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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24. 2017

맛있는 포르투갈

타임아웃, 리스본에서의 매력 넘치는 저녁 한 끼

리스본에 가면.


1) 타임아웃 가기

2) 관광 버스타고 시내 싹 훑기

3) 플리마켓 구경하기

4) 골목골목 둘러보기



소소하게 딱 요렇게 네 가지. 

나는 리스본에 도착해 하고싶은 것들을 포르투(Porto)에서 넘어 오는 기차에 앉아 수첩에 적어두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24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일일 교통 티켓 한 장, 신용카드 한 장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가벼운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지하철(metro)을 타고 리베이라지역으로 향했다.


S.Sebastiao -> Baixa-Chiado (환승) -> Cais do Sodre


지하철로 환승을 하고 걷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하여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지하철 안에 손잡이가 귀여워서 사진 한 장 찍어 본다.





타임아웃 리스본(Time out Lisbon)

Cais do Sodre 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바로 정면에 Time Out 건물이 어렵지 않게 보였다.

몇 년 전까지 다녔던 회사에서 레스토랑의 시장조사를 심심치 않게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스스로 맛있는 곳, 매력적인 곳,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등을 직접 찾아가고 경험하는 것은 예전은 일이었고 지금은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렸다. 삼십 대의 여자 혼자 걸어가며 춤이라도 출 정도의 신남을 억누르며 조용히 사뿐사뿐 걸어들어가 문을 여는 순간 "우와" 소리를 내며 입이 떡 벌어졌다.


리베이라 시장(Mercado da Ribeira)에 드디어 내가 왔구나.


규모에 놀라고, 밖에서 전혀 눈치챌 수 없었던 수많은 인파에 놀라고, 정말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는 인테리어와 레스토랑들의 조화에 다시금 놀랐다.


2014년 5월에 오픈,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가장 큰 프레쉬 푸드 마켓인 "타임아웃(Mercado da Ribeira)"는 리스본 거주자들 뿐만이 아닌 리스본을 관광하는 사람들에게도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식문화에 관심이 과하게 많은 나로서는 당연히 1순위로 둘러봐야 하는 곳이었고 음식과 인테리어, 메뉴 구성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상당했다.


푸드코트에도 품격이 있다고 한다면 여기가 그러하다.


포르투갈 전통 요리부터, 각종 해산물 요리, 이탈리안, 스페니쉬, 퓨전 아시안 요리를 비롯하여 35곳이 넘는 레스토랑들이 내부를 매우고 있다. 전체 오픈키친으로 되어 있어 구경하는 맛도 남다르다. 가격대는 5유로부터 30유로 안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와인과 맥주, 햄과 치즈, 초리조 등등의 전문샵들이 있어 퇴근길 저녁 모임에도 안성마춤의 장소인 듯 했다.


내가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앞에는 음식을 한 손에는 주류를 들고 있었다.


그럼 나도 먹어봐야지. '다 먹고 싶다.', '아니다, 이건 욕심이다'를 무한 반복하며

어렵게 엄선한 "문어밥(Arroz do pulvo)"과 "닭 모래집(Moela)" 스튜.....그리고 포르투 와인을 곁들였다.


닭모래집 요리는 여지껏 맛보지 못했던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기름에 볶아서 소금 살살 뿌린 우리내 포장마차에 그 닭모래집과는 또 차원이 다른 엄청난 크기 자랑하며 쫄깃하면서도 왠 소 힘줄(스지) 씹어 먹는 느낌의 고담백 닭모래집 요리는 토마토 소스 마리네이드에 쪄낸,은은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이 문어밥은 어떻고.

포르투갈인인 직장 동료가 추천한 문어밥은 가는 곳마다 먹는데 맛이 다 다르다.

공통점은 모두 맛이 좋다는 것. 한국인 입맛에 딱인 고소함과 쫄깃함과 토마토 향의 달큰함이 함게 어우러진 문어밥이다.



내일을 위해 일찍 숙소에 귀가하기로 하고, 자 그럼 와인과 주전부리를 사서 돌아갈까?하며 와인샵에 들렀다. 1927년에 문을 열었고 타임아웃매장이 오픈하면서 이 곳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 이 와인샵은 상상 초월하게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로 온 벽이 빈틈없이 차있다. 움직이는 내내 생각날 것 같아 이 곳에서 휴대하기 좋은 미니 사이즈의 포르투 와인 2병을 구입했다.


초리조와 치즈를 사러 가는 길에 한켠에 보이는 낯설지 않은 광경.

요리 클래스가 진행 중인데 "삼성 쉐프컬렉션"에서 마케팅 지원 중인 모습이다. 포르투갈에서도 삼성이 대단하구나를 슬쩍 보고 지나쳤다.


사진만 봐도 침떨어지게 만드는 이베리코 하몽들.....

초리조 먹으려다가 하몽에 치즈로 갈아탔다. 이 곳의 전 메뉴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하여 완성도 있는 메뉴들을 가져가 먹을 수 있다. 

화장실도 이리 귀엽게 만들어 놓으면,

서른 넘은 언니 화장실 들어가기 전부터 심쿵한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와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백화점 식품관에 들렀다. 세계적인 백화점 체인인 스페인의 'El Corte Ingles'의 해외 첫번째 오픈 매장인 리스본점이다. 다른 곳보다 유독 식품관에 항상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내가 둘러보기에 사실 청과나 정육, 수산 쪽은 비슷했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식품관 꽤나 가봤으니 특별함이 없어서 빠르게 발걸음을 돌렸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건 과자 코너였다.


포르투갈 브랜드의 과자가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른 나라의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심지어 브라질에서 즐겨먹던 Bauducco까지. 과자에 대한 신선함과 더불어 나를 놀라게 만든 건 초코 우유였다. 내가 육안으로 세어 본 실온 보관 판매 중인 것만 18종이라니, 이렇게 초코우유 종류가 다양한 것도 처음이었다.


초코우유는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1리터에 1,200원이 되지 않는다.


어느정도 간단히 식품관까지 쓰윽 둘러보고 숙소에 돌아왔다.


가볍게 씻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용도로 준비해 온 양식을 테이블에 펼쳐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기대했던 것보다 푸드마켓이 잘 정리되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았고, 밤 늦게 들어오는 길에 가로등도 많고 치안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아 리스본이라는 도시에서의 첫 날이 만족스럽게 마무리 되어 갔다.

하몽 + 치즈 + 빵과 포르투 와인을 함께 

포르투 와인 브랜드 중에 대중적이고 저렴한 편인 타우니(Tawny)는 고급 취향에 못미치는 내 입맛에 취향저격이다. 결국 나는 포르투(Porto)에서부터 줄곧 계속 타우니만 찾게 됐다. 음식이 내 입맛에 맞지 않거나 맛이 없으면 여행에 큰 즐거움이 사라지거나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이 곳은 음식 만으로도 여행의 행복을 느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즐거운 도시로 내게 다가왔다. 풍미가 가득하고 식감이 좋은 하몽과 치즈를 곁들여 즐기는 맛은 리스본에 대한 낭만을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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