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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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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Apr 25. 2017

프랑크푸르트 속 터키



프랑크푸르트의 터키타운 


“독일 음식이 뭐가 있어?”
“소시지?감자튀김?족발(학센)? 그리고?”


한국에 있는 내 주변 사람들은 독일에 여지껏 연(緣)이라고는 없었기에 세상을 처음 배우는 오리 새끼처럼 나의일상에 귀 기울였다. 고작 6개월 남짓 머무른 내가 독일의 지역 전문가라도 되어 보이듯 그들의 궁금증을 나에게 해소 하려고 하니 여간 어깨에 부담감이 들러 붙지 않을 수 없었다. ‘식(食)’을 즐기는 민족답게 독일의 음식과 식(食)문화에도 관심이 높았다. 그런 지인들의 기대에 나는 쉽게 부흥할 수 없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때까지 독일 가정집에 초대를 받은 적도없거니와, 게르만의 피를 이어가는 독일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내가 아는 독일 음식은 레스토랑에서 접할 수 있는 게 고작이었다.


“독일에 있으면서 독일 사람들을 사귀는 게 어렵나?”

쉽게들 물어볼 때면 나는 어렵다고 당당하게 말을 꺼낸다. 나처럼 직장이나 학업이 목적이 아닌 체 혈혈단신으로 해외에 나와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어느 집단에 속하는 것, 그 것도 현지의 사람들 사이에 껴들어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할 것이다.


내가 독일 음식이라고, 자랑스럽게 언급한 의외의 메뉴가 있으니 바로 케밥이다.


케밥은 터키 음식이 맞지만 독일인들에게, 더욱이 프랑크푸르터들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만으로 삶에 숨을 불어주는 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에는 커다란 터키타운이 있다. 뮌헨과 베를린처럼 여타 독일의 커다란 도시들에서도 터키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은 역을 멀리 벗어나지 않고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금호타이어 간판이 있는 건물을 오른쪽으로 돌면 터키 상점들이 즐비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곳곳 사람들의 이주는 역사적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고 지금도 한창 문화는 곳곳에서 생성되고 있다. 20세기 공업화의 진행이 가속화되면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Gastarbeiter>라는, 흔히 말해 계약직 노동자로 2-3년간 독일에 머무를 수 있도록 터키에서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의 이주를 허가하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터키인들이 독일에 유입되었다. 물론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불법적으로 독일에 남아 지금까지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당 수이지만 그 속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등의 서독에 발을 들인 터키인들이 독일전역으로 흩어지면서 그들의 음식을 먹고 생활하고 살아가면서 독일 안에서 터키 특유의 문화를 싹 틔웠다. 프랑스전쟁에 동원된 베트남인들, 영국에 유입된 인도인들처럼 새로운 터전에 뿌리를 내린 민족으로부터 현지인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가장 먼저 퍼져나가는 건 음식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베트남 쌀국수, 영국의 치킨 마살라,그리고 독일의 케밥은 이주민들의 향수를 자아내고 낯선 땅에서 그들의 삶을 단단히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된 영혼의 음식, 나아가 그 이상의 것이었다.


독일에서 길거리 음식을 떠올리면 흔히들 소시지와 양대 산맥으로 케밥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끼니 때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취하는 음식으로, 클럽이나 바에서 밤을 불태운 젊은이들의 하얀 새벽을 동반해줄 단골 메뉴이다. 쫄깃하게 구워낸 햄버거보다 두 배는 더 족히 커다란 빵 안에 갖은 야채와 양고기, 상큼한 소스를 한입 베어 물면 입 안으로 채워지는 행복은 상상 한 것보다크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프랑크푸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에서 번화가인 자일거리까지 맞닿아 있는 <카이제슈트라쎄(Kaiser Strasse)>를 기준으로 오른 편에 유독 터키 음식점이 즐비하다. 내륙의 나라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갖가지 생선 요리에서부터 케밥과 꼬치 구이, 달콤함이 극대화된 터키 디저트까지.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터키 음식점들이 나란히 뻗은 골목을 걷노라면 나의 고개는 언제나 가게 안에 고정이다. 남성의 컷트가 6유로(한화 7천5백원)라고 쓰여 있는 이발소들이 종종 눈에 띄고, 안에는 언제나 검정 반 곱슬 머리에 거뭇하게 수염을 기른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가지 않게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시끄럽다. 남대문 시장에서나 봤을 법한, 물건을 열어 안쪽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중국의 어느 공장에서 제조되었을 게 분명해 보이는 여행 가방과 신발들이 가게 앞 선반에 즐비하다. 그 옆에 작은 의자를 둔 채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지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없이 신문을 읽고 있는 상점 주인 아저씨는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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