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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r 23. 2017

한 번 더 암스테르담

도버 해협을 넘어


한국에 돌아가는 비행편을 예약하고, 6월에 처음 들렀던 암스테르담에 또 가고 싶어졌다.

가깝기도 하고, 저렴한 항공편이 있는 코펜하겐에 다녀올까도 했으나(런던-코펜하겐 구간은 왜이런지 모르겠으나 한결같이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다.) 마무리를 조금 더 설레이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Of course you can."


회사에서 패티(나의 영어 이름)가 휴가로 그 곳에 다녀온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가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다들 의아해 하며 "패티(Patti)는 스페이스  케익(Space cake, 환각성분의 분말이 들어 있는 디저트)을 먹으면서 위즈(Weeds)를 피우러 가는 거야."  "더치 남자들이 그렇게 멋지다더니, 멋진 더치 남자 찾아 또 가는 거야." 등의 추측을 뱉어 왔다. '영국 촌 놈들아, 마음대로 상상해라.' 하고 버스 티켓을 예약했다. 열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장거리 버스는 수년 전 내가 중남미를 여행할 무렵 수도 없이 열 일곱 시간, 서른 시간까지도 좁디 좁은 의자 한 칸에 몸을 맡기고 돌아다닌 기억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여행의 주체는 언제나 <나>이므로 어디를 가든, 무엇을 타든 내 자유다. 나는 그렇게 버스를 타고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갔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저가 버스이건(Mega bus, Oui, My Fern Bus 등) 영국 네셔널 코치(Coach)이건 암스테르담에 가는 버스들은 꼭두 새벽이나 한 밤 중 일정만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신나게 놀자는 생각으로 밤 버스를 탔다. 저가 버스는 두어 달 미리 예약을 하면 왕복 20~40파운드(3만-6만원)에 런던과 암스테르담을 오갈 수 있으나 나는 61파운드를 지불해야만 했다.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London Victoria Coach Station)으로 가서 버스에 올랐다. 기사님이 "여권 있니?"를 빠지지 않고 물어보셨다. 엄연히 국경을 넘는 해외 여행이기에. "Sure". 


공항 리무진이건 영국 네셔널 코치건 요번에 탄 버스건 모두 깔끔하고 시설이 좋다. Wi-Fi 사용은 물론이고 고개를 들면 좌석 위 쪽에 소켓 1+ USB 포트 2이 있어 랩톱이나 휴대폰, 타블렛 PC 등의 충전까지 가능하다. 장시간 탑승하는 승객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점은 많은 경험이 없지만 그래도 내 경험에 의해 일본과 한국에서는 드문 모습이다.


도버해협을 건너는 선박에 올라타기 전에 버스에서 내려서 받은 프랑스 입국 도장 DOUVRES


 정말이지 "도버해협 건너다가 엉덩이에 납작해 졌네." "다시는 버스타고 어디 다른 나라 안 가네" 등의 불만만 주위에서 많이 들어왔었던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버스를 타고 바다를 건너지?'라는 일자 무식의 표본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여행길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신나게 두 어 시간을 달렸을까. 쌔까만 바다가 보이고 <DOVER> 이정표가 촘촘히 걸려있는 모습이 드디어 해협을 건너는 순간이 왔음을 눈치채게 했다. 그리고는 버스는 터널과도 같은 같힌 공간으로 들어가 시동을 껐고, 중간 중간 "짐을 가지고 모두 내려서 입국장에 가세요." "모두 버스에서 내려서 위로 올라가세요."등의 기사님의 말씀과 벌떼같이 몰려 우르르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걸음에 맞추어 흘러간 후에야 알아챘다. 우리는 내가 탔던 버스와 수많은 차들을 실은 커다란 선박을 타고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맨 윗층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보통의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했다) 식당과 스타벅스, BAR, 휴게실이 있는 곳에 선박이 육지에 다다를 때 까지 머물러야 했다.


