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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Mar 25. 2019

용기는 네 마음속에 있단다

그림책에 물들다 | 뛰어라 메뚜기

뛰어라 메뚜기 |다시마 세이조 글 ·그림 |보림


용기는 네 마음속에 있단다



 ‘아이 때는 다 그래,’ ‘별 것 아니야.’ ‘자 봐라. 다들 아무렇지도 않지?’ 

  두렵다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아이에게 어떤 두려움은 황당무계한 것들에서 연유하기도 하지요. 그런 이유로 어른들은 아이가 두려워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아이가 대범하기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한 번 두 번 이와 비슷한 경험이 거듭되는 동안 아이는 자신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건데요, 남들은 괜찮은 걸 혼자만 겁내는 것은 아닌가, 자신이 남만 못한 사람인가 하면서요. 그러니 두렵다거나 하는 감정 표현을 감추거나 주저하게 되지요. 감춘 감정은 자칫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어른들은 감정을 감추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점잖은 태도라 여겼고 가르쳐왔었지요.   


  처음 해보는 일이나 낯선 세상과의 만남 앞에서 생기는 두려움은 어른이라 해도 아무렇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들에게는 대범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기를 주장하고 바랍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은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생기지요. 용기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문학 작품에서도, 또 앞서 살다 간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냄으로써 달라진 것들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그림책 ‘뛰어라 메뚜기’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상상도 못 할 일이 펼쳐질 거야     


 

“20초만 미쳤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봐. 상상도 못 할 일이 펼쳐질 거야.”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메뚜기에게도 꼭 어울리는 대사입니다.  


 조그만 수풀 속에 메뚜기 한 마리가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천적들이 사방에서 노리고 있기 때문에 메뚜기는 겁에 질린 채 매일매일을 깜짝깜짝 놀라며 살아갑니다. 메뚜기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메뚜기는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은 몸을 숨길 손바닥만 한 이파리에 있지 않고 심장 떨리지만 대담하게 햇볕을 쬘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결행을 하지요. 


 어느 날, 메뚜기는 대담하게 바위 꼭대기로 나와 햇볕을 쬐기 시작합니다. 이런 짓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곧 뱀과 사마귀에게 들키고 맙니다. 메뚜기는 온 힘을 다해 펄쩍 뛰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합니다. 얼마나 세게 뛰었는지 메뚜기 날아가는 바람에 거미와 거미줄이 뒤엉켜 엉망이 되고 날아가던 새는 총알을 맞은 줄 알았다는 겁니다. 메뚜기는 구름까지 뚫고도 더 높이 올라갑니다. 


메뚜기는 위기에서 벗어났나 싶었지만 위기는 한 번만 오는 게 아니었어요. 메뚜기의 힘으로는 더 이상 날 수 없는 한계에 맞닥트린 순간 튀어 오른 보람도 없이 메뚜기는 아래로 아래로 추락을 하기 시작합니다. 야속하게도 떨어지는 메뚜기를 잡아먹기 위해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개구리, 물고기가 그들입니다.   

 이제는 살길이 없나 보다 절망의 순간에 메뚜기는 등에 있는 네 장의 날개가 생각났습니다. 되든 안 되든 온 힘을 다해 날갯짓을 해봅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한없이 추락하던 몸이 가벼워지면서 다시 위로 떠오르는 것이지요. 숨어 사는 동안 한 번도 써 본 적은 없는 날개, 써 볼 일이 없었던 날개입니다. 자기 계발이라는 말, 닳아빠진 이 말이 여기서처럼 실감 날까요? 자기 계발을 보통은 ‘스펙을 쌓아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 오해들 하지만요. 어느 책에선가 ‘자기 계발은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는 것’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메뚜기의 자기 계발이란 자신의 본성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잠재력(날개)을 깨닫고 활용하는 것 아닐까요?


  메뚜기의 날갯짓은 비뚤배뚤 형편없습니다. 나비와 잠자리가 비웃었습니다. 세련된 날개로 우아한 날갯짓을 하는 그들의 눈에 메뚜기의 날개와 날갯짓은 엉성하고 볼품없기 짝이 없겠지요. 저렇게 엉터리로 나는 것은 무엇이냐 비웃습니다. 그러나 메뚜기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합니다. 자기 힘으로 날 수 있고 무엇보다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메뚜기는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서 황무지를 지나고도 더 멀리 날아갔습니다. 눈 딱 감고 용기를 냈더니 이제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납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분홍 메뚜기를 만난 것이에요.   

 


용기는 마음속에 있단다    



 ‘메뚜기야, 뛰어라’ 하지 않고 ‘뛰어라 메뚜기’ 도치법을 쓴 제목은 누군가가 메뚜기를 강력하게 응원하고 지지하는, 혹은 뛰지 않으면 안 되므로 내리는 명령처럼 들립니다. 곧추 세운 더듬이와 힘이 담긴 눈, 탄탄한 뒷다리로 화면에 가득 차도록 큰 메뚜기, 그런 느낌으로는 표지 그림의 메뚜기 자세에서 결연한 의지까지 엿보입니다. 


  메뚜기에게 약하다는 것은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메뚜기는 생태계에서 분명 약자입니다. 약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요. 그래서 도전을 못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자유란 자신이 감당한 만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메뚜기가 고통에 맞설 약간의 용기를 끝끝내 내지 못했다면 제 몫의 삶을 다 산다 해도 한평생을 겁먹은 채 하루하루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라며 살겠지요.  

     

  결과로 평가받는 사회풍조 때문일까요? 서툴고 더딘 아이들의 솜씨를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의 일을 대신해주는 부모가 적지 않은 것은요.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부모의 그런 행동은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거라네요.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린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서툴고 미흡하지만 도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지요. 


 소인국에서는 아무리 커도 소인일 수밖에 없고 거인국에서는 아무리 작아도 거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사람이 되려면 큰 세상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큰 바다에는 큰 물결이 일지만 큰 물고기가 살 듯이요. 그러니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두려움을 잠깐 가려주는 손바닥만 한 이파리가 아니라 심장 떨리지만 조금은 대담하게 햇볕을 쬘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어서 그저 꺼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레빈 핀폴드<불랙독>(북스토리아이)

아드리앵 파를랑주<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정글짐북스)

존 스텝토<높이 뛰어라 생쥐>(다산기획)

티에리 드되<야쿠바와 사자_용기>(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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