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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r 31. 2017

100년의 커피 내음이 주는 매력



100년의 커피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에 들른다. 

1914년에 자그마한 원두 로스팅 가게로 문을 열어 100년이 넘게 원두를 로스팅하고 양질의 커피를 내어온 <바커스(Wacker’s Kaffee)>는 내가 프랑크푸르트에 지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아침에 들러 맛보는 내 얼굴만한 크기의 크로아상과 갓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카푸치노 한 잔이 내가 독일에 온 이유라고 말해도 틀림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만족감을느끼게 해준다. 분명 이 곳이 커피 생산지는 아니지만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커피 원두들은 바커스의 로스팅으로 한껏 치장한 뒤 진귀한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다. 물 마시듯 커피를 마시는 내게, 합리적인 가격과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이 곳의 커피는 지인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기도 했고나처럼 커피 마시는 것을 사랑하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커피 셔틀을 자처했다.


내 오지랖을 넓게 만들어주는 특이한 매력의 이곳은, 나의 가이드 투어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 되었다. 한국에서,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 또는 영국에서 놀러 온 지인들은 모두 이 곳의 커피 맛을 보고 자의로 커피를 구입해갔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들 마냥. 산도와 바디감 등의 선호하는 커피 맛을 이야기하면 매장에 있는 직원들은 여러 형태의 블랜딩 제품들을 권해주었다. 즉석에서 내가 원하는 원두를 여러 개 선택해서 블랜딩을 해주기도 해준다. 시간을 내어 이 곳에 들러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게 황홀하기만 하다. 




아이스크림을 넣은 아이스 커피는 처음이지?

 독일의 정통 아이스 커피는 커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를‘툭’하고 떨어뜨려주는 모습이라는 문화적 충격을 처음 접한 곳도 이곳, 바커스에서다. 나는 태양이 철로를 녹일 듯한 날씨에도 꼭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터라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럽에는 아이스커피가 없어서 불편해.’라는 투정을 부릴 때만 하더라도 관심조차 없었다. 시내 곳곳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도 커다란 각 얼음이 잔뜩 들어 있는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터라 독일에는 아이스 커피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다섯 걸음만 걸어도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어느 날 오후 일본어 회화 파트너로 사귀게 된 스페인 친구 <가리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하던 스페인 청년은 일본으로 건너가 1년을 공부한 뒤 일본에서 해외 취업을 하여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다.)>를 데리고 바커스 카페에 간적이 있다. 그 날도 어김 없이 밖에까지 길게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가리는 커피 맛을 보지 않았음에도 분명히 맛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며 들떠 있었다. 날씨가 더우니 아이스 커피를 마시겠다고 했고, 나는 따뜻하고 묵직한 우유 거품에 계피 가루가 잔뜩 뿌려진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왠걸, 음료가 등장하자 우리 둘은 커피잔 위에 둥둥 떠다니는 허여멀건 한 물체에 동공이 한참이나 흔들렸다. 독일에서는 ‘아이스크림’이 ‘아이스(Eis)’이기에 우리가 상식이라고 상상하는 흑갈색 빛의 얼음 동동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나와 비슷한 기간을 독일에서 보낸 스페인 청년 역시 한동안 문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멀뚱히 커피 위에 둥둥 떠서 녹아 내리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구경해야만 했다.


커다란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와 생크림을 얹어 주는 독일 <아이스커피(EisKaffee)>, 아이스는 독일어로 아이스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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