 영 소질이 없는 엄마다. 때로는 어린이 김치와 참치를 넣은 김치볶음밥으로, 때로는 물을 타서 한강이 된 라면으로 뚱이를 꼬시는 것이 전부다. 식사는 즐거운 일이기에 매운 것 좀 못 먹는다고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보다 큰 뚱이가 엄마 밥이 아닌 것을 먹었을 때도 즐겁게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걱정이 앞선다.

  뚱이는 자라나고 있다. 엄마가 재촉하지 않아도 어느새 한 뼘씩 쑥 자라있곤 한다. 기다리면 결국에는 혼자 해낼 것을 알지만! 그래도 동네 분식집 컵떡볶이 정도는 같이 먹어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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