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춰라 비보이

성장소설 읽기 | 몽구스 크루

by 김패티


몽구스 크루 : 제4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사계절 1318문고 41


나도 봐 주세요


“싸가지 없는 놈! 걔? 누가 걔냐? 니 형이 동네 똥개냐? 말끝마다 지 형한테 걔래! 그리고 형이 학교에서 잘릴 판이라는데 그게 할 소리냐? 아무리 지 형이 맨날 사고만 치고 다녀도 그렇지 명색이 동생이란 놈이 그게 형한테 할 소리야! 사고 친 게 다 너 때문인데 그런 말이 나와? 이 인정머리 없는 놈아!” (27쪽)


사고를 치고 집을 나간 형의 소식을 알게 된 엄마가 몽구에게 퍼붓는 비난입니다. ‘오진구 문제를 왜 나한테 부르르 달려와서 걱정을 해대는지’, 형이 가출을 한 게 몽구 자신 때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엄마의 억지이지만 대들거나 따지기보다 자리를 피하고 맙니다.


몽구는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말썽을 부린 적이 없으며, 착한 어린이 상, 경시대회 상도 받았으며, 엄마가 형에게는 값비싼 브랜드 신발이나 옷을 사 입히고 자기한테는 시장바닥에 파는 운동화를 사줘도 말없이 신고는 했습니다. 엄마의 지시로 형을 따라다니며 보호자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형의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엄마의 형에 대한 편애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억울합니다. 엄마에게 형과 똑같은 아들로서 보호와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몽구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오래도록 몽구의 아픔을 외면한 엄마는 왜 그랬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몽구스 크루>는 서술자 몽구의 눈을 통해 부모의 비합리적인 점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형만 사랑하는 엄마, 자식의 일에 무관심하고 엄마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못 본 체하는 아버지. 그동안 어른들에게 순종하던 몽구가 어른들의 판단과 결정에 반감을 갖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몽구의 이런 모습이 부모의 눈에는 반항으로 보이지만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는데, 엄마에게 몽구는 안 아픈 손가락처럼 보입니다. 문제아 형에 대한 엄마의 안타까움이 편애로 나타난 경우입니다. 몽구 엄마와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잘하는 자식은 추켜세우고 못난 자식은 깎아내리는 부모들 말입니다.


몰라서라기보다는 우선 움직이는 마음 때문입니다. 마음은 생각보다 앞서서 어떤 부모는 우선 모자라는 것에 마음이 가고, 어떤 부모는 우선 나은 것에 마음이 갑니다. 그래서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에서 다른 자녀들이 자기도 봐 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못보고 맙니다.


몽구는 엄마와 형의 관계 밖에서 끼어들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합니다. 형의 비보잉은 인정하면서 자기의 춤은 인정하지 않는 엄마 때문에 형제의 갈등은 깊어만 갑니다. 그러니 몽구가 멋진 비보이 형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형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today is 힘듦


몽구의 SNS 홈피의 ‘today is'는 28가지 감정분류 기호 가운데 늘 ‘힘듦’입니다. 공부냐 춤이냐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힘듦이 아닙니다. 형 오진구 때문입니다. 의식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상하게 오진구를 의식하고 그러면서 기분이 너저분해지고 몽구는 그것이 싫어집니다.


오진구, Y정보고 2학년, 160cm 키에 볼품없는, 그러나 비보잉을 한다는 사람들은 ‘몽구스 비보이 나인’하면 금방 알아들을 만큼 이 분야에서 잘 나가는 비보이입니다. 오진구도 처음부터 춤을 잘 춘 건 아닙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지진아로 별 볼일 없는 아이였으며 조금 커서는 불량스런 행동을 일삼고 악 쓰고 구르던 오진구가 춤을 추면서 변하기 시작합니다.


지진아, 문제아일 때는 오진구가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해도 몽구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의당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던 오진구가 인정받는 춤꾼이 된 후로도 계속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도, 오진구만 좋아하는 엄마도 원망스럽습니다.


