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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Nov 10. 2019

요리하지 마

요즘생각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즐겨 본다. 

백종원 대표가 골목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방식을 눈여겨본다. 

그의 교육 방식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가게 운영이라는 큰 그림부터 음식 조리 방식은 물론, 조리기구와 조리대 배치, 테이블 세팅까지 현장 경험이 녹아있는 비법을 출연자들에게 전수한다. 

그의 가르침대로 따라 하던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이번 주는 20대의 의욕적인 원 테이블 식당 사장 두 명이 컨설팅을 받는 중이다. 

이 식당에서 내건 주 메뉴는 파스타. 백종원 대표는 음식을 맛 본 후 파스타를 너무 쉽게 보았다고 혹평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실망스러워하는 태도로 보아 컨설팅은 그대로 끝날 거로 보였는데 의외였다.

백종원은 그들이 파스타 맛을 제대로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판단했는지, 파스타는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연구하고 배우라 하고, 우선 할 수 있는 신메뉴를 개발해보라는 과제를 냈다.

마침내 원 테이블 식당의 신메뉴를 맛보기로 한 날, 그들은 핫도그와 얼음 음료를 개발메뉴로 내놓았다. 

7천 원 핫도그와 4천5백 원 꽃 얼음 음료를 각각 한 입씩만 맛보고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핫도그 하나 가격이 7천 원. 그만한 가치를 핫도그에 담을 수도 있기는 하다.

콩나물 같은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재료로 아무리 고급 음식을 만든다 해도 서민적 음식이라는 인식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콩나물은 콩나물이 갖고 있는 정서를 무시하고 값비싼 음식을 만들지는 않는다.

핫도그도 그렇다.       

백종원 대표는 판매 불가 판정을 내리고 '요리하지 마'라는 극단의 처방을 내린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높게 샀다. 

근데 지금 보니 외식업 길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음식은 맛없고, 가격은 비싸다. 

내 개인적인 요리 철학은 맛은 기본이고,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내 개인 철학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기본이 안 돼 있는 요리다. 

멋 내고, 예쁘게 꾸미는 것은 기본이 된 후에 해도 된다. 

일주일 동안 정말 고민해서 만든 메뉴가 이거라면  요리하지 마라. 

재능이 없는 거다."    


두 젊은 사장은 배움이 절실하지 않았던 걸까. 

백종원 대표의 지적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다.  

첫 번째 평가에서 음식 재능이 없다는 평을 들었는데도 그들은 맛보다는 모양에 더 신경을 썼다. 안타까웠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은 있다.

그러나 맛을 제쳐두고 모양만 좋게는 아니지 않은가.


젊은이들의 자립이 어렵다는 요즘,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성공하기를 빈다. 

백종원의 코칭이 이 젊은이들을 100% 성공으로 이끈다 장담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코칭하는 이의 실수조차 

그들에게로 가서 좋게 쓰이기를 바라면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스승은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 

스승이 아무리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똑똑하더라도 제자가 알아보지 못한다면 

스승은 없는 것과 같다. 결국 스승은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만 있다는데. 

그들은 모처럼의 배움의 기회를 놓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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