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읽기 | 중학생 여러분
‘중학생 여러분’이라고 딱 중학생만 골라 부르는 소리에 공연히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중학생 여러분>은 중학생인 현서가 중학생인 친구들에게 보내는 공개 동의서 같은 이야기죠. 이 땅에 사는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소설은 뭔가 특별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어야 할 것 같은데 <중학생 여러분>은 대단치 않은 중학생의 일상을 다루면서도 많은 중학생 독자의 공감을 얻고 있지요.
<중학생 여러분>은 모진 가난을 겪는 아이의 이야기나, 가출, 폭력, 성적 고민, 자살, 임신, 그리고 왕따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이웃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중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의미 없는 수다만 떠는 것은 아닙니다. 장발에 집착하기도 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두고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선행이나 봉사활동 등 과제와 관련된 소소한 사건들, 이성에 대한 관심과 우정, 자기 세계 구축하기 등 심각하지는 않으나 가볍지 않은 고민까지 제법 생각의 폭이 넓습니다.
그동안 청소년을 다룬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 책의 등장인물, 현서, 혜리, 준호와 같은 아이들은 화제에서 소외되어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이들은 결코 문제적이지 않습니다. 교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입니다.
현서는 외동이 입니다. 꼬박꼬박 말을 잘 듣는 아이도 아니지만 반항적인 아이도 아닙니다. 사색적인 혜리는 현서나 준호에 비해 책도 많이 읽고 교내 시화전에 작품을 발표하기도 하는 문학소녀입니다. 두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는 소식에 우울해하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소 유머러스한 면이 있는 준호는 작품 속에서 현서, 혜리 정도의 존재감으로 등장합니다.
“우린 계속 중구난방으로 떠들었어. 모두가 입이 아파서 일제히 쉬게 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순간이었고 언제나 최소한 누군가 한 사람은 떠들고 있었어. 하지만 얘기는 지리멸렬해서 거의 정신분열을 일으킨 것 같았지.(80쪽)”
<중학생 여러분> 읽기는 마치 아이들끼리 까불거리는 이야기 듣기 같습니다. 독자가 그들의 대화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사소하다 못해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까불거리며 떠듭니다. 현서는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또 그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하지만 각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듯합니다. 정보전달에 목적이 있지 않는 대화, 이들이 주고받는 그 많은 말들 가운데 줄 긋기가 가능한 대화는 있기나 한 걸까 싶을 정도예요.
“돼지는 왜 독사를 먹어도 안 죽지? 누구 아는 사람? 야, 너, 배용준 콧구멍 자세히 본 적이 있냐? 근데, 대통령이 되면 행복할까? 우리 옆집에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밤마다 싸워. 소리도 지르고, 뭘 집어던지기도 하고. 야, 배고파. 난 배가 아파. 음, 난 배가 슬퍼······.”
아이들은 자기 말만 하는 것 같아요. 친구가 내 말에 무슨 답을 하는지 듣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낼 뿐.
<중학생 여러분>의 아이들 대화법은 대개의 청소년들 사이의 대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웃고 떠들고 까불대는 그 자체가 바로 그들의 본질일지도 모르겠어요. 나뭇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다는 소리도 있잖아요.
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거의 고등학교 진학이라고 대답해요. 고등학교는 제대로 정말 공부해야 하는 때이지요. 고등학교를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은 대학 준비라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이게 실은 대학 준비야, 너도 잘 알다시피-다들 이렇게 저렇게 바쁘고 뒤숭숭해. 고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말이야. 이건 말하자면 앞당겨서 사는 인생이야.(125쪽)”
모든 선행학습이 지금 여기에서 배우는 것에 앞서 가는 것, 때가 되어 배워야 할 것을 미리 배우는 것이지요. 그건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통해 있고요. 생각할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데, 모든 길은 대학으로만 나 있으니 참 속상하겠다 싶어요.
“예, 알았으니 아저씨 아줌마들부터 먼저 빨리빨리 진도 나가세요. 더 빨리, 더 빨리, 더더더더더더더 빨리 진도 나가서 그냥 내일 밤에 팍 늙어서 모두 한꺼번에 콱---안녕!(126쪽)”
현서가 장난 많고 심각한 것 없는 남학생이라고 생각했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제법 가시가 크게 박힌 말입니다. 꽃이 피고 지고 잎에 물이 들고 떨어지는 것이 다 목련의 한해살이입니다. 빨리 꽃을 보고 싶다고 시간을 당겨 꽃을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나 나무나 성장하는 속도를 강제로 뒤틀어버릴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은 몸은 그대로인데 빨리 꽃만 피우라고 더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라고 재촉하는 꼴입니다. 선행 학습이라는 비료를 팍팍 주면서 말이지요.
현서 말처럼 빨리빨리 크면 늙는 것도 빨라지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앞당겨서 사는 인생’이라는 현서 말을 오래 생각해 볼 일입니다.
소설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일상에 눈을 돌립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요.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지루하고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하루하루가 사실은 굉장히 소중한 날들이라는 생각도 다시 해봅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합니다. 큰 사건도, 긴박감도 없지만 평범한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의 주인공들입니다. 마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의 주인공이 유명한 배우가 아니어서 더욱 일상적이게 하듯이 말입니다.
현서, 혜리, 준호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어느 학교나 교실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내 짝이거나 옆 동에 사는 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평범한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 그리고 작은 고민과 관심사를 그들과 가까운 한 사람이 되어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밤하늘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으면서 제 빛을 내는 별처럼 수많은 별들 중 하나입니다. 별 탈 없이, 어제도 그제도 제 빛을 내면서 떠 있으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 있는 별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현서가 내 주변의 인물과 닮았다면 그는 누구이며 어떤 부분이 특히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2. 중학생에게 자유가 필요한 이유와 규율이 필요한 이유를 정리해 봅시다.
자유가 필요해------
규율이 필요해------
3.‘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서 있을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느 때 필요할까요?
4. 교실 수업과 시험 없이 1년 동안 다양한 체험과 현장 실습이 가능한 자율학기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만의 계획을 세워 보세요.