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피프티 피플'을 읽고
<피프티 피플>은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51명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목 '피프티 피플'과 달리 이 책에는 51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각 인물은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어나가지요.
소설을 읽다보면 여러 인물 중 유달리 내가 아는 어떤 인물, 혹은 헉 하고 놀랄 만큼 나와 닮은 인물이 나오지요. 내 주위에 있을 법한 인물 이야기인 이 소설의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의사, 간호사, 환자뿐만 아니라 보안요원, MRI 기사, 이송기사 등 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각 인물은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달합니다. 비록 삶이 고되고 힘들지라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소수자의 시선, 층간소음 문제 등 현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따듯한 시선이 분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나는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래 읽기 힘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내게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예의도 인심도 독에서 난다고하는 옛말 그대로입니다.
이 소설의 초기 제목은 "모두가 춤을 춘다"였다고 해요. 그러나 전문을 춤추게 하는데 실패해서 제목을 바꿨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내 생각과는 다른 의미로 모두가 춤을 춘다이지만 저는 진심으로 춤 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습니다.
불안한 날이 여러날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3일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그나마 다행으로 6시간 후 계엄은 해제되었으나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채 무작무작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말마다 사람들은 이 엄동설한에 아스팔트로 나서고 있지만 일은 더디기만 한 것이 불안을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위로가 되고 불안이 가시는 이야기를 찾아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희망적인 말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한 참가자가 "질이 극적으로 점프하려면 그만한 양이 축적돼 있어야 한다"는 헤겔의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역사는 긴 안목에서 지그재그로 발전하지만 때로 미시적으로는 퇴행하는 것만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면서요. 퇴행하는 것 같은 시간이 길어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극적 점프를 위해 양적인 축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정치인을 순진하게 믿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치인이 세상을 바꿔줄 거라고 믿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사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하면서, 정치인이나 정당에 몰두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정치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잘하는 건 칭찬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면서 부려먹는 존재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믿을 건 시민이며 우리끼리 믿고 돕자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처럼, 한명 한명 작은 존재인 우리들의 노력과 연대가 결국에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테지요.
피프티 피플들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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