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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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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Apr 29. 2017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일상 탈출, 작센하우젠




사과냄새폴폴, 작센하우젠

나의스페인 친구 1호 가리와 나는 매주 금요일 저녁만 되면 남부럽지 않은 프랑크푸르트의 연인이 되었다. 바다 건너 영국 땅에서 열심히 공부 중인 말레이시아인인 가리의 여자친구가 알면 분명 질투를 할만한 만남들이다. 누군가에게 가슴 설레는 남성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단지 남자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구나. 한국어로 콧소리를 섞어가며 “누나”를 연신 외치는 이 녀석은 친구라는 말로표현하면 아까울 정도의 소중한 인연이다. 

 


소시지나 케밥 따위로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속도로 수다를 떨거나, 곧바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러 그날 그날에마음이 쏠리는 <호프 브로이(Hofbrau)>에 뛰어 들어가기도 하고 또 야경의낭만을 즐기며 심야의 마인강을 산책하기도 했다. 가끔은 주말의 한적한 오후에 만나 향이 좋고 분위기가독특하다는 카페들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취미나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국경을 넘는 행운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일본어로 시작하여 구사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가 느껴질 때는 영어로, 또 나의 영어의 한계가 느껴질 때면 내가 알기 쉬운 표현들로 두세 번의 번역이 필요했다. 가끔 둘이 얘기하다가 “우리 정말 바보 같다.”라고 얘기하며 목청껏 웃어대기도 했다. 그렇게 “언어가 아닌 ‘말’이 통하는 나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막내 동생뻘의 가리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복판이 아니다. 

 

바람이부는 쌀쌀한 마인강을 건너 십 분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 만나는 사과 마을 <작센하우젠(SachsenHausen)>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젊은이들이 불금을 보내는 장소로 더 유명한 이곳은 흡사 홍대 앞의 밤거리를 느끼게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온 몸에‘바를정()’자를 새기고 갑갑하리만큼 강직하고 성실한 생활을 해대느라 고생한 자신을 위한 위안을 하려는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이곳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밝다. 술집과 음식점은 물론이요 밴드의 공연이 함께하는 클럽과 탱고클럽, 거기에 독일 특유의 가라오케까지.



우리의 만남의 대부분은 이곳 <작센하우젠>에서 이루어졌다. 오랜 전통의 펍과 독일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다양한, 놀기 위한 선택지가 많은 장소이기에 이곳은 나와 가리의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파티의 단골 장소가되었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허여멀건 한 핏기 없는 얼굴의 동양인 여자 아이와갈색의 천연 곱슬머리로 “나는 남부유럽인 입니다.”를 말하고 다니는 스페인 친구와의 조합은 꽤나 그럴싸해보이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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