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자, 날아오르자

성장소설 읽기 | 유진과 유진

by 김패티


유진과 유진-푸른도서관 09 이금이 저 | 푸른책들 | 2004년

열고 싶지 않은 기억 상자


소설<유진과 유진>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때문에 고통 받는 두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억지로라도 잊혀진 줄 알았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견디어내는 두 명의 유진이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 큰유진과 작은유진은 유치원 시절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그것이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어떤 잘못도 없이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 떠들썩한 어른들의 태도로 보아 그 사건이 아주 나쁜 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지요. 사건의 발생과 처리 과정에도 어린 유진이들에게는 어떤 선택도 거부도 할 수 없었어요. 다만 어른들이 알아서 선택한 방법으로 일단 매듭이 지어지어 지는 듯합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2학년생이 되어 같은 반이 된 두 소녀의 불행한 사고는 어제 일처럼 되살아나 그들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절대로 열고 싶지 않은 상자를 열어 터져나온 불행한 사건의 전말을 이렇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 작은유진이 인형에 한 폭력적인 행동을 보고 놀란 엄마가 문제의 사건을 발견합니다. 작은유진의 생일에 초대받아 간 아이들을 통해 작은유진 외에도 다수의 여자 아이들이 같은 일을 당한 불행한 사건이었어요.



하나의 사건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유진과 유진>은 본격적으로 성폭력을 다룬 청소년 소설입니다. 작가는 ‘누구든 현실에서는 두 갈래의 길 중에서 하나만 선택할 수 있지만, 허구의 세계에서는 각각 다른 인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두 가지 이상의 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느라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 어떤 문제이든 그 문제,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유진과 유진이 겪은 그 일에 대해 두 집안의 부모가 취하는 행동을 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치원 원장의 행동이 알려졌을 때 큰유진이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로 ‘사랑해’와 ‘네 잘못이 아니야’였어요.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더라도 이 상황이 어린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이에 반해 작은유진의 부모는 문제를 피해가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도망가듯이 일에서 빠져버리고 이사를 가버립니다. 더 나쁜 것은 사회적 체면 때문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작은유진을 ‘깨진 그릇’ 취급을 하면서 기억을 강제로 지워버리려는 것입니다. 작은유진은 부모에게 어떤 위로나 보호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없었던 사건이 됩니다.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독자는 작은유진을 주목하게 됩니다. 작은 유진은 가족에게 인정받는 아이가 되기 위해 공부에 매달립니다. “가족의 모습을 담은 퍼즐판에 자신의 모습 조각이 늘 불안정한 모습으로 맞춰져”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먼저 튕겨져 나올 것”같아 불안에 대해 공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로 지은 날개


큰유진을 만나면서 작은유진의 기억은 점점 또렷해집니다. 작은유진의 기억 속 어디에도 자신을 위로하거나 안심시켜주는 어른은 없어요. 어린 유진이 아파서 울고 있는 모습을 중2가 된 작은유진이 들여다봅니다.


큰유진은 어떤가요. 건우가 영화관에서 손을 잡으려고 할 때 갑자기 유치원 원장의 손이 떠오릅니다. 결국 건우한테 헤어지자는 전화를 받는 날, 큰 유진은 오래전 그 일로 다시 한번 슬픔에 빠집니다. 큰유진은 그 일을 잘 이겨낸 것처럼 보였어요. 그렇지만 유진의 생각과 달리 불쑥불쑥 그 날의 기억이 꿈틀거리며 유진을 괴롭힙니다.


건우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10년이 다 돼 가는, 내 잘못도 아닌 이제는 흉터로나 남은 줄 알았던 그 일이 지금도 문제가 되’는 것을 알고 엄마에게 말하다 엉엉 울어버리는 큰유진. 건우 엄마의 모습은 성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혼란과 배신감,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작은 유진이 공부 대신 춤에 빠져들자 유진의 부모는 유진을 미국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두 명의 유진이 사이에는 친구 소라가 있습니다. 소라는 두 유진과 함께 무작정 여행을 떠납니다. 정동진으로 가는 길 위에서 두 유진이는 마음 속 이야기를 쏟아냅닙니다. 엄마에 대한, 세상에 대한 서운함 원망을 남김 없게 하려는 듯 쏟아냅니다.


아이들의 가출에 놀라 부모들이 달려와 만나는 장면은 모처럼 흐뭇하고 아름답습니다.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몸뻬 차림의 소라엄마와 소라가 쫓고 쫓기는 모습은 꽤나 웃기지만 일하다 놀라 내려온 소라 엄마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지요.