바다를 건너고 버스로 횡단하니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게 아니겠어?라는 나의 생각이라고는 없는 단순함은, 버스가 벨기에에 도착해서야 그 것이 무지였음을 느끼게 했다. 버스의 경로는 "영국-벨기에-네덜란드" 였고 선박을 기다리는 시간, 바다를 건너는 시간, 프랑스에서 벨기에 시내로 들어가는 시간, 벨기에에서 30분 이상을 정차하는 등의 여벌의 행동들이 장작 11시간의 이유였다.  





버스의 종착역인 Sloterdijk역에 오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영국으로 돌아가는 버스도 이 곳에 와서 타야하니 역 이름은 기억해야 했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 매표소로 향했고, 저번에 처음 암스테르담에 왔을 때 지인이 데스크에서 구입을 도와줬던 1일권을 꺼내 직원에게 보여주며 이 것과 같은 것을 달라고 했다.

1일권은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처음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티켓을 사용함과 동시부터로 시간이 계산되니 지인이 퇴근하기 전까지 마음껏 트램을 타고 시내를 활보하겠다는 생각에 구입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닐 사람들이야 왠만한 곳은 자전거를 빌려 돌아다니기 좋은 암스테르담이나, 나처럼 서른 넘게 자전거를 못배운 사람은 트램과 버스, 기차를 적극 활용해야 하기에 이 티켓은 그런 면에서 참으로 유용했다. 이용 가능 수단은 모든 트램, 버스, 암스테르담 공항 익스프레스(197번 버스), 메트로와 네덜란드 국영 GVB에서 운영하는 페리 등으로 이 것들을 모두 15유로에 이용할 수있다. 더불어 암스테르담 내에 있는 기차역간에 운영되는 기차도 해당하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영국에서 미리 데이터 로밍을 해서 왔음에고 불구하고 휴대폰의 3G가 작동이 되지 않았다. 혼자 시내를 돌아다니는 거야 1일권 티켓에 붙어 있는 암스테르담 시내 지도가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막상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암스테르담 시내 곳곳에 무료 와이파이가 작동되는 곳이 있어 일단 중앙역으로 가는 지하철에 탑승하여 기차 와이파이로 지인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간혹 데이터 로밍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휴대폰 설정에서 네트워크 사용정보를 제거하면 무리 없이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걸, 그 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하마터면 네덜란드의 유심을 괜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할 뻔 했다.




지인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저녁을 먹기로 했고, 우선 급한대로 연락이 닿았으니 내게 혼자 있을 시간은 대략 다섯 시간 쯤 될려나. 그 전까지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다.

 

중앙역에 도착하여 트램을 타기 위해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아 날씨"


한국에 보낼 짐을 모두 정리해 둔 상태에 얇디 얇은 여름 옷 몇 벌만 남겨 놓았기에 가져온 옷이라고는 모두 소매가 없었다. 이 곳에서는 모두 가을을 이미 맞이한듯 가을, 심지어는 겨울 외투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조금만 더 추우면 얇은 외투 하나를 사야겠다 하고 COS에 들렸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이 곳 저 곳을 서성대다가 네덜란드 브랜드라는 매장에 들어가 50% 세일이라고 붙여 놓은 점퍼를 하나 샀다. 그리고 날이 갰다.


"아 날씨"




트램타고 떠다니기

나는 트램에 올라 창가석 자리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 무작정 내려 걸어다니며 동네를 구경하고, 장이 열린 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과 그 것들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들을 반복했다. 친구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 공원 <Oosterpark>에 내려 산책을 하기도 했고 열 명이 조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단체로 공원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동작을 따라하기도 했다. 





더치를 모르는 나는 영어와 독일어를 대충 섞어 묘비를 이해하려 했다. '정직한 개'/ 나중에 보니 네덜란드 경찰관 등에 보이는 "POLITIE"... 경찰견이었다.



혼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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