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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Apr 25. 2017

옥상일기. 새싹, 피어나다

가꾸는 기록 D-day~D+7





D-day

온라인으로 주문한 텃밭을 조립했다. 

커다란 화분에 있던 흙을 적당히 조립한 텃밭에 옮겨 담고 씨앗을 각 5줄씩 심었다. 그리고 물을 충분히 주었다. 황무지에 초록 빛깔의 새싹이 태어나길 기다리며.


D+3 

볕이 강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자 겉에 흙은 계속 마른다. 매일 아침 물을 조금씩 주는데도 흙 밑에 세상에서는 씨앗들이 어둠 속에서 종일 잠을 자는지 좀처럼 나타날 생각이 없나보다.

농사꾼의 딸인 엄마에게 전화해서 싹이 트지 않는다고 걱정을 늘어 놓으니 보통은 1주에서 2주는 여유 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농사꾼 자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D+5  

씨앗을 심었던 부분에 흙 부분에 갈라짐이 조금씩 보이더니 틈새로 조금씩 초록 빛깔의 싹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때는 여전히 흙더미 뿐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조심히 바라보면 듬성듬성 새싹이 보인다.

긴장과 걱정, 설렘이 흥건했던 닷새는 기우였나 보다.




D+6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듯,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케일과 적겨자 새싹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아기자기하게 빼곡히 모여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크기가 커지면 좀 더 넓은 곳에 나누어 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른 편에 심은 시금치와 부추는 여전히 싹을 틔우지 못한 게 아무래도 아직은 쌀쌀한 밤 공기와 새벽 서리가 문제인 것 같아 유리로 된 창고에 온실마냥 저녁에 넣어 두었다. 저녁에는 온실이 된 창고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바람을 쐬고 볕을 보게 밖에 내두는 것을 반복해 보기로 했다.



D+7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텃밭을 가꾸며 생긴 갑작스런 변화이다) 마당에 나가 보니, 세상에나.

씨를 뿌려둔 다섯 줄에 모두 싹이 가지런히 흙 위에 솟아 있었다. 이 곳은 혼합 양상추와 적겨자, 케일을 심어 두었는데 6월이면 잦은 바베큐에 상차림으로 한 몫 하겠다 싶다.


더불어 어제부터 저녁마다 밤공기와 새벽이슬을 피해 실내에 넣어두기 시작한 텃밭에 부추 새싹이 올라왔다. 

로즈마리 잎과 비슷하나 아주 연한 잎이라 잡초인줄 알고 의아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부추 새싹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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