작은유진은 엄마와 단둘이 하룻밤을 보내면서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일이 미숙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날 유진은 처음으로 엄마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 붓습니다. 작은유진과 엄마의 고백은 힘들고 어렵지만 꼭 거쳐야하는 과정 같아 보입니다.


작은유진은 “때로는 상처가 덧나 아프고 힘들더라도 내가 기억하면서 아물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작은유진은 잊었던 기억을 되찾고 상처투성이인 기억으로 날아오를 날개를 지어 만듭니다. 상처로 지은 날개지만 유진이 부디 무사히 날아오르기를.



나를 사랑하는 방법


<유진과 유진> 표지에는 두 그루에 나무가 있습니다. 유진과 유진 나무일까. 한 그루는 옹이가 지긴 했어도 제법 곧게 자랐는데 다른 하나는 중간쯤이 눈에 띄게 휘어 있어요. 그 나무가 아무래도작은유진 나무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옹이는 나무가 단단히 자란 자국이라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쭉쭉 뻗어 자란 나무가 보기 좋아요.


작은유진이 공부 대신 춤에 빠져 있을 때입니다. 어느 날인가 작은유진이 지친 모습으로 계단에 앉아 있을 때 춤을 가르쳐 주던 선생님이 다가와 앉습니다. “스물 몇 해밖에 안 살았지만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라는 말을 합니다.


희정 언니의 말은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잘못이 없어도 불행한 일을 겪기도 하는데, 위로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불행을 이겨내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몫이라는 뜻이에요. 불행을 이겨내는 힘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나오구요.


<유진과 유진>을 읽고 난 독자들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1. 이미 소중한 나

한 인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경험을 하면 유년기에 잘못 형성된 자기 인식이 바뀐다. 자존감은 유년기에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부모만이 무조건으로 자식을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경험이 쌓여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무조건 수용하기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2. 성취감 맛보기

성취감이 모여 자존감이 된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믿는 경우 그 일은 상상을 넘는 두려운 일이 된다. 때문에 아이는 부모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아이가 생각하는 부모의 눈높이는 실제 부모의 기대보다 훨씬 높다.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낸 기준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거기서 시작한다.


3. 나는 나의 지지자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랑스러워하는 감정 안에는‘나를 인정해줄 거야.’‘나를 칭찬해줄 거야’와 같은 기대가 들어 있다. 이때 자기 속에서 부모의 가치관과 기대, 성취를 확인하면서 자존감을 느낀다. 부모뿐만 아니라, 선생님, 친구 혹은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를 통해 이상적인 부모상을 갖기도 한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잘 견뎠잖아? 생각한다. 나는 첫 번째 나의 지지자다.


4. 자기 위로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부모의 위로는 아이의 심리 안에 저장되어 자기위로 기능 역할을 한다. 성폭행이나 왕따를 경험한 후 자기 비난으로 더욱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너무나 불공평한 평가다. 비난은 가해자한테 해야 하며 가해자가 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자기 위로 기능은 정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꼭 필요하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힘든 일도 잘 해왔잖아.’ 이런 위로를 통해서 공급받은 마음의 힘은 인생의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게 한다.


5. 우리 모두는 ‘공사중’

인간은 누구나 ‘공사중’인 채로 살다 간다. 어느 누구도 완성된 사람은 없다.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서 강하게, 완벽하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 자존감은 완벽함이나 강함에 비례하지 않는다. 고비마다 얼마나 힘든 순간을 지나왔나. 포기하고 싶고 죽고 싶지만 잘 감당해온 내 자신을 인정하고 수고를 칭찬할 때 자존감은 살아난다. 자존감과 자기 사랑하기는 비례한다.

- 이무석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 중에서 정리







<생각해 보기>


1. 이 책의 주인공 두 유진이는 사랑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작가가 구한 답도‘사랑’이었지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하는데, 사랑대신 수많은 말들을 넣어볼 수 있어요. 누군가는 좋은 추억으로 산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무엇으로 사는지 생각해 보세요.

나는 _____________으로 산다.



2. <유진과 유진>의 두 사람은 같은 상처를 입었지만 주변의 대응은 서로 달랐습니다. 큰유진과 작은유진 가족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결과를 이야기해 봅시다.



3. 지하 이카로스에서 만난 희정언니는 작은 유진에게 “스물 몇 해밖에 안 살았지만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이라고 말합니다. 상처나 고통을 이겨낸 경험을 이야기해 보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4. 밑줄긋기, 감동적인 구절이나 인상적인 구절을 옮겨 적고 그 문구에 대해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세요. 어떤 말들이 떠오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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