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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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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Apr 02. 2017

독일생활 두 달, 이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에 머물면서 여행하고 생활 하기를 반복하니 통장은 한없이 얇아졌다. 문득 궁금함이 밀려왔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여행 경비와 생활비를 통장에 두둑하게 넣어두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애당초 생활비에 대한 생각이 없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돈>의 무서움을 모르고 지내온 걸까. 짧지 않은 기간동안 여행을 한다면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고 직장을 구할수도 있다. 물론 아르바이트야 3개월 미만으로 머무는 서류상의 관광객에게는 합법적인 행위도 아니다. 이런 조건을 지닌 청년들이 타지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학생 비자 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고 당장의 현지 취업을 고려한다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그 나마 제약이 없다. 학생 비자로 독일에 올 경우에는 한 달에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최대 400유로(한화 50만원)까지만 지급 받을 수가 있으니 월세가 400유로가 넘는 것을 생각한다면 빠듯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그러하더라도 통장에 여윳돈은 있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내면서 한달 생활비를 계산해 봤다. 철저하게 이곳에서 여행이나 여가활동 없이 지낸다고 하면 방세(보통 380~500유로), 통신비(40유로, 충전식 기준/인터넷 포함), 교통비(80~100유로), 식비(200유로,외식 포함)로 대략 900유로(한화 120만원)정도가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내 기준으로는 숨만 쉬면서 쓰여지는 비용이 이 정도 쯤이다. 독일에 숨만 쉬러 온 것은 아니니, 주말은 주로 사람들과 만나고 외식을 하거나 근교로 여행을 떠났다. 주말 특가의 열차를 이용해 한 시간 내의 거리에 있는 곳들을 둘러보았다. 검소하게 살아도 서울과 비슷하거나 서울보다 조금 비싼 정도였다. 게다가 독일에 와서 방을 구할 때 보통의 보증금이 월세 기준 3개월치의 금액으로 산정 된다는 것을 알았다. 보증금이 한 달치 월세인 곳도 있지만 대개가 3개월치의 월세를 보증금으로받고 있었다. 이런 것들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생각지 못한 목돈이 되었다.




독일에 오기 전에 운이 좋게 쉽게 일이 구해졌다며 들어갔던 회사는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그만두고 말았다. 낯선 곳에서 또 다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나의 부주의함이 원인이다. 회사에 근무한지 한 달이 되도록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애초에 사장님은 정식으로 노동청에 신고하여 나와 홍차공주를 직원으로 채용하려는 마음이 없으셨음을 알아버렸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해외에 나가 현지에서 악덕 고용주를 만나 급여를 받지 못했다', '비자를 연장하지 못했다' 등의 젊은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한국에서 꽤나 많이 접했었는데 그게 나한테 일어날 줄이야. 


날벼락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당황하고 멈춰 있을 시간이 없다. 걱정하고 앓아 누워있으면 누가 알아주나. 당장 다른 직업을 구하려고해도 독일어가 유창하지 않은 상태로 독일에서 내가 가진 경력을 가지고 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렇다고 해외 각지를 돌며 패기로 세계여행을 한다는 젊은 친구들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떡집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거나,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하는 <코리안 워커(worker)>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유럽이라는 위치가 너무 아깝잖아!

 



그러다가 문득,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차분하게, 고요하게, 나에게 물었다.


‘내가 왜 이곳에 왔지?’

꿈을 찾아 왔지.

‘꿈은 뭐지?’

유럽의 좋은 재화를 찾아 한국에 소개하고 무역과 유통을 경험하고 그와 관련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독일에 왔다. 경험이 쌓이고 나면 역으로 한국의 좋은 재화와 컨텐츠를 유럽 시장에, 나아가 전세계에 공유하고 싶었어. 나의 사업을 시작하던 어딘가에서 배우던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원하는 꿈을 이뤄가며 행복이라는 걸 느끼고 싶어.

‘좋은 재화는 어떻게 찾지?’

주말과 휴일마다 틈틈이 독일의 여러 도시들, 그리고 유럽 국가들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하고 신선한 브랜드와 아이템을 찾아야지. 

‘취업은 왜 하려고 했지?’

정식으로 독일 기업에 취업하면 근무를 하는 기간 동안은 계속해서 독일에서의 삶을 영위할수 있는 비자가 지원된다. 또 당장의 안정된 생활비가 필요했으니까.

‘새로이 일자리를 찾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확실하지 않다.

‘여행과 함께 그 속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무역과 유통을 배우면서도 생활비를 벌겠다고직장을 구해 일을 하면 내가 하고 싶다는 일에 쏟아 붓는 노력과 시간은 충분한가? 다시 여유가 없어서 꿈을 꾸지 못했다고 변명하던 삶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새로운직장을 구하고, 개인의 꿈을 위해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쉬울까?’

……


더 이상 나에게 질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

뭐 하나에라도 미쳐봐야 될까 말까 하는 일들을 내가 너무 쉽게 얕잡아 본 것 같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온라인에서 유통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서른 둘에는 사업을 시작하겠

다는, 스물다섯 살에 작성했던 내 인생의 보물지도대로 시작은 하지만 미약한 시작이었다.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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