“오몽구, 열라 오진구 무시하지! 넌 옛날부터 그랬어. 학교에서 나 만나면 슬슬 피하고. 아, 피한 정도가 아니지 아예 팔아넘겼지. (······) 내가 니 맘을 모를 줄 알아? 너 나 나 쪽팔려 죽겠지? 쪽팔려서 형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지?” (125쪽)


몽구는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고 ‘오진구’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문제아 형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알아주는 비보잉이 된 형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 한 채 혼란스러워하다 오진구의 말을 듣고서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몽구는 오진구를 무시하고 창피하게 여겨 피해왔었다는 것을. 이렇게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면서 몽구는 비로소 진짜 춤을 추게 됩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몰래 오진구 흉내를 내고 있었다. 오진구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기는 죽기보다 싫어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오진구 흉내를 냈다.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서 오진구가 춤을 췄다. 문제집 위에도 오진구가 나타났다. 제길, 나는 오진구가 되고 싶었다.’ (140쪽)


이 소설은 몽구가 형의 비보잉을 짙투하는 것이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자칫 열등감과 질투가 서로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질투나 열등감 같은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질투나 열등감은 나를 발전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인데, 이런 점에서 몽구의 행동은 눈여겨 볼 만합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


몽구는 사실은 형 진구가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처럼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 그런데 형만큼은 절대 춤을 못 추리라는 것도 압니다. 한편 형 오진구도 모범생 동생을 부러워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생보다 못한 형이라는 열등감과 질투를 갖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 남는 것은 몽구 자신과 춤입니다. 형도 엄마도 빠진 자리에서 몽구는 오로지 춤과 대면하면서 자신에게 춤이 어떤 의미인지 발견합니다. 누구보다 잘 추기 위한 춤이 아니라 내가 좋고 나를 위로하는 춤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요.


몽구는 비보잉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모아 클럽 <몽구스 크루>를 조직합니다. 이들이 비보잉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들이는 노력, 갖고 있는 에너지는 여느 전문 비보잉에 뒤지지 않습니다.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서로를 믿는 마음도 큽니다. 이들은 오디션에 합격해 프로 비보잉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했던 진구가 불화를 겪고 나온 진구도 받아들입니다. 특히 몽구는 형 진구를 경쟁 상대가 아닌 춤 잘 추는 비보이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대목을 기억하게 됩니다.


<몽구스크루>는 비보잉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비보잉의 세계로 한 발 들여놓을 수 있을 만큼 정보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시선으로는 비보잉이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답은 비관적입니다. 너그럽게 보아서 한 때 해 볼 수 있는 일 정도일 겁니다. 설령 이러한 노력이 한때에 그칠지라도 무언가에 그만한 열정을 쏟았다는 추억은 의외로 힘이 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산 하나를 넘은 힘으로 무수히 펼쳐지는 산에 다시 오를 힘과 용기가 생기는 법입니다.


비보잉은 형 오진구를 열등생 문제아에서 탈출을 돕고 인정받는 춤꾼이 되게 했습니다. 동생 몽구에게 비보잉은 형제의 갈등을 풀고 형을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형을 이해하게 하는 힘은 더 품을 넓게 하여 자기 성장으로 이끕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유의 상징 비보이가 되어 가는 모습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몽구가 모호했던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과정 묘사도 이 소설의 미덕입니다. 독자들이 주인공의 체험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주인공의 문제 자리에 위에 올려놓고 간접 체험을 하게 돕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이지요.





<생각해 보기>


1. 진구와 몽구 형제는 자신에게는 없는 것을 서로가 갖고 있다는 생각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인가요?



2. 진구와 몽구에게 비보잉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진구에게 비보잉은 ________________이다.

몽구에게 비보잉은 ________________이다.



3.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즐겨라. 지금, 여기, 이 순간을(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 계획적인 삶을 사는 것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 중에서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세요.



4. 몽구가 자기 SNS 홈피에 그날 감정을 선택하듯이 today is에 이어질 나의 감정을 자세히 적어 보세요.

Today is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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