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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이네 Jul 17. 2024

안나가 돌이 되다니

눈물 버튼

  10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겨울왕국을 뚱이와 함께 보았다. 개봉 당시에 영화관에서 무척 재밌게 보았었고, 전국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Let it go!”를 외치며 뛰어다녔던 생각이 난다.

  한때의 유행이라고 생각했던 겨울왕국과 렛잇고는 이제 스테디셀러가 되었나 보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직도 엘사와 안나가 프린팅된 옷이며 구두가 잘 팔려나가고 있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LED 엘사 구두인데, 한 발 내딛고 갈 때마다 얼음 결정 모양의 빛을 쏴준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갖출 수 있는 풀세트를 구입하면 세심하게도 장갑까지 보내준다.   

우리집에도 하나 있다.


  어린이들도 사회생활 중에 유행을 접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작년, 뚱이가 집에 와서는 ‘레릿꼬~ 레릿꼬오~~’를 애절하게 외치던 날이었다. 너무 진지해서 웃겼던 이 노래를 누구에게 들었나 했더니 같은 반 친구 중 오빠가 있는 아이가 불러준 것이었다. 이 레릿꼬의 주인공으로 말하자면 5세 사이에서 유행의 선봉에 있는 친구로, 포켓몬스터와 엘사처럼 미지의 세계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곤 했다. 레릿꼬를 외치는 뚱이를 보니, 겨울왕국을 함께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OTT를 하나도 보지 않는 우리 가족은 거금 7150원을 결제하고 겨울왕국을 보게 되었다.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주인공들은 크고 작은 고난을 겪지만 결국은 극복하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낸다. 겨울왕국도 마찬가지다. 우애 좋았던 자매는 역경을 겪는다. 사랑으로 역경을 이겨낸 자매는 봄을 맞이한다.

  바로 그 ‘역경’이 문제였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겪는 위기는 뚱이의 눈물 버튼이다. 겨울왕국의 클라이맥스에서 안나는 얼음이 되어 굳어 버린다. 순식간에 굳어 버린 안나를 보고는 옆자리의 뚱이를 슬쩍 보니, 아니나 다를까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내가 손을 쓱 잡아주자 뚱이는 그대로 내게 울며 안겨 왔다. “엄마, 안나가 돌처럼 굳었어…”

출처 핀터레스트

  나는 안나 때문이 아니라 뚱이 때문에 눈물이 고였다. 슬픔은 전염되는 것일까? 안나의 운명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눈물이 났다. 뚱이는 죽음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안나가 죽은 거냐고 물으며 너무나 처량하게 울고, 나는 그런 뚱이를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 대낮의 눈물 파티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눈물 파티라면 역시 티니핑을 뺄 수가 없다. 각종 장난감과 굿즈 때문에 파산핑, 탕진핑이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이 귀여운 친구들은 뚱이를 울리기도 했다.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프린세스 베로니카’ 편에서 주인공들은 악당의 공격으로 힘을 잃고 쓰러진다. 기절한 주인공 로미에게 하츄핑이 사랑한다며, 늘 너와 함께 있겠다며 눈물을 한 방울 똑 떨어뜨리는 장면은 이 시즌의 압권이다. 뚱이는 오열을 했고, 어른인 나도 눈물이 났다. 이 장면 이후 로미는 프린세스 베로니카라는 새로운 공주(?)로 레벨업되지만, 나는 뚱이와 함께 울었던 하츄핑의 눈물이 더 기억에 남는다.     

출처 티니핑 TV

  아기 때의 눈물이 배고픔, 졸림과 같은 생존의 눈물이었다면, 언니가 되어가는 뚱이의 눈물은 좀 더 복합적이다. 속상함, 서운함, 무서움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 앞으로 무엇이 또 뚱이의 눈물 버튼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게 바로 내가 뚱이의 성장을 기록하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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