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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Aug 17. 2021

완전한 행복

화요일 밤에 랜선으로 모여서 책 읽는 사람들


이 책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앓는 신유나라는 인물이 아버지와 전 남편, 그리고 전 남편의 아들까지 무참하게 살해한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 속 사건과 인물이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누구라도 연상하는 사건과 인물이 있을 것이다. 전 남편과 그 아들을 살해하고 토막토막 잘라서 처참하게 유기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고유정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리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물 신유나.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다.” 남편이 파악한 신유나는 잘못된 믿음이라도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다. 신유나가 정의하는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 제거해 나간 불행의 가능성에는 가족 살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간단히 말하면 비상식적이고 몰가치한 사고방식의 한 개인이 벌이는 살인극이 줄거리다. 소설이지만 현실에서 벌어졌던 특정한 사건이 연상되어서 읽기 불편했다. 가중된 고통스러움은 일전에 읽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의 잔영도 있었을 것이다. 안정된 가정을 꾸려서 이웃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부부에게 찾아온 다섯째 아이, 이 아이는 이들이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가치관을 통째로 혼란 속에 밀어 넣는다. 그때도 구체적으로 뭘 어찌해 볼 수 있는 게 없어 보여서 더 답답하고 참담했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신유나라는 인물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의학적으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졌다고 진단한들!






소설의 결말은 고장 난 기계를 분해해서 속을 들여다보다 분해하는 과정에서 힘을 소진해버려서 제대로 수습도 하지 못하고 얼렁뚱땅 다시 덮어버린 느낌이 든다. 신유나가 그렇게 죽으면 안 되지 않나. 앞부분의 긴장은 뒤로 가면서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구조의 반복이어서 앞서 느꼈던 긴장감이 뚝 떨어진다.



작가는 “전작들을 통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했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작가가 말한 전작은 악의 3부작이라 했던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일 것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책의 주제를 욕망이 부른 참사라고 하지만, 악을 꾸미는 수사일 뿐 결과적으로 전작에 이은 또 다른 악의 연속이다.


소설에 과몰입해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작가와 작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데도 그가 골라 사용한 서늘한 단어를 의심하기도 했다. <종의 기원>을 읽은 이후로는 정유정의 작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비웃는 내용과 내용을 만들어내는 글자마저 서늘